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심규진 | 2014년 발표된 페이스북 실험은 감정이 전염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연구진이 이용자 약 69만 명의 뉴스피드에서 긍정적인 게시물의 노출을 줄이자, 이용자들이 쓰는 글에서도 긍정적인 표현은 줄고 부정적인 표현은 늘었다. 부정적인 게시물을 덜 보여주자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타인의 감정은 화면에 머물지 않았다. 그것을 읽는 사람의 언어로 옮겨갔다. 영화 「암살자(들)」 논란에서도 주목할 것은 분노의 전염이다. 다만 영화에 대한 반감이 광고와 배우에게 번졌다는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에는 상대 진영의 분노와 응징 방식이 진영의 경계를 넘어 되돌아왔다. 보수 관객들은 이제 자신들이 겪었던 방식으로 항의하고 있다. 그 전례가 스타벅스 사태다. 지난 5월 스타벅스는 5·18 기념일에 ‘탱크데이’라는 텀블러 판촉 행사를 진행했다.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도 사용했다. 부적절한 기획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부적절한 표현과 의도적인 역사 모독은 같은 판단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광주 희생자와 시민들의 투쟁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했다. 도덕적 책임을 넘어 행정적·법적·정치적 책임까지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인싸잇=심규진 | 요즘 보수 정치에서 흥미로운 역설 하나가 나타나고 있다. 한동훈은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선다. 민주당과 강하게 충돌하고 이슈를 선점하면서 상당한 미디어 보도량을 차지한다. 최근 차기주자 조사에서도 상승세가 나타난다. 그런데 한동훈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과 국민의힘 내부에서 그의 필요성이 커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오히려 반대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9월 2주차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2.1%, 더불어민주당은 36.1%였다. 한 주 전 국민의힘 37.6%, 민주당 41.8%였던 것과 비교하면 순위가 뒤집혔다. 물론 국민의힘의 반등을 ‘한동훈 효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부·여당에 대한 평가와 여러 정치 현안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다. 다만 한동훈이 많은 미디어 공간을 점유하며 대여 투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보수층의 관심과 결집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은 있다. 문제는 그 정치적 수혜가 어디로 귀속되느냐다. 한동훈은 국민의힘 당대표가 아니다. 당대표는 장동혁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면 제도적으로 가장 먼저 안전해지는 사람은 현직 당대표다. 미디어 지분은 한동훈이 가져가는데, 정당 지지율 상승이 만들어내
인싸잇=심규진 | 나는 수업에서 학생들과 종종 흥미로운 실험을 한다. 윤석열·이재명·김문수 등 한국의 주요 대선 후보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당에 속해 있는지, 무슨 공약을 내세웠는지를 모두 가린 채 사진만 보여준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묻는다. “정책과 정당을 전혀 모른다고 가정하고, 인상과 이미지만으로 판단한다면 누가 가장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까?” 놀랍게도 학생들의 선택은 실제 선거 결과와 상당히 자주 일치한다. 물론 이것을 과학적인 선거 예측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도자에게 어울리는 얼굴과 태도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작은 실험은 된다. 이어 “왜 이 사람이 가장 대통령답게 보입니까?”라고 물으면 더욱 흥미로운 답변들이 나온다. 학생들이 성장한 국가의 정치문화와 교육, 미디어 환경, 그리고 그 사회가 오랫동안 학습해온 지도자의 전형이 답변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 독일 여학생의 답변이었다. 그 학생은 초록색 셔츠를 입은 심상정의 사진을 골랐다.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군소정당 정치인 특유의 운동가적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사진이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심상정이 네 사람 가운데 가장 대통령
인싸잇=심규진 | 최근 국민의힘 내부 사정에 밝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밖에서 바라보던 것과는 다른 시각을 많이 접하게 됐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금 국민의힘 내부를 단순한 계파 갈등으로 보기보다,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가 서로 다른 정치적 공간을 담당하며 일정한 균형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많은 지지층은 정점식 원내대표의 최근 행보에 불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보면 원내대표가 대표와 항상 같은 목소리만 낸다면 오히려 대표와 지도부 모두가 동시에 공격받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당원과 지지층의 요구, 원내 현실, 재래식 미디어의 프레임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동혁 대표가 지지층의 정서를 대변하며 대여 투쟁의 상징성을 구축하고, 정점식 원내대표는 원내를 관리하며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구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당내 인사들은 한동훈이 제3당을 만들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었다. 유승민과 이준석의 제3당 실험이 남긴 정치적 학습효과 때문이다. 정치는 혼자 할 수 있지만 정당은 혼자 만들 수 없다. 결국 따라갈 정치세력
인싸잇=심규진 | 올림픽공원은 이제 보수 우파의 심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시작된 거대한 변화는 대한민국 보수 우파의 체제를 바꾸고 있다. 첫째, 우파 버전의 계몽 세대, 즉 깨어난 2030 신우파 세대와 문화를 형성했다. 이로써 장외집회에 대한 ‘극우’ 낙인과 ‘노년층’, ‘태극기부대’라는 기존 인식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지금 올림픽공원에는 청년을 비롯해 전 연령대가 모이고 있으며, 재래식 미디어가 씌워온 극우 낙인과 태극기부대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한 자정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구호를 ‘부정선거’로 할 것인가, ‘재선거’로 할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논쟁이 이루어지고, 여러 의견이 수렴되면서 집회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는 자성적이고 능동적인 우파 시민층이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 보수 우파 집회는 관변적 성격을 띠거나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조직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지도부가 없는 2030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디센트럴라이즈드(Decentralized) 방식, 즉 중앙집권적이지 않은 풀뿌리 자생형 시민 참여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둘째, 제도권과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인싸잇=심규진 |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이 본인 채널을 개설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조회 수 15만 회를 기록한 영상이 있다.