유튜브가 사기꾼들의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다. 인기를 위해 학력을 속이고 거짓 경력을 자랑한다. 과거의 범법 행위나 부도덕한 행실까지 미화한다. 이런 가짜들은 유튜브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정치권력에 기웃대기도 한다. 반중(反中) 유튜버를 자처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유튜버 김정민 씨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김정민 씨의 가짜박사 논란을 취재한 본지는 최근 김 씨의 학위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취재한 내용의 절반 가량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개인의 사생활 문제가 아니라, 21대 총선 출마 경력이 있는 공인에 대한 공적 검증이다. 김 씨의 가짜박사 논란은 그 너저분한 해명만큼이나 사실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 본 기획 시리즈는 기사 문체보다는 가급적 쉽게 읽히도록 단행본 문체로 풀어나간다. - 편집자 주 |
‘가짜박사’ 김정민 씨가 몽골국립대에 입학하기 전에 만들어진 ‘입학추천서’의 작성 시점이 2015년 3월 27일로 밝혀지면서 김 씨의 몽골국립대 입학연도는 빨라야 2015년 9월로 확인됐다. 또한 그의 박사과정 재학기간도 길게 잡아야 고작 2년(2015~2017년)이란 것도 사실상 확정됐다.
문제는 박사과정을 2년 만에 끝내는 것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더구나 김 씨의 몽골어 실력은 기초회화만 가능한 수준이다. 몽골에서 박사가 되려면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박사수료’를 먼저 하고, 이후 기약 없는 논문 연구기간을 거쳐 논문심사까지 통과해야 한다.
몽골국립대 박사과정 운영은 세밀하게 규정된 몽골 정부의 고등교육법에 따른다. 이 법에 따르면 몽골국립대 박사수료를 위해서는 최소 36학점의 수업을 이수하고, 논문제출 자격시험(전공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야 이후 단계인 논문을 연구할 자격이 주어진다. 박사수료 뒤에는 박사논문 수업 24학점 이수와 최종 논문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몽골국립대는 이같은 박사수료부터 논문 통과까지 최소 3년이란 기간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몽골국립대 홈페이지 박사과정 소개에서도 3년이라고 명시했다. 김 씨가 소속된 국제관계학과 커리큘럼 공문에서도 박사과정에 3~4년이 소요된다고 명시했다. 김 씨처럼 몽골국립대 2년 재학으로는 박사 취득이 불가능한 것이다.
박사과정 3년이란 것도 이론상의 수치일 뿐이다. 몽골 최고의 수재들이 공부한다는 이 학교 박사과정 재학기간은 이보다 훨씬 길다. 본지는 김정민과 비슷한 시기 학위를 취득한 몽골국립대 정치학 박사들의 실제 재학기간을 조사했다. 그 결과 풀타임 박사과정 기준으로 짧게는 5년, 길게는 12년이었다. 평균 재학기간은 8년이었다. 김 씨의 재학기간은 이들의 4분의 1도 안 되는 셈이다.
김 씨의 실제 박사과정 재학기간이 길게 잡아야 2015~2017년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몽골국립대 홈페이지에서 검색되는 박사학위 정보(2013~2017년) 역시 가짜 기록이라는 점도 사실상 확인됐다. 김 씨가 그토록 내세우는 몽골국립대 전산기록 자체가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김 씨는 몽골국립대가 제시한 박사과정 최소 연한 3년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나홀로’ 박사과정을 밟았던 것일까? 김 씨가 몽골국립대에 들어가기 전 이미 대학 강단을 떠나버린 바야사크 박사, 그리고 중앙아시아를 떠돌던 김정민, 그 둘만의 홈스쿨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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