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번 글은 미국의 사이언스베이스드메디슨 블로그의 편집인이자 의사인 데이비드 고스키(David Gorski)의 글 'Hype over science: Does acupuncture really improve the chances of success for in vitro fertilization?'를 번역한 것입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서범석 특보가 번역했으며, 과학중심의학연구원 황의원 원장이 편집했습니다.
침을 맞으면 여성들이 수월하게 임신할 수 있다는 것은 얼토당토않게 들린다. 하지만 한 과학 연구에 따르면, 배아(胚芽)를 자궁 내에 착상시키기 전과 후에 적절하게 침을 놓을 경우 임신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고 한다.
이 놀라운 발견은 아직 검증됐다고 보긴 어렵고 현재로선 어떻게, 왜 침술이 효과를 발휘하는 지에 관한 가설들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몇몇 불임 치료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단순한 침술 치료법이 전통적 불임 치료법과 병행하여 시술될 수 있는 유용한 치료법으로 검증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였다.
이 기사는 금요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라디오, TV, 뉴스 사이트, 블로그 등등 온갖 미디어에 도배질 되다시피 했다. ‘과학적인 연구 끝에, 불임 커플들이 침을 맞아 임신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둥의 찬양 일색의 논조가 그 공통된 특징이었고, 비판적인 이야기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부모들이 아이를 갖기까지 얼마나 고생을 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문득 다음과 같은 사실이 궁금해졌다. 이 연구에서 내린 결론이 실제로 지금 대중 매체에서 떠들어대고 있는 것과 같은 내용일까? 도대체 이 연구의 어떤 부분이 그리도 참신하기에 언론에서 이렇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호들갑스럽게 선전하고 있는 것일까?
침술에 극히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이 ‘SBM(Science-Based Medicine)’ 사이트( http://www.sciencebasedmedicine.org)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가 - 특히 스티븐 노벨라(Steven Novella)가 - 침술에 대한 생각을 고쳐먹을 필요가 있는 것일까? 침술의 효과에 대한 이 따위 형편없는 근거나 손톱만큼도 설득적이지 않은 생리적 메커니즘 설명을 받아들여서?
그러기 전에, 일단 ‘ABC 뉴스’에 실린 기사 내용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메릴랜드 의과대학 연구원인 ‘에릭 만하이머(Eric Manheimer)’가 이 분석 연구를 이끌었으며, 정부 기관인 ‘보완대체의학 국립센터(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에서 연구비를 지원하였다. 분석 결과는 지난 금요일 ‘영국 의학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BMJ)’에 발표되었다.
침술 치료는 보통 통증이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특정 신체 부위에 아주 얇은 바늘을 꽂는 치료법을 가리킨다. ‘에릭 만하이머(Eric Manheimer)’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불임 치료 시 침술을 사용하면 자궁으로 통하는 혈류 량을 증가시키고, 자궁 경관을 이완시키며, 모체 내 배아 착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투쟁-도주’ 반응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억제시킬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미국, 독일, 호주, 덴마크에서 ‘체외 수정(in vitro fertilization)’ 경험이 있는 1,366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행한 7개의 실험들이 분석 자료로 쓰였다. ‘체외 수정(시험관 아기)’이란 자궁에 착상시킬 배아(胚芽)를 생성하기 위해 연구실에서 인위적으로 정자와 난자를 혼합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 뉴스 기사에서 우리가 캐치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이것은 독창적인 별도의 연구가 아니라 기존에 나와 있던 다른 실험 결과들을 ‘메타 분석’한 것이라는 점이다. ( Effects of acupuncture on rates of pregnancy and live birth among women undergoing in vitro fertilisation: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이 논문의 저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 지 들어보자:
수세기 동안 중국인들은 여성 생식체계를 조절하기 위해서 침술을 사용해 왔습니다. 침술이 임신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잠재적 메커니즘으로 다음 세 가지 가설이 제시되었죠. 첫째는, 침을 시술하면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조정하여 ‘생식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onadotrophin-releasing hormone)’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으며 이것이 월경 주기, 배란(排卵), 임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침술이 자궁중추교감신경의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자궁으로 통하는 혈액의 순환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침을 놓으면 ‘내분비 오피오이드(endogenous opioids)’ 생성을 활발하게 하여 중추 신경계의 일탈을 막고 생물학적 스트레스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고대의 지식에 의존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점부터 짚고 넘어가자. ‘사혈법(瀉血法)’같은 미개한 방법도 수백 년 동안이나 치료법으로 활용된 적이 있다. 