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지미 라이, 사기 혐의 항소심서 무죄로 뒤집혔는데... 20년 형 유지 논란

항소심 “형사 책임 성립 안 돼”… 사기 혐의 뒤집혀
국가보안법 20년 형 유지… 수감 상태는 그대로
美·英 정상서 국제 언론계까지… ‘석방 촉구’ 압박 확산

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이자 전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 라이(黎智英)가 사기 혐의 항소심에서 승소해 1심 유죄 판결이 파기됐다. 다만 중국 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선고한 20년 형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제사회가 이어온 석방 촉구 움직임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26일 로이터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채널뉴스아시아(CNA) 등에 따르면 홍콩 항소법원은 2022년 라이에게 선고된 사기 혐의 유죄 판결을 취소하고 형량을 전면 파기했다.

 

같은 사건으로 징역 21개월을 선고받은 넥스트디지털 전 임원 웡와이컹 역시 유죄가 뒤집혔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넥스트디지털이 홍콩 과학기술단지공사(HKSTP)로부터 임대한 공간을 출판·인쇄 외 용도로 사용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라이 일가가 운영하는 컨설팅 회사 ‘디코 컨설턴트’가 약 20년간 해당 공간을 사용하며 이를 고지하지 않아 최대 1억 1000만 홍콩달러(약 200억 원)의 토지 할증료를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사기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에서는 회사 차원의 계약 문제를 임원 개인 책임으로 돌릴 수 없고 범죄 성립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봤다.


라이에 대한 사기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지만, 앞서 외국 세력과의 공모·선동적 자료 출판 등 3건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수감 상태에는 변화가 없다.

 

AP통신은 사기 사건 형량과 보안법 형량 일부가 병합되어 있어 전체 복역 기간에 일부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으나, 당장 구금 상태가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보도했다.


美·英 정상에 국제 언론계까지… 지미 라이 석방 촉구 확산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지미 라이에 대한 20년형을 언론 자유 침해 사례로 규정하며 석방을 촉구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라이 석방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지난 24일 미국 공화당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례 국정연설(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라이의 딸 클레어 라이를 공식 초청해 사건을 의회 차원에서 공론화했다.


아울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올해 1월 베이징 방문 당시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영국 시민권자인 라이의 석방을 요구했다.


각국 정부에 이어 국제 언론계에서도 비판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24일 도쿄 외신기자클럽(FCCJ)은 국경없는기자회(RSF)·국제앰네스티·휴먼라이츠워치(HRW)·언론인보호위원회(CPJ) 등이 참여한 성명을 발표하며 “홍콩 당국의 20년형 선고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제 단체들은 홍콩의 언론자유지수가 과거 18위에서 140위로 급락한 점을 지적하며 이번 판결을 ‘언론 자유 붕괴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언론인이 형사 처벌의 두려움 없이 취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을 홍콩 사법 판단을 넘어 아시아 언론 환경 전반의 경고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라이의 사기 혐의 항소심 무죄 취지 판결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선고된 20년형 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중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규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영국 국적인 라이는 중국 본토 출신으로, 지난 1995년 홍콩에서 <빈과일보>를 창간해 반중·민주화 성향 매체를 이끌어 왔다.

 

그는 2020년 8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약 5년째 수감 중이며, 사실상 독방에 가까운 처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21년 <빈과일보>가 폐간된 이후 홍콩 언론계 전반에 자기검열이 확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인권단체와 서방 각국 석방 촉구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법에 따른 처리”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