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참패 이후 심화돼온 한나라당의 내분 상황이 예측불허의 국면을 맞고 있다.
내분 봉합이냐, 지도부 총사퇴 유도를 통한 정면승부냐를 놓고 고심중인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 캠프 내에서 이재오(李在五) 최고위원의 사퇴 여부를 놓고 의견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최고위원은 1일 오전 이 전 시장과 단독 회동을 갖고 사퇴강행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 전 시장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만류했고, 캠프 내에서도 강온 양기류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의 최측근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이 전 시장과 이 최고위원)의 주장이 워낙 팽팽해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으로선 막판조율을 통해 이 전 시장이 이 최고위원의 입장을 받아들이거나 역으로 이 최고위원이 이 전 시장의 입장을 대승적으로 수용하는 양단간 결단만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어느 쪽이 더 유력한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전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시장과 이 최고위원은 측근들에게도 행적을 알리지 않은 채 `잠행' 하면서 물밑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최고위원의 거취 관련 입장 표명은 2일께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 최고위원이 소신대로 사퇴 입장을 표명하게 되면 당 지도부의 해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후 당권을 둘러싼 박.이 양측 캠프의 대치는 한층 첨예화 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결별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이 최고위원이 지도부에 잔류할 경우 당은 급속도로 봉합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며 강 대표 체제의 `당 중심론'이 힘을 받으면서 경선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최고위원의 결단이 늦어지자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측은 이 전 시장이 당을 분열로 끌어가고 있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인천 중앙병원 산재 환자들을 위로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있을 대사를 앞두고 당이 빨리 안정돼 한 마음으로 나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바"라며 "부족하면 분발하고 당의 변화와 개혁을 이뤄야 하는데, 변화와 개혁은 강한 의지를 갖고 개혁안을 실천하는 바로 그것"이라며 이 전 시장측의 조속한 쇄신안 수용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최경환 의원은 "이 최고위원이 끝내 사퇴한다면 그것은 당을 깨자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그럴 경우 당 분열에 대한 책임은 이 전 시장측에서 몽땅 뒤집어쓸 수 밖에 없다"고 `당 분란 책임론'을 제기했다.
강재섭(姜在涉) 대표는 이날 저녁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상임고문단 21명을 초청해 만찬회동을 갖고 당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상임고문단 대표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골육상쟁을 해서 얻어지는 것이 뭐가 있느냐"며 "빨리 당을 수습하고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며 당내 분란의 조속한 수습을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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