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이 바그다드 국제공항 점령작전을 하면서 비 재래식 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이프엣딘 타하 알-라위 전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장은 9일 내용이 공개된 알-자지라 방송 회견에서 미군이 바그다드공항을 공격하면서 중성자탄과 인(燐) 폭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의 수도인 바그다드는 바그다드공항이 미군에 점령된 직후인 2003년 4월9일 함락됐다.
미국이 이라크 점령 후 포커용 카드에 얼굴을 넣어 수배한 사담 후세인 정권 인사 55명에 포함됐던 알-라위는 지금까지 도피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에게는 1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알-라위는 알-자지라와 비밀리에 가진 이 회견에서 "적이 바그다드공항에서 중성자탄과 인 폭탄을 사용해 공격해 왔다"며 뼈까지 타들어간 이라크 병사들의 시신을 그 증거로 들었다.
그는 또 미군이 당시 사용한 폭탄은 이라크 병사들을 전멸시켰지만 바그다드공항 내의 건물과 다른 시설물에는 아무런 손상을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하면서 피부에 닿을 경우 금방 뼈까지 살을 태우는 백린(白燐) 성분의 소이탄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진 적은 있지만 중성자탄을 사용했다는 의혹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이다.
열 핵반응 무기인 중성자탄은 최소한의 폭발력과 열을 내지만 장갑(裝甲)까지 투과할 수 있는 다량의 방사능 물질을 방출해 인체에는 특히 치명적이라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알-라위는 당시 약 2천 명의 공화국 수비대 병력이 "순교할 때까지 싸웠다"고 주장해 미군의 바그다드 점령 작전 당시 중성자탄 공격 등으로 사망한 이라크 병사가 적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편 알-라위는 이라크 군 지휘부는 미군이 침공 초기에 공습작전을 최소한 1개월 이상 끌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적이 (침공) 첫 날이나 둘째 날부터 지상공세에 착수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았다"며 미군이 공습과 지상 작전을 거의 동시에 시작해 이라크 군 지휘부가 놀랐었다고 회고했다.
(카이로=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