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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중공을 괴물로 키웠나...미국에서 비판받는 ‘헨리 키신저’

美 의회전문매체 ‘더힐(the Hill)’, 닉슨의 후회 재조명 “우리가 중공이라는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었던 것일까”

근래 워싱턴 정가에서는 중공 관련 미국의 안보위기를 초래한 원흉으로 헨리 키신저 전 국무부장관과 그의 추종자들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키신저류 친중파들이 데땅트 이래로 중공을 괴물로 키워놓았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6일(현지 시각), 미국의 의회전문 매체인 '더힐(the Hill)'은 ‘헨리 키신저는 여전히 훌륭하지만, 또 여전히 중국에 관해서는 틀렸다 (Henry Kissinger is still brilliant and still wrong about China)’ 제하 조셉 보스코(Joseph Bosco) ‘글로벌 대만 연구소(Global Taiwan Institute)’ 자문위원의 칼럼을 게재했다. 보스코 위원의 칼럼은 헨리 키신저의 과거 미중 수교 전략에 대해 날로 냉엄해지고 있는 워싱턴 현지의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칼럼 서두에서 보스코 위원은 “지난 주 윌슨 센터의 ‘키신저 연구소(Kissinger Institute)’에서 백악관 안보보좌관이자 국무부 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의 전직 동료들이 키신저의 구술 역사서인 ‘키신저가 키신저에게(Kissinger on Kissinger)’에 관한 포럼을 개최했다”고 알렸다. 

이날 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스테이플튼 로이(Stapleton Roy)’와 ‘윈스턴 로드(Winston Lord)’는 모두 주중대사를 역임한, 이른바 ‘키신저 사단’ 출신들이다. 

포럼에서 이들 키신저의 후예들은 키신저를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외교관”으로 치하했다. 보스코 위원은 “이들은 키신저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재임 시절을 ‘미국 외교의 황금기’인 동시에 ‘모든 외교관과 대통령이 본 받아야할 모범사례’로 헌정했다”고 전했다.

보스코 위원에 따르면 이들 키신저의 후예들은 “전략적 사고를 갖춘 대통령과 그의 비전을 집행할 전술가(안보보좌관)의 조합은 닉슨-키신저 시대의 개념적 탁월성”이라고 닉슨 행정부를 예찬하면서, 이에 덧붙여 “이런 조합은 오늘날 복제되기 어렵고, 결단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중국과 베트남과의 주요 회담에서 키신저를 보좌한 윈스턴 로드 전 대사는 “키신저가 설계한 미국의 대전략의 유산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로드 전 대사는 ▲중공 개방 ▲미소 데탕트 ▲베트남 철수 ▲중동 정책 등을 키신저 외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았다.

스테이플튼 로이 전 대사도 “중공 수교라는 돌파구가 냉전의 전환점(turning point)을 마련했다”며 “중공 수교를 바탕으로 소련을 전략 군축 회담인 SALT에 참여시켜 미-소 데탕트 체제에 진입, 궁극적으로 소련을 해체시켰다고 말하면서 데땅트를 예찬했다. 

하지만 키신저 외교의 성과에 대해서 보스코 위원의 생각은 다르다. 보스코 위원은 이번 칼럼을 통해서 포럼에서 나왔던 키신저 외교에 대한 호평들이 모두 ‘근시안적 역사관(historical myopia)’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보스코 위원은 “사실 미-소 데탕트 시기야말로 냉전 기간 중에서 가장 긴장이 고조됐던 시기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핵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던 1973년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과의 ‘욤 키풀(Yom Kippur)’ 전쟁을 그 대표 사례로 꼽았다. 

계속해서 보스코 위원은 “키신저의 데탕트로 촉발된 미-소 긴장고조 상황은 10년 후에 레이건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해소됐다. 레이건 행정부는 소련을 ‘악의 제국(The Evil Empire)’으로 규정하며 전세를 역전시켰다”면서 “이는 훗날 러시아의 푸틴이 미국 레이건 행정부 기간을 러시아 입장에서 ‘20세기 최악의 지정학적 재앙의 시기라고 평가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첨언했다.  

키신저 사단, 트럼프 외교를 허풍·자만심 외교로 깎아내려

키신저 사단은 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다. 실제로 포럼에서 로드 전 대사는 닉슨-키신저 외교의 ‘황금 기준(gold standard)’과 비교하며 트럼프 행정부 외교 전략을 깍아내리기도 했다.

로드 전 대사는 “현 정권(트럼프)에서는 전략 개념은 물론, 방향성조차도 가늠할 수 없다”면서 “(트럼프 외교는) 다분히 충동, 허풍 및 자만심으로 점철됐다”고까지 말했다.

