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호주 울롱공 대학교(University of Wollongong) 사회과학과 브라이언 마틴(Brian Martin) 교수의 기고문
‘Plagiarism by university students: the problem and some proposals’을 원 저자의 허락을 받아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번역해 공개하는 것이다. 대학 학부생들의 표절 문제와 그 방지 문제를 다룬 이 글은 울롱공대학교 학생회(
University of Wollongong Students' Representative Council)가 발행하는 잡지인 ‘
테탄갈라(Tertangala)’에 게재됐다(
20 July - 3 August 1992, p. 20.). 사진과 캡션은 모두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덧붙였다.
대학생들의 표절: 문제점과 몇개의 제안들
(Plagiarism by university students: the problem and some proposals)
문제점 The problem
표절은 다른 사람의 문장표현 또는 아이디어를 올바른 인용처리 없이 가져다가 쓰는 것으로, 컨닝행위와 같은 일반적 부정행위의 한 종류다.
일화적 근거를 비롯한 몇몇 연구들에서 학생들의 컨닝행위가 통상 알려진 것보다도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비록 시험에서의 컨닝행위가 에세이 제출에서의 (표절이나 중복제출같은) 부정행위보다도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시험에서의 컨닝행위 비율이 다른 평가 방식에서 벌어지는 부정행위 비율보다도 더 높을 수 있다).
대부분의 부정행위는 적발이 되지 않는다. 표절로 적발당하는 학생이 한 명 나올 때마다,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 표절자들이 적발당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감시와 벌칙으로써 표절을 근절시키는 것은 노동집약적인 일이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어느 관련 논문에 의하면, 표절 적발의 방법으로써 각 에세이를 4번씩 읽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조차 이미 공식적으로 출판된 문헌들로부터 표절한 것들만을 적발해낼 수 있을 뿐이다. 다른 비공식적인 에세이들을 표절하거나, 또는 아예 대필을 할 경우에는 적발하기도 입증하기도 어렵다.
더욱 중요한 점은, 표절에 대한 정책적 접근은 교육적으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은 최고의 사상가들을 본보기로 삼는 동시에 비판적이고 독창적으로 사고하라고 독려를 받아야 한다. 만일 학생들이 고의적 또는 우발적 표절 여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야 한다면, 그들은 저와 같은 학적 발전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표절 줄이기 Reducing plagiarism
필자의 제안들은 표절을 ‘완전히 근절’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과 교수진 모두 서로 최고의 학문윤리 수준을 기대함에 따라 표절이 드문 현상이 되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수준 높은 결과물을 존중해주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열린 논의 Open discussion
표절이 무엇인지, 또 특정한 상황에서 적절한 인용처리는 무엇인지에 대한 명쾌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과제 노트, 수업 중 논의, 학생신문 기사들도 관련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표절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중요한 이슈들은 “저자들과 다른 학생들에 대한 공명정대한 대우, 독자적인 연구를 하여야 하는 학생들의 책임, 그리고 소유권(저작권)에 대한 존중”이었다.
무엇이 적절한 인용처리인지는 과목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악보에다 ‘각주(footnote)’를 남기는 것은 물론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학과별로, 또 어떤 경우에는 강사들이 개별적으로, 지침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교수들과 학생들은 ‘저자자격(authorship)’을 존중해야하는 학계의 문화가 현실적으로 사회의 다른 많은 영역들의 문화와는 상충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학교 교사들의 일부는 남의 글을 베끼는 것을 용인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표시 오도(Misrepresentation of authorship)‘가 정치인들, 기업인들 및 공공부문 간부들 사이에서는 관행이다. 이들은 연설문 작성자들과 하급직원들에게 적절한 공헌 인정을 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예방하기 Prevention
많은 과목들에서 표절은 에세이 문제나 학생 평가 방식을 적절하게 고안함으로써 최소화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최근의 신문 기사들이나 잡지 기사들을 참조케 하거나,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쓰게 하거나, 문헌에 나오지 않는 사례를 찾아 이론과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논술식 문제들을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은 표절에 대한 특별한 걱정 없이 자신들의 독자적인 글을 쓰게 된다. 반대로, 긴 논술 주제 리스트를 매년마다 아무런 변화 없이 나열하는 것은, 기존에 공식적으로 발표된 문헌들, 또는 과거의 다른 에세이들로부터 베끼라고 권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동작업에 대한 인용처리, 감사인사 Acknowledgement of collaboration
어떤 과목에서는 여러 학생들이 조를 나눠서 과제를 공동으로 수행하는데, 이것은 교육 과정에서 귀중한 일이 될 수 있다.