어떤 것이든 치료법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게 수세기 동안이나 쓰였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입증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또 위에서 분석 저자들이 언급한 다른 부분들은 순전히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침술이 자궁으로 통하는 혈류 량을 늘려줄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참고 문헌을 그 예로 들어보자.(Reduction of blood flow impedance in the uterine arteries of infertile women with electro-acupuncture)
참고 문헌에서는 일반적인 침술이 아닌 ‘전기침술요법(electroacupuncture)’에 관해 다루고 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이다. 더군다나 이것은 피실험자들이 무작위 배정되지도, 대조군도 두지 않은, 소규모 - 단 열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 로 행해진 빈약한 실험이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허리뼈(腰椎)’와 ‘엉치 척추뼈(薦椎)’ 부분에 전류를 흘려 보내면, 자궁으로 통하는 신경을 자극할 수도 있기는 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실험은 침술을 시술하면 자궁 혈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L4-S3 부분에 전류를 흘려 보내면 자궁 혈류량을 촉진할 수도 있다는 것에 관한 실험이라고 정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실제로 연구 논문에도 자궁으로 통하는 신경 분포를 고려하여 전기 자극을 줄 지점을 취하였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더 가관인 것은, 침을 놓으면 ‘내분비 오피오이드(endogenous opioids)’ 분비가 활성화되고 이것이 침술이 효과를 발휘하는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내세운 참고 문헌이 사실은 침술에 관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 메타 분석에서는 (침술이 불임을 치료할 수 있다는) 그 어떤 합리적인 생리학적 메커니즘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
이제는 우리 모두가 잘 알다시피, ‘사전 개연성(prior plausibility)’이 극히 낮은 가설을 검증하고자 임상시험들을 행할 경우 피상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별다른 의미도 없는 잡스런 정보가 해당 주제를 좌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빈약한 연구 자료들을 재료로 ‘메타 분석’을 행하면 그딴 잡스런 정보를 극도로 증폭시키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이 ‘메타 분석’ 자체를 한 번 살펴보자. ‘체외 수정’ 성공률을 높여준다는 침술 실험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침술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질환들과 달리 그 결과가 객관적으로 눈에 보인다는 점일 것이다. 해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말이다. 그런 객관적인 결과로는 임신, (12주 넘게) 지속되는 임신, 정상 출산 등이 있다.
기본적으로, 연구 저자들은 ‘메드라인(Medline)’, ‘엠베이스(Embase)’, ‘코크란 센터(Cochrane Central)’, ‘중국 생체 의학 데이터베이스(Chinese Biomedical Database)’ 같은 다수의 데이터베이스들에 저장된 자료들을 조사하였다. 또한 저자들은 ‘불임 치료’를 주제로 열리는 세 개의 메이저급 연례 학회의 발표 자료들 역시 검색하였다.
분석 자료 선정은 꽤나 엄중하게 이뤄졌다. 도합 108개의 초기 연구들을 찾은 후, 그 중 7개의 연구 – 1,366명의 피실험자들이 포함된 - 만으로 분석할 자료를 압축하였다. 분석 저자들이 침술을 ‘배아 이식(胚芽 移植)’에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만 인식하였기 때문에, 배아 이식일 하루 동안에만 침을 놓은 임상 실험 자료들만 분석에 포함되었다.
불행히도 연령, 불임 기간, 기존 ‘체외 수정’ 시도 횟수 등 ‘체외 수정’ 성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타 숱한 요인들에 관한 데이터는 전혀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연구자들이 찾아낸 것이 무엇이었던가? 종합적으로 볼 때, (분석된 7개의 연구 중) 3개의 연구에서는 침술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결론을 내렸고, 다른 3개의 연구에서는 통계적으로 볼 때 침술이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마지막 1개의 연구에서는 침술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분석 저자들은 이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체외 수정’ 전에 침술 시술을 받은 여성들이 임신할 ‘상대 위험도(relative risk)’가 1.65(95% 신뢰 구간, 1.24~2.14)이며, 시술을 받지 않은 여성들의 경우에는 각각 1.87(95% 신뢰 구간, 1.40~2.49) 및 1.91(95% 신뢰 구간, 1.39 ~2.64)이라고 확정 지었다.