로드 전 대사의 트럼프 행정부 깍아내리기에 대해서 보스코 위원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먼저 로드 전 대사는 ‘전략(strategy)’과 ‘전술(tactics 혹은 tweets)’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 행정부는 역대 그 어떤 정부와도 다르게 무역, 대만, 남중국해, 북한 등 중공과 관계된 문제에 대해서 ‘다차원적(multidimensional)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즉, (로드 전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술적 우회(tactical twists)’를 ‘전략적 관리부실(strategic mismanagement)’로 착각하는 인식 오류를 보여주고 있다.”


보스코 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전술에 해당하는 개별 대외정책들은 이미 발표된 ‘新국가안보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과 정확히 조응하면서 일관성도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스코 위원은 오히려 과연 닉슨-키신저 시대의 외교정책이 전략과 전술의 조화가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전략적 비전은 ‘중국은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닉슨은 자신의 퇴임 후 더욱 강대해졌을 뿐인 중국을 보고 ”우리가 어쩌면 프랑켄슈타인(괴물)을 만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며 후회했다. (Nixon’s strategic vision was that “China must change,” and he regretted years later that it had only grown more powerful: “We may have created a Frankenstein(monster).)”


이른바 ‘키신저 신화(Kissinger mythology)’와는 달리, 보스코 위원에 따르면 닉슨 대통령의 당시 對중국 비전은 ‘전략적(strategic) 혜안'이 아니라 ‘거래적(transactional) 목표’ 정도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보스코 위원은 “당시 닉슨 대통령의 의도는 미-중 수교를 대가로 하여 소련을 견제하고 또 베트남과 대만에서 '우아하게 퇴장(graceful exit)’하려는 것이었다”며 “닉슨은 소기의 목적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향후 중공과 추가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고 해석했다.

보스코 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야말로 닉슨 대통령의 염원인 ‘평화적 공존을 위한 중공의 변화’에 대한 목표에, 역대 어느 정권보다 근접해 있다”고 강조하며 칼럼을 마무리했다.




美 현존위험위원회, ‘중공 해체’ 전략 주문


현재 미국에서는 레이건 행정부에서의 ‘소련 해체’ 전략에 준하는 ‘중공 해체’ 전략을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하는 목소리도 날로 힘을 얻고 있다. 

지난 4월 중공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현존위험위원회 : 중공(Committee on the Present Danger: China, CPDC)’의 주요 발제자로 나선 데이비드 골드만(David P. Goldman)은 트럼프 행정부의 對 중공 정책의 한계성을 지적하며, 냉전시기의 레이건 행정부가 주창했던 ‘냉전 종식(소련 해체)’ 수준의 강력한 對 중공 해체 전략을 주문했다.


골드만은 발제를 통해 지금과 같은 ‘중공 변화 유도’가 아니라, ‘중공 해체’에 분명하게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은 서구문명과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적 통치 체제로의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관세 보복’, ‘화웨이 압박’은 10년 전에나 유효했던 정책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대중 전략은 본질적으로 ‘공격’이 아닌 ‘방어’로, 중공의 추격을 늦추는 효과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은 ‘투자은행가(Investment Banker)’ 출신으로서 중공의 일대일로(Belt & Road Initiative, BRI)에 대한 새로운 견해도 내놨다. 그는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는 단순히 전략적 요충지 획득이라는 지정학적 목표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대일로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멕시코, 브라질에 이르는 남반구 경제권 전체를 잠식하기 위한 중공의 포석이라는 것이다.

골드만에 따르면 일대일로는 참여 국가들의 20억 노동인구를 갈취하기 위한 전략이며, 여기서 ‘화웨이(Huawei)’는 중공식 ‘전자 상거래(E-Commerce)’ 및 ‘핀테크(E-Finance)’ 기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선발대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중공은 급격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남반구로의 팽창 야욕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골드만은 이러한 중공을 상대하기 위해서 냉전을 종식시켰던 다음과 같은 '응징적 전략(strategies of vengeance)'을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 국방보조금/세금감면혜택을 이용해 미국의 주요 첨단산업이 해외로 유출되는 일을 차단할 것


▲ 국방부 예산 우선순위를 변경하여 ‘재래식 전력(legacy systems)’보다 ‘획기적인 첨단 국방기술(advance technologies)’에 대한 투자를 증액할 것

▲ 새로운 국방 교육법을 재정함으로써 국방 예산을 통해 과학 인재를 육성할 것

▲ 중공의 우수 과학 인력들이 해외로 나가도록 ‘두뇌 유출(Brain Drain)’을 유도할 것


눈여겨볼 점은 이 대목에서 골드만이 중공의 일대일로에 대적하기 위한 핵심 파트너로 한국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그는 “중공의 일대일로에 대항해 일본, 한국, 인도 등과 함께 인프라 프로젝트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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