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남동 5.18 기념성당에서 열린 천주교 광주대교구 시국미사는 한마디로 '자기 눈속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만 보는 격이다.
일단 시국미사명이 도저히 종교행사라 할 수 없을 정도의 명칭이다.
‘박근혜 사퇴 이명박 구속 촉구 시국미사’ 라는 명칭이 그것이다.
종교란 모름지기 사랑과 자비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감싸안으면서 용서하며 화해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종교다.
그런데 멀쩡한 현직 대통령을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지어 사퇴를 요구하질 않나 다소 흠이 있다손 치더라도 엊그제까지 일국의 대통령의 지낸 분을 구속하라고 촉구하는 미사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증오를 부추키고 상대를 옭아매려는 저의를 가진 이 행사를 누가 과연 종교의식이라고 보겠는가?
그래서 이 시국미사는 가짜다. 사이비 종교인들이 모여 사이비 종교의식행사를 치른 것이다.
마침 시국미사가 열린 이날은 전남 신안군 신의도에서 발생한 이른바 ‘전라도 섬노예’ 사건으로 전라도가 전국적으로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시점이다
광주에서 불과 40여분 떨어진 전남 신안군의 한 섬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급기야 미국의 CNN까지 보도돼 신안군과 전라도 때문에 나라가 망신살이 뻗쳤다는 얘기가 인터넷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 국가에서 노숙자를 데려다가 노예처럼 부려먹은 일들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는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덕분에 신안군과 전라도는 개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이런 망신을 탓하기 앞서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기울여 할 부분은 인권유린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다.
서울 길거리에 흔히 나뒹굴고 있는 노숙자나 걸인들에 대해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나다니는 게 지금의 세태다.
그래서 어쩌면 노예주인의 변명대로 '그런 불쌍한 사람 데려다가 옷주고 밥주고 월급줘가며 일 좀 시킨 게 뭐가 문제냐' 는 항변도 나름 일리가 있다.
국가와 가족들로부터 버림받고 자기자신의 희망도 잃어버려 그야말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은 불쌍한 영혼들.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대개 그런 사람들이 이른바 ‘섬노예’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사건의 진원지인 신안군 일대에선 이와 유사한 인권유린 사건이 여러차례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관계기관은 땜질 처방에 그쳤다. 사과성명 대충 발표하고 넘어가곤 했다.
그래서 '전라도 섬노예' 사건은 되풀이됐다.
문제는 몸이 불편하고 정신이 박약한 사회적약자를 상대로 한 인권유린 현장에 종교는 없었다는 점이다.
사건의 현장이 같은 전라도 권역에 있었지만 이들을 가장 관심 있게 돌봐야 할 천주교는 없었다.
대항할 힘조차 없고 사회에 기댈 힘조차 없는 이 불쌍한 영혼들이 전라도 그 어느 섬에서 고통받고 있었지만 이곳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천주교는 없었다.
筆者는 같은 전라도 땅에 살지만 이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나 광주 대교구 소속 그 어떤 성당이나 신부들이 불쌍한 영혼들의 억울한 인권에 대해 논한 것을 여지껏 들은 적이 없다.아니 오히려 한통속이 된지도 모른다.
사법부의 재판이 진행중인 국정원 댓글 사건을 자기멋대로 판단하며 단죄해 여성 대통령에게 퇴진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본인들 본연의 임무인 종교적 구원 행위에 대해선 ‘나몰라라’ 하는 자들.
이들에게 전라도 신안 앞바다 섬에서 죽어가는 불쌍한 영혼들의 구원이나 인권처우 문제는 남의 일이 된지 오래다.
예수께서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만 본다고 꾸짖는 사람들은 바로 이들을 두고 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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