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야권의 표적이 된 모양새다. 지난 2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 열린 제 38차 방송심의소위원회 종합편성채널(종편) 관련 의결사항 6건 중 5건이 ‘TV 조선’ 프로그램이었다.
그 중 3건이 ‘장성민의 시사탱크’ 내용 중 일부여서, 특정 채널의 하나의 프로그램에 방심위 논의사항이 집중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3건의 심의사항 중 관계자들의 의견진술 참석연기로 인한 ‘연기 1건’ 외 2건은 각각 ‘의견진술’과 ‘의견제시’로 마무리됐다.
좌파진영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문제는 반복적인 야당폄하로 제재를 받고 있음에도 방송에 대한 처분 수위는 계속 낮다는데 있다”면서, “실제 시사탱크는 올해 7월까지 18건의 제재를 받았으며 이중 17건의 사유가 야당폄하였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의 이 같은 보도행태는 야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TV조선 야당폄하가 방심위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방심위 관계자에 따르면, 의견진술은 징계를 주기 이 전에 다시 한 번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심사숙고’의 과정이다.
이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일부 멘트를 문제로 전체에 대한 징계를 내리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또, 매 사안에 따라 내려지는 징계 처분을 전체적으로 묶어서 ‘솜방망이’라 매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야권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했다.
TV조선 측도, ‘장성민의 시사탱크’ 프로그램으로 접수되는 민원 내용에 대해, “야당 폄하문제로 시청자 불만이 접수되고는 있지만, 일부 민원일 뿐”이라며, “이 외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방심위 논의 대상 멘트들은 대부분 방송 출연자 지엽적인 표현...아예 입 다물어라?
방심위 논의 대상으로 올랐던 멘트들은 다음과 같다. ▲7월 20일 장성민 MC가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유병언 회장에 대해 그 난리를 칠때, 문재인 대표와 그당이 이 문제에 대해 단한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은 이유에 이제 감이 온다”에, 방송 패널인 이상휘 위덕대학교 부총장이 문재인 대표에 대해 “얍삽하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
▲7월 27일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한 이종훈 정치평론가가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회의 5차 혁신안에 대해 대담하는 과정에서 “혁신안의 이름은 ‘주권재민혁신위원회’이지만사실상 “주권재문”, “주권재노”라고 말한 것.
또, 방송은 비례대표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는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말을 전하면서 인터뷰 내용과 관련없이 ‘비례대표 공천, 거액의 검은 돈 수수 의혹’ 등의 자막을 내보낸 것.
▲7월 28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정치 민주연합 혁신안의 비례대표 확대와 의원 명수를 늘리는 건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대담을 하는 과정에서 장성민 MC가 “시장이시정에 바쁠텐데 큰 업적도 없이 결국 정쟁의 한 복판에 스스로 뛰어들어서 존재감을 만들며 대선주자로 이슈를 만들어 가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해석이 있다”며, “서울시정에 관심을 가져야 할 분이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고 말한 것 등이다.
기사를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한겨레 경향은?” “사실 그대로 방송하던데” “별로 문제될 것 없던데. 시원시원 하더만” 과 같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야권은 TV조선에 대해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10월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TV조선은 공정성•객관성 위반으로 타 방송사보다 월등히 많은 제재조치를 받았음에도 대부분 제재수위가 높지 않은 행정지도(35건 중 28건)를 받아, 방심위가 TV조선에 대해 솜방망이 조치를 내린 것으로 지적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올 9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민병호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TV조선, ‘15년 방심위제재사유의 68%가 ‘야당폄하’”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1달에 2번꼴로 제재 받으며 편파방송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방통위와 방심위의 솜방망이 제재를 넘어 과징금 등 중징계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야당 측의 이상한 논리, ‘야당 폄하’가 없으면 공정한 방송?
문 의원이 공개한 ‘종편도입이후, 지상파 3사 및 종편심의 현황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5년 1-7월까지 전체 제재건수 128건 중 TV조선이 56건(43.8%)을 차지해 종편 4사중 1위를 기록했다.
이 후, 채널A가 전체 128건 중 40건(31.3%)을 차지해 2위, MBN이 21건(16.4%)으로 3위, JTBC가 11건(8.6%)으로 4위로 나타났다.
또, 방심위의 2015년도 TV조선 제재사유를 보면, 전체 56건 중 ▲ 새정치민주연합 인사 및 정당에 대한 명예훼손 ▲ 관상 등 비과학적 내용을 통한 야당인사 폄하가 38건(약68%)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기타사유는 18건 이었다.
2위를 기록한 채널A의 경우, 제재건수 총 40건 중 야당 명예훼손은 11건(27.5%), MBN은 제재건수 21건 중 야당폄하가 1건, JTBC는 제재건수 11건 중 야당폄하 0건으로 나타났다.
명예훼손과 폄하를 묶어 ‘야당 폄하’ 건으로 셈한 결과대로라면, TV조선(38) 채널A(11), MBN(1), JTBC(0) 순이다.
하지만, 야당폄하를 제외한 방심위 제재 건으로 나열하면, 채널A(29), MBN(20), TV조선(18), JTBC(11)가 된다.
문 의원은 “(채널A와 비교하면), TV조선은 여당 폄하가 한 건도 없었다”면서도 “2015년도 방심위 제재 사유 분석 결과, MBN과 JTBC는 비교적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TV조선’은 가장 여당 편향적인 방송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강조했지만, ‘야당폄하’가 없으면 공정한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운 셈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정치편향성이 아닌 기타 사유 역시 방송 공정성과 관련될 수 있어, 문 의원의 주장은 ‘야당 폄하’가 많은 TV조선을 표적화 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5일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차기환 변호사가 출연,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씨에 대한 병역 면제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방심위에 방송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차 변호사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 양승오씨의 변호인으로, 양씨는 주신씨가 MRI 사진을 바꿔치는 방식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다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 당했다.
야권은 주신씨 병역과 관련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며, 박 시장을 옹호하고 있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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