이 7개의 연구들을 직접 살펴본 후, 나는 이 중 3개의 연구가 ‘맹검 처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조군’ 그룹에 가짜 침술 치료가 전혀 시행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저자들은 ‘플라시보 효과’가 (임신 성공이라는) 객관적인 결과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훨씬 낮다는 점에 근거하여 분석에 포함된 연구들이 ‘맹검 처리’ 되지 않았다는 것을 - ‘이중 맹검 처리(double-blinded)’되지 않았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 정당화하기 위해서 숱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두 가지 이유로 나는 저자들의 이런 주장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첫째, 배아를 자궁에 이식할 때 모체가 불편함을 느끼는 게 이식 성공을 방해할 수 있다면, 이식 중에 자신이 효과적인 보조 치료를 받고 있다고 믿는 여성이 더 편안함을 느껴 임신할 확률이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약한 수준이긴 하지만 침술이 실제로 편안한 느낌을 유도할 수 있다는 암시적 근거가 있으며, 이 ‘ABC 뉴스’ 기사에는 침술 때문에 편안함을 느꼈다는 개인적 간증마저 실려 있다:
최근 ‘휴스턴’으로 이사한 ‘앤 트레비노(Ann Trevino, 37살)’ 박사는 침술 시술로 임신할 수 있었고 침술이 불임 치료에 효과를 발휘했다고 믿는다. 원래 살던 ‘산 안토니오’의 한 불임 클리닉에서 침술과 체외 수정을 동시에 시도하여 임신에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전에 ‘자궁 내 수정(intrauterine insemination)’을 세 번이나 시도한 경험이 있지만 모두 실패했었다.
“저는 침술에 관한 자료들을 읽은 적이 있어요. 인터넷 상에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찾는 다른 환자들이 전부 그렇겠지만요. 저로서야 임신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시도할 용의가 있었죠. (침술 시술 덕분에) 배아가 착상될 때 굉장히 온화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앤 트레비노’의 말이다.
만약 편안한 기분이 들 때 배아 착상이 수월하고 초조한 기분이 들 때는 그렇지 않다는 게 사실이라면, 배아를 착상시킬 때 편안한 기분이 들게끔 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라도 임신 성공률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침술용 바늘 따위가 왜 필요하겠는가?
둘째,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배아’를 착상시키는 ‘산부인과 전문의’는 어떤 환자가 침을 맞았고 어떤 환자가 침을 맞지 않았는지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전 인지 사실이 착상 과정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혹은 착상시킬 배아의 숫자를 몇 개로 할지 그 결정 과정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는지 우리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분석 저자들은 이렇게나 중요한 이슈를 다음과 같은 언사를 늘어놓으며 회피하고 있다.
배아(胚芽) 이식을 담당하는 의사들을 ‘맹검 처리’하는 것은 또 다른 잠재적 편향 - 집행 편향(performance bias) - 을 야기할 수 있기에, 분석에 포함된 7개 중 3개의 실험에서는 담당 의사들이 ‘맹검 처리’되지 않았다. ‘배아 이식’에 드는 비용이 비싸다는 점과 클리닉 입장에서 높은 임신 성공률을 유지하기 위해 ‘배아 이식’을 성공리에 마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고려해 보면, 우리는 담당 의사들이 모든 불임 환자들에게 성공적인 이식 수술을 하는 것에 더 의욕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침 시술이라는 비독점적 치료가 효과적인 보조 치료법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보다는 말이다. 보통 그 결론이 (임신, 출산 등) 전적으로 객관적일 수 밖에 없는 ‘수정능력저하(= 불임)’와 관련된 임상 실험을 행할 때, ‘피시술자(환자)’나 ‘시술자(의사)’ 둘 모두 ‘맹검 처리’하는 경우는 ‘드물며’, 실험 결과가 편향되었을 위험도를 평가할 때 이런 ‘맹검 처리’를 했느냐 안했느냐 여부가 항상 핵심 요소로 고려되는 것은 아니다.