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의 행위를 “범죄행위”라고 못 박은 발언이 화제가 되자, 이 당원게시판 논란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짚은 영상이다. 필자 역시 장동혁 대표의 “한동훈이 제명된 이유는 범죄행위 때문이다”라는 발언 이후, 제도권 언론의 한 베테랑 기자로부터 “당원게시판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가”라는 취재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놀라운 것은, 사건이 처음 터졌을 당시 국민의힘을 담당했던 기자조차 이 사건의 디테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기자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이랬다. 처음에는 한동훈 본인으로부터 “1968년생 동명이인이 쓴 글이라 한동훈 대표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 나왔다. 실명 검색이 되지 않아야 할 게시판이 실명 검색되는 문제가 불거지자 당 사무처가 홈페이지를 셧다운했다. 당시 법률위원장이 브리핑을 했지만,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마침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던 시기여서 “한동훈 가족들이 악플 좀 달았기로서니”라는 분위기 속에 흐지부지 넘어갔다. 이후 수사기관에서 별다른 입장
인싸잇=심규진 | 정치인은 언론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언론을 국민과 소통하는 창구가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언론은 자산이 아니라 부채가 된다. 정치의 본질은 메시지와 행동인데, 행동보다 연출이 앞서고 진정성보다 노출이 앞서면 국민은 결국 그것을 간파한다. 한동훈의 정치는 지금 그 뼈아픈 역설을 증명하고 있다. 과거 한 카메라 기자는 기자의 생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남의 불행은 우리의 한 꼭지, 더 큰 불행은 우리의 두 꼭지.” 이처럼 사건 현장에서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헤매는 언론의 비정한 공식을 가장 노골적으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인물이 바로 ‘서초동 편집장’이라는 별칭을 가진 한동훈이 아닐까 싶다. 그의 언론플레이(언플)는 이제 도를 넘었다. 특히 장동혁 대표의 가족상에서 보여준 행태는 정치적 금도를 완전히 짓밟았다. 당시 부고는 상주인 90년대생 장동혁 대표의 어린 딸과 사위의 이름으로 나갔고, 장 대표는 개인적인 아픔을 극도로 절제하며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장 대표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인사들조차 대표를 배려해 빈소 방문을 자제할 정도였다. 장 대표의 정치 일정이 멈추자 자연스레 대표 일
인싸잇=심규진 | 정치에는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언론이 어떤 정치인을 죽이려고 달려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정치인을 더 크게 만들어 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다.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를 ‘언론과 싸워 이긴 정치인’ 정도로 기억하지만, 사실 트럼프의 진짜 강점은 언론을 이긴 것이 아니라 언론을 이용했다는 데 있다. 트럼프는 일찍부터 정치와 미디어의 본질을 이해했다. 대중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비호감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욕을 먹더라도 사람들이 계속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하게 만들면 결국 정치적 영향력은 커진다. 트럼프는 바로 그 원리를 누구보다 잘 활용했다. 1990년대 초, 트럼프는 첫 번째 아내 이바나 트럼프와의 이혼 과정에서 불륜 스캔들에 휩싸였다. 상대는 당시 배우이자 모델이었던 말라 메이플스였다. 언론은 연일 트럼프를 공격했다. 오늘날 기준으로 봐도 치명적인 스캔들이었다. 대부분의 정치인이나 기업인이라면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고 변명하거나 사과하는 데 집중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그는 위기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를 확대하고 재포장했다. 당시 미국 타블로이드 언론의
인싸잇=심규진 |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책임론부터 꺼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결과를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는 결코 국민의힘의 참패가 아니다. 오히려 어려운 조건 속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선거에 가깝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이 있었다. 정치는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장동혁 체제가 생각보다 훨씬 강했고, 국민의힘이 생각보다 훨씬 선전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산이 보여준 보수 분열의 대가 부산은 이번 선거의 상징적인 지역이었다. 박형준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한동훈과의 단일화 이야기를 꺼냈다. 결과적으로 이는 스스로 보수 지지층을 분열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나는 선거 기간 내내 한 가지를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한동훈의 지지율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비례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지만 실제 선거 과정에서는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전재수의 지지율이 올라갈 때 한동훈의 지지율도 함께 올라갔다. 한동훈은 영리하게도 전재수를 정면으로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체급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반면 선거는 후보 경쟁이 아니라 대리전처럼 흘러갔다. 하정우는 “이재명의 아바타”, 박민식은
인싸잇=심규진 | 이번 평택을 선거는 단순한 보궐선거나 지역 선거가 아니라, 2026년 대한민국 정치 지형 전체를 압축해 놓은 하나의 상징적인 스냅샷이라 할 만하다. 평택을은 대표적인 스윙보터 지역이다. 수도권 신도시와 산업단지, 미군기지와 원주민 지역, 중산층과 서민층, 청년층과 노년층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곳이다. 전통적인 영남·호남식 지역주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역이며, 한국 정치의 변화가 가장 먼저 감지되는 곳 중 하나다. 뉴이재명계 민주당 후보 김용남 실용보수를 내세우는 이재명계는 최근 보수층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문제는 선수층이 얇고 인물 경쟁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언주, 김용남, 충북지사에 출마한 신용한,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상욱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재명과 마찬가지로 생존형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진영 충성도가 높지 않고, 각자도생에 특화된 정치 스타일을 보인다. 반면 좌파 진영 내부에서는 정체성과 정통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친문 세력의 견제를 받고 있다. 향후 지방선거 이후 김민석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친문과 친명 간 세력 다툼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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