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국정감사장에서 개인 청문회를 방불케하며 사상검증을 시도했던 야당 의원들에게 “신뢰도로 따지면 (국회)의원들도 국민 신뢰도가 높은 건 아니지 않으냐”고 돌직구를 날린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이 6일 재차 국정감사장에 등장했다.
이번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종합감사였다. 하지만, 이 날도 방통위 관련 사안보다는 방문진 고 이사장의 사상검증에 치우친 야당의원들의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고 이사장의 ‘공산주의자’ 발언 자체보다는, ‘민주’와 ‘인권’을 앞세우고 ‘표현의 자유’를 주창하는 ‘야당’ 의원들의 편협하고 이분법적인 사고관으로 인해, 오히려 많은 인물들이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최민희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산주의자인가”라고 물었고, 고영주 이사장은 “민중민주주의자”라고 답했다.
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민중민주주의자라고 하며 이건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다. 민중민주주의는 공산주의의 변형이라고 했는데 공산주의의 변형은 공산주의 아닌가?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을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고 이사장은 “그렇다고 봤다”며, ‘과거형’으로 답했다.
‘공산주의의 변형은 공산주의 아닌가?’라는 식의 명제는 흔히, 왜곡을 합리화하는 데 쓰이는 문구다. 이 때문에, 최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고 이사장의 의견을 흑백논리로 단순화 해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도록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 의원은 또, 고 이사장에게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한 바 있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새누리당)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공산주의자인지 물었고, 고 이사장은 “과거 공산주의 활동을 하다가 전향했다”고 대답했다.
일부 매체들은 이러한 답변을 두고, 고 이사가 김문수 이재오 의원을 공산주의자로 몰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전향한’ 의원들을 여전히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운 것은 되려 이러한 보도 행태라는 비판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관에 대한 지적과 비판에 아랑곳 않는 듯, 정호준 새민련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칭찬한 적 있는데 고영주 이사장 같은 분이 보기에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죄에 해당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어떤가”라고 묻기도 했다.
경우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극단적인 예를 들며, 국정감사 피검자를 자극하는 야당 의원들의 이 같은 질의 행태에 한 네티즌은 “소위 야당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의 국가관과 쥐몰이하듯 강압취조하는 인민재판 잘봤다”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갑질하지말고 공부해.....딸리니 고함만지르고 태도가 어쩌니 하고.....너희 태도는 국민입장에서 사형감인줄 알아야지”라며, 강압적인 태도로 피검자를 겁주는 모습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야당의원들은 고 이사장의 사상이 편향됐다고 지적하며, 방문진 이사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방문진 이사 임명권을 가진 최성준 방통위원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문제된 발언은 이사장이 되기 전에 한 말”이라며, “이사장으로서 업무를 무조건 편향적으로 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사장직의 중요함을 스스로 느끼고 나름대로 올바른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야당 측 요구를 일축했다.
한편,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지난 5일 한국방송공사 국정감사에 앞서 야당의원들의 고 이사장 사퇴 논의제안에 대해, “지난 방문진 국정감사현장에서 증인으로 나온 고영주 이사장의 답변태도에 대해서는 비록 여당간사 이지만, 문제제기를 했었다”면서도, “국정감사는 국민을 대신 해 정부에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자리이지, 개인 고영주의 과거 역사관이나 정치에 대한 생각이나 사상이 무엇이다를 검증하는 자리는 아니다”고 말해 국정감사에 임하는 의원들의 태도에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