분석 저자들이 인용한 ‘참고 문헌 17’에 ‘피시술자(환자)’나 ‘시술자(의사)’ 둘 모두 ‘맹검 처리’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기술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말 역시 적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맹검 처리’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임상 실험에 임하는 사람들은 ‘실험에서 행해지는 치료 - 한 개 혹은 두 개의 치료법 모두에 - 의 효과에 대해, 어떤 예감 같은 것을 자연스럽게 갖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맹검 처리’하였을 때에라야만, 자신들의 직감에 영향 받지 않고 치료에 대한 판단이나 평가를 하였다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생식복제기술 실험 시 ‘이중 맹검 처리’는 거의 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생식샘자극호르몬 실험(gonadotrophin trial)’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이나 (실험 결과를 평가하는) 평가자들 역시 ‘맹검 처리’하지 않고 할당되는 것이 타협안으로 수용되었다. 임상 실험을 진행할 때 ‘이중 맹검 처리’하는 것이 그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준다고 가정하는 것이 논리적이며, 이론적으로만 보면 이는 단순히 ‘똑같아 보이는 치료(제)’를 준비하는 것에 관한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 실험용 치료제는 대조군에 줄 치료(제)와 구분이 안 되게끔 포장해야 한다. 이렇게 준비하기란 사실 매우 어렵기에 필연적으로 새로운 자격 실험들이 필요하게 된다. 진정한 ‘이중 맹검 처리’가 매우 이상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란 극히 까다로운 게 사실이라는 말이다.
재밌는 것은, ‘종양학’에서는 ‘실험 대상 치료(제)’와 ‘가짜 치료(제)’를 서로 분간이 안 되게끔 포장해서 어떻게 해서든 플라시보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왜 ‘체외 수정’의 경우에만 유독 더 까다로워서 하기 어렵다는 것인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떤 경우라도, 이러한 언급이 ‘체외 수정 실험’시 어느 쪽이 ‘실험군(實驗群)’인지 모르도록 치료 그룹을 맹검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저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지는 못한다.
나아가 저자들이 인용한 '참고문헌 35'의 경우, 비록 연구 설계 및 통계에 관한 타이틀을 달고 있긴 하지만 실제 내용은 전반적인 연구 설계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통계 및 보고 방법에 대한 것이 그 주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이 문헌에서는 ‘맹검 처리(혹은 할당 은폐)’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슐츠 등(Schulz et al, 1995)’의 연구자들이, 무작위 배정 연구의 편향(偏向)과 관련된 연구 질을 따질 때 가장 관련성이 큰 것은 ‘할당 은폐(Concealment of allocation / 자신이 어느 그룹에 할당되었는지 모르게끔 알려주지 않는 것)’라는 점을 실증 연구를 통해 밝힌 이후 ‘할당 은폐’는 더더욱 주목을 받아 왔다. ‘슐츠 등(Schulz et al, 1995)’의 연구자들이 임신과 출산 분야에 관한 250개의 임상 실험을 분석한 결과, 그 중 32%만이 적절하게 은폐되었으며 18%는 특정 무작위 배정 방식을 활용하였음을 밝혀 냈다. 우리가 실시한 메타 분석에서 이 수치는 각각 34%와 64%에 달하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무작위 배정 보고에 큰 향상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할당 은폐’ 보고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언급 역시 ‘이중 맹검 처리’가 체외 수정 실험에서는 중요하지 않다는 저자들의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지는 않다. 사실상 이러한 언급이 가리키는 바는 ‘체외 수정’에 관한 많은 실험들이 - 비단 ‘체외 수정과 침술’에 관한 실험 말고도 - 형편없이 설계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이것은 실험 참가 의사들이 피실험자(불임 환자)들을 최선을 다해 살피도록 동기부여가 충분히 되었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니다. 실험 과정’이나 ‘임상적 의사 결정 과정’에 무의식적인 변경이 가해져 자신들이 행하는 치료를 알 수 있었느냐 아니냐의 문제일 뿐이다.
해당 연구의 가장 강력한 결론 중의 하나는 하위 그룹 분석들에서 나왔다. 저자들은 분석한 9개의 하위 그룹 중 오직 한 그룹 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연구들보다 ‘대조군’에서 더 높은 임신 성공률을 보인 세 개의 연구로만 국한해서 분석을 진행했을 경우, 침술의 ‘효과’는 실질적으로 사라져 버렸으며 ‘상대 위험도(relative risk)’는 ‘1.24(95% 신뢰구간 0.86~1.77)’로 떨어졌던 것이다.
