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한미FTA특위 윤건영(尹建永) 위원장은 4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타결과 관련, "보호장벽 안에서 안주하려는 자세로는 밝은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당장 어렵다 해도 구조조정의 고통을 이겨나가면서 과감한 자세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공산품 분야는 협상이 잘됐고 농업 부문도 선방했지만 무역구제 분야에서는 기대에 현격히 미치지 못했다"면서 "낙제점도 아니지만 만점에 가까운 것도 아니라서 딱 75점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협상에서 잘된 부문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공산품은 잘됐다. 특히 자동차는 3천cc이하 승용차가 우리쪽 수출 주력품목인 데 미국의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는 점과, 4천cc 승용차도 3년뒤 미국 관세를 철폐하도록 한 것 모두 좋은 결과다.
섬유는 사실 미국한테 민감한 품목임에도 미국 수입액 기준 61%에 대해서는 관세를 즉시 철폐하도록 한 데다 원사를 기준으로 한 원산지 제도의 예외를 인정하기로 한 것 등은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잘 확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농업도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15년에 걸쳐서 관세를 철폐하도록 해 한국 축산농가의 구조조정 시간을 벌었다는 점 등에서 전반적으로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 미흡한 부분은.
▲무역구제의 경우 정부가 카드로 꺼낸 것인 지, 진짜 원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원래 우리 기업들이 예상했던 수준에 비해서는 현격히 미치지 못한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철강 등에 대해 보호를 많이 하려고 해서 우리 기업들이 고생해왔다. 다만 어려움을 예상하면서도 협상 카드로 한번 던져본 것이라면 소득이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 지적소유권이나 의약품 등 기타 부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지적소유권의 경우 우리도 앞으로 잘해나가면 향후 10년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불이 될 수 있다. 그 수준에 맞는 산업을 갖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 보호가 장기적으로 볼 때 나쁜 것이 아니다. 의약품도 이번 협상결과로 인해 제너릭(복제약)을 만드는 기업은 고생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도 신약 만드는 회사를 가져야 한다. 우리도 첨단기술에 대해 우리 스스로 지재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할 때가 있는 만큼 앞날을 내다보고 해야 한다.
-- 일부 서비스 부문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 개방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주장과 함께 협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개방이 덜 됐다고 누가 얘기하는 것 같은 데, 교육이나 의료 분야는 애초 미국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단을 탓할 것은 아니다. 그리고 법률이나 회계 분야는 개방에 따라 이제 구조조정을 해야겠지만 자원이 우수하니까 개방의 파고를 견뎌낼 능력이 있다고 본다.
-- 우리가 길게 봐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세계 경제질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봐야 한다. WTO(세계무역기구) 체제 하에서 다자간으로 논의하다가 이제는 양자간 논의로 이동했다. FTA 체제 하에서 이뤄지는 무역이 엄청나게 많다. 그것을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솥에 물을 채워 개구리를 풀어놓은 뒤 슬슬 끓이면 결국은 개구리는 빠져나갈 생각도 못하다가 죽고 만다. 당장은 뜨겁지 않으니까 솥을 빠져나가지 않다가 결국 죽는 것이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고 새로운 경제질서 형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낫다. 보호장벽에 안주하는 경제운영 방식은 희망이 없다.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고 이에 맞서서 이겨내는 도전정신을 지니고 나가야 한다.
--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단기적으로는 소득보전이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이고 국제경쟁력을 갖춰 세계 시장에서 외국산업과 설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 국회 비준 전망은.
▲한미FTA와 같은 큰 사안을 국회에서 소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노 대통령이 FTA 비준을 자신의 임기 내에 하려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를 목표로 삼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FTA에 집중해 정치적 리더십을 행사한다면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그 만큼 높아지겠지만 노 대통령이 그 밖의 개헌이나 남북정상회담 등을 같이 들고 나온다면 아무 것도 안될 수 있다.
-- 한미FTA 협상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국정조사는 뭔가 잘못된 것이 있어야 하는 데 아직은 그런 사안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본다. 지금은 그런 것을 거론할 소재가 없다고 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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