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다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현행 기간제법이 오히려 고용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공개 지적하면서 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노동연구원을 통한 기간제 활용 실태 조사에 착수했으며, 기간 상한 연장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검토 중이다.
“보호하자고 만든 법이 2년 이상 고용금지법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규정이 현실에서는 1년 11개월만 고용하고 계약을 종료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보호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사실상 방치를 강제하는 법안이 돼 버렸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한 4~5년, 심지어 10년 쓸 부분도 1년 11개월 쓰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1년 11개월 계약하는 식으로 실업을 강제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2007년 비정규직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기간제 근로자가 만 2년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도입 이후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정규직 전환 비율은 2024년 말 기준 8.6%에 불과하고, 기간제 노동자 규모는 2021년 453만 7000명에서 2025년 533만 7000명으로 오히려 80만 명 늘었다.
노동부, 3년 이상 연장 포함 실태조사 착수... 6월 마무리
고용노동부는 12일 “기간제법 개정을 위해 지난달 노사관계 전문가들과 현안을 논의했다”며 “기간제 활용 실태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년으로 제한된 계약 기간을 3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검토 중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사업체 1500곳과 기간제 근로자 4000명을 대상으로 기간제 활용 실태와 제도 개편 의향을 조사하며, 6월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달 10일 공공부문의 이른바 ‘쪼개기 계약’ 근절에 먼저 착수했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정부, 공공기관 등 약 2100개 기관을 대상으로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대한 1년 미만 기간제 활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지도 공문을 발송했다. 364일이나 11개월 단위로 계약을 반복하며 퇴직금 지급을 회피해온 편법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쪼개기 계약 관행이 의심되는 지방정부 30곳에 대해서는 기획 감독에 착수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핵심은 기간 상한을 몇 년으로 늘리느냐가 아니라 고용 불안을 구조화한 관행 자체를 바로잡는 데 있다”며 “재정이 부족하다면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면 될 일이지 예산을 이유로 고용불안을 구조화하는 관행은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간만 늘면 3년 11개월 계약직”... 노동계 반발과 전문가 의견
노동계는 기간 상한 연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1월 “비정규직 사용을 줄이기는커녕 제도적으로 고착화하는 조치일 뿐”이라고 입장문을 냈다.
이번 개편 논의가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2년 제한을 4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이 노동계 반대로 무산된 전례를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학계에서는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처럼 신규 채용이 줄고 경력 채용이 확대되는 노동시장에서는 기간제로 진입한 청년들이 충분한 경력을 축적하지 못한 채 직장을 옮겨 다니는 구조에 놓인다”며 “일본처럼 고용 상한을 5년 정도는 해야 기간제 경험을 경력 채용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해법을 강조하며 민주노총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요청했다. 노동계의 유연성 양보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맞교환하는 사회적 대타협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