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TV토론에서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한 이정희 후보 충격파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이 후보가 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며 인신공격성 질문을 퍼부은데 대해 좌우 진영의 반응이 엇갈리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MBC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TV토론 다음날인 5일 하루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34.4%의 응답자가 '가장 토론을 잘한 후보'로 박 후보를 꼽았다.
문 후보는 21.5%의 응답을 얻었으며, 가시 돋친 발언으로 박 후보를 몰아세운 이 후보는 23.4%로 문 후보보다 '토론을 잘했다'는 응답을 많이 얻었다.
그러나 TV토론회에 대해 '대체로 잘 안 된 토론회'라는 평가가 62.1%로 '대체로 잘 됐다'는 평가(27.4%)보다 훨씬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 박 후보와 문 후보는 45.1% 대(對) 40.7%의 지지율로 여전히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이어갔고, 통진당 이 후보는 1.4%를 얻었다.
이 후보가 박 후보에게 맹공을 퍼붓는 과정에서 말실수를 하는 등 크게 유리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일부 지적이 나왔음에도 박 후보가 토론회를 통해 적지 않은 소득을 올린 건 박정희 대 노무현 프레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식 이름인 ‘다카키 마사오’를 언급하면서 이번 대선이 ‘박정희 대 노무현 프레임’이라는 점을 더 강하게 인식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는 민주통합당이 얼마 전 MBC 보도국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부분이다. 문재인 후보가 이 프레임으로 박 후보를 공격하지 않은 점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데 이정희 후보가 나서서 민주당이 없애고 싶었던 프레임을 너무나 명확하게 다시 재설정해줬다. 지지층에겐 순간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을 진 몰라도 민주당측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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