이것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한다. 더 낮은 성공률을 보인 그룹들에서 침술이 더 ‘효과’ - 만약 효과가 있었다손 치면 - 를 보였던 것이거나 아니면 ‘잡스런 정보(noise)’와/나 이러한 그룹들의 표준화가 더 컸거나 편향에 더 취약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끝으로, 최근 이 블로그에서 항우울제 실험과 관련하여 다룬 바 있는 출판 편향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주류 의학이나 대체보완의학 모두에서 발견되는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긍정적인 결과의 연구들이 더 발표(= 출판)될 가능성이 높다 - 대체보완의학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 - 는 점이다.
그런 연구 결과들은 사람들 흥미를 끌기 훨씬 좋고 연구자들 - 검토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 역시 더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다. 부정적인 결과의 연구들은 발표되는 경향이 훨씬 적거나 발표된다고 하더라도 더 적은 수의 저널에 실리게 되는 것이다. 비록 애써 무시하려고 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연구의 저자들 역시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침술로 불임을 치료할 수 있다는 타당한 생리학적 근거는 전혀 없지만, 침술 시술자가 불임 환자들을 편안하고 이완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줌으로써 침술이 체외 수정 성공률을 높여주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나는 추측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연구는 그러한 결론을 뒷받침 해줄 만큼 설득력 있는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럴듯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연구는 과대 포장된 감이 없지 않다. 분석에 포함된 대부분의 연구에서 보이는 출판 편향 가능성과 맹검 처리 실패 사례를 결부시키면 이 연구에서 내린 결론에 심각한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이 연구는 보완대체의학 연구들에 메타 분석의 잣대를 적용한다는 것이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세상에는 감지되거나 측정된 적도 없는 - ‘기’라는 생명력이 경락을 타고 돈다 라든지 - 개념에 근거하였기에 이렇다 할 타당한 생리적 메커니즘도 없는 가설, 혹은 ‘존 이오아니디스(John Ioannidis)’ 박사가 기존에 지적하였던 대로 ‘잡스런 정보(noise)’나 ‘거짓 양성(false positive / 僞陽性)’에 온통 좌우되고 있어 보이는 무가치한 연구들에 과학적 방법을 적용하려고 무진장 애를 쓰는 연구자들이 많다.
한 마디로, 짧은 길을 멀리 돌아가려고 하는 사람들 말이다.
편집자주 :
존 이오아니디스(John Ioannidis)가 2005년에 '플로스메디슨(PLoS Medicine)'지에 발표한 논문인 '왜 대부분의 연구논문들에는 오류가 있는가(Why Most Published Research Findings Are False)'는, 해당 학술지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2,000회 이상)으로 의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 논문은 출판편향(puiblication bias) 등의 문제로 인해, 알고보면 결함이 많고 신빙성이 떨어지는 연구결과가 주요 학술지들에 실리고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존 이오아니디스의 글은 시사잡지 ‘애틀란틱(The Atlantic)’에 실리기도 했는데, 이오아니디스는 최근 13년간 가장 높이 평가받았던 의학 연구 49개를 선정한 후, 이중에서 45개 연구를 추려 추후 더 많은 샘플로 수행된 연구와 비교해보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7개(16%) 연구는 이전과 아예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고, 7개(16%) 연구는 선행연구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20개(44%) 연구는 그럭저럭 재현이 되었고, 11개(24%) 연구만이 무결했었다. 관련 내용은 존 이오아니디스와 관련 된 위키 항목을 참조하기 바란다.(John P. A. Ioannidis) 존 이오아니디스의 연구와 관련해서는 '세계일보'도 '이코노미스트'지를 인용해 다루기도 했었다.(“저명학술지 논문 3분의 1이 오류”)
역자 프로필 :
퇴몽사(退蒙士) 서범석
현재 입시 관련 정보를 다루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사회기여활동으로서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의 ‘홍보특별보좌관’도 겸임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성균관-조지타운 대학교 TESOL 과정을 수료했다. 20년 넘게 중증 아토피로 고생하며 여러 대체 의학을 접했지만, 그 허상에 눈을 뜬 후 사이비 의‧과학 속에 자리잡고 있는 ‘몽매주의’를 퇴치하는 번역 및 집필 작업에 뛰어들었다.
저서: Q&A TOEIC Voca, 외국어영역 CSI(기본), 외국어영역 CSI(유형), 외국어영역 CSI(장문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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