이런 공동작업 과제를 시킬 때는, 학생들에게 서로가 수행한 과업에 대한 공헌인정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공동결과물을 제출할 때 각 개인이 기여한 과업에 따라 공헌 인정을 배분하는 진술서에 모두 서명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수가 인용처리, 감사인사 모범 보이기 Acknowledgement by staff
교수들이 육성 강의를 하거나 또는 칠판에 필기를 하는 도중에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인용처리, 공헌인정을 제대로 해주면 훌륭한 모범이 될 수 있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르치는 예시, 문제 및 접근법의 출처에 대해 명료하게 밝힌다면, 이는 또한 학생들로 하여금 학문이 발전하고 소통되어야 하는 방법에 대해 교수가 취하고 있는 입장에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명예규약(아너코드) 제도 Honor code
많은 대학들에서는 학생들이 컨닝행위을 하지 말아야 하며, 다른 학생들의 컨닝행위를 목격한 경우 이를 제보해야 한다는 명예규약(아너코드, Honor code) 제도가 있다 — 그리고 일부 대학들에서는 이 명예규약이 널리 존중받고 준수된다. 많은 대학들에서 이런 정직성 문화가 단기간에 정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이것은 어쨌든 가치 있는 목표이며, 개별 학과나 학부 차원 수준에서는 확고하게 정착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재작성을 통한 배움 Learning by resubmission
공식적으로 발표된 출처로부터 표절을 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한편, 에세이를 대필하는 일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강사들이 표절을 이유로 감점을 시키거나 F학점을 줄 경우, 학생은 처벌은 받지만 어떻게 제대로 인용처리를 해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대안적 접근은, 학생을 무조건 처벌하는 대신에 과제를 재작성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하에서는 제출한 과제에서 표절 부위가 있는 부분만 적절한 인용부호, 각주 등을 넣어 다시 편집한 후 재제출할 수 있다. 그런 후에 수정된 재제출 과제에서 원래의 기준에 의해 채점하면 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학생들은 적절한 인용처리를 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물론 애초에 제출했던 과제물이 전부 다 표절이었다면, 재제출을 했을 경우 전부 다 새로운 인용처리 표시로 덕지덕지 채워져 있을 것이기에 점수를 거의 받지 못할 것이다!)
동료들에 의한 규율준수 Discipline by peers
다수의 해외 대학들은 상당수 학생들의 컨닝행위 문제를 다룰 ‘학생자치규율위원회’를 가지고 있다. 사실 ‘학생자치규율위원회’의 학생위원들이 교수보다도 학생들의 컨닝행위에 대해서 더 엄격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것은 학생 본인들이야말로 동료 학생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잘 파악하고 있으며, 정직한 학생들이 느끼는 억울함에 대해서도 잘 알기 때문이다.
여하튼 동료 학생들에 의한 재판은 징계 과정에서의 신뢰성을 높여준다. 또한, 학생자치규율위원회에 뽑힌 학생들의 영향을 받아, 학생 커뮤니티에서는 정직성과 공정성에 대한 헌신이 더 중요시된다.
모든 징계 절차에서는 표절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의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 표절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공식 절차로 인한 파문들은 험악하기 짝이 없다. 이는 표절을 미리 예방하고 정직한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적발과 처벌에 기반한 접근보다 얼마나 더 우월한지를 보여준다.
정책 Policy
대학교, 학부 및 학과는 표절 문제에 대해 명쾌하고 널리 공지되어있는 정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표절하지 말라(do not plagiarise)”고 말하는 것, 그 이상이 필요하다. 현실에서 표절이 어떤 의미인지, 적절한 인용처리와 부적절한 인용처리의 사례를 들면서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균형감각 A sense of proportion
표절은 마치 목숨이라도 내놔야할 범죄인 것처럼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또 아주 가끔 발생한다고 여겨지며, 발견될 경우 가장 극단적인 처벌이 정당화된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다르다. 가벼운 형태의 표절은 상당히 만연해 있다.
표절은 학적 환경에서 인용처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관습을 익히는, 직관적인 교육과정의 일환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표절 문제에 있어 중점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하여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배움이라는 측면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논문표절 문제를 다룬 브라이언 마틴 교수의 논문들 :
논문표절 문제를 다룬 어빙 헥삼 교수의 논문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