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작은 정성을 나누려는 자영업자들이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이세중)에는 최근 자영업자들이 매출액의 일정액을 나누는 ‘착한가게’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 251개소에서 나눔 실천을 약정했고, 전국적으로 음식점, 병원, 약국, 커피전문점, 학원 등 460여 개소에서 월 평균 13만원 정도를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한 착한가게는 현재까지 2억2천4백여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착한가게란 ‘행복이 착!착!착!’이라는 슬로건으로 중소규모의 자영업에 종사하며 매출액의 일정액의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2005년 착한가게 1호점으로 한의학 전문학회인 ‘고금방(古今方)’이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음식점, 호프집, 태권도 학원, 화장품가게, 병원, 약국, 커피전문점, 옷가게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를 나눠 지역주민들과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가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자원개발팀 02-6262-3074나 홈페이지 www.chest.or.kr로 신청하면 된다.
공동모금회 서영일 자원개발팀장은 “자영업 특성상 매출이 일정하지 않고, 경기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기부를 하다가도 중도에 해지를 요청하거나 일시정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내수 침체로 소규모 자영업자수가 최저까지 감소했지만, 불황속에서도 ‘착한가게’들은 나눔을 실천하며 불황을 이겨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루 매출액 1% 직접 송금하는 대구 분도주유소 김현철 사장
- 진짜 재산은 10년동안 모은 나날이 모은 송금표
주유소 사무실 난방이 연탄과 갈탄? 다들 놀랠 일이다. 대구 시내 4군데의 주유소를 경영하는 김현철 사장이 작년부터 허리띠를 더 졸라맨 데는 이유가 있다. 고유가로 주유소 마진이 적어지자 무료로 난방유를 대주기로 한 어려운 이웃들에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구두쇠 김 사장에게 불평하는 직원은 없다. 김현철 사장의 절약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손님이 돈 더 주고 가는 주유소
대구 대명동의 분도주유소는 얼핏 봐선 다른 주유소와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뿌듯한 마음으로 주유소를 나간다. 자신이 낸 돈의 1%가 사랑의 열매에 기부되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벽에 걸린 기부액을 보고 “김 사장, 어젠 장사가 잘 안 됐나? 이거 보태서 보내라”며 몇 천원 더 쥐어주기도 한다. 다들 어려운 때지만, 이런 이웃이 있어서 더 힘이 난다는 김현철 사장.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만 있기 마련이다.
무더운 여름밤, 검소한 주유소 사무실에서 김현철 사장을 만났다. 오늘은 고졸검정고시를 본 날이라 잠이 부족한 얼굴이다. 며칠 밤을 샜는데도 합격 점수에 하나가 부족하다며 허허 웃는다. 둘러보다 시선이 멎은 곳에 벙거지 모자를 쓴 비쩍 마른 젊은이 사진이 있다. 기름때 묻은 잠바를 입은 젊은이, 눈빛이 살아있다.
“20년쯤 전 사진이에요. 기름 떼다가 동네에서 말통 배달하는 일을 시작했었죠. 그렇게10년이 지나니까 1억이 모이데요. 대출도 받고 해서 처음 주유소를 열었죠.” 캐묻지 않아도 춥고 배고픈 시절이었음이 한눈에 보이는 사진이다.
결혼식을 한 다음날도 두 시간 자고 나와 기름 배달을 했다니 신혼여행은 꿈도 못 꾸던 시절. 김현철 사장은 그때를 잊지 않고 해마다 합동결혼식을 올리는 장애를 가진 신혼부부에게 제주도 신혼여행을 선물한다. 어버이날에는 버스를 대절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효도관광을 시켜드린다. 처음엔 40명 정도였는데 9년째에는 150명으로 인원이 늘었다. 아직도 폐품팔고, 아끼고 아껴 모은 돈으로 장애인 이동차량이나 목욕차량을 사서 복지단체에 기증하기도 한다. 미리 돈을 마련해서 기부를 하고 그 돈을 갚을 정도 인 그를 보고 주변인들이 걱정을 할 때도 있다. 남을 돕는 것도 좋지만, 어려운 시절에 자기 것도 좀 챙기라는 걱정이다. 하지만 김현철 사장은 아무 걱정이 없다.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통장이 있기 때문이다.
고지식한 김 사장이 존경받는 이유
“이게 진짜 제 돈이에요. 제가 갖고 떠나는 거죠” 상자에는 십 년째 사랑의 열매에 나날이 송금한 송금표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사랑의 열매에 의하면 기부 횟수가 1600회를 넘었다. 그가 매일매일 송금을 하는 이유를 소탈하게 말했다. “휴일에 은행 쉰다고 며칠 두면 이 돈도 꽤 커져요. 그러면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매일 보내라고 시켰어요.” 빚을 갚는 것도 아니고 기부를 하는 일인데도 김현철 사장은 자기와의 약속에 엄격하다.
아직 사춘기인 자녀들은 주변에서 아빠 칭찬을 듣고도 “에, 우리 아빠 구두쇠에요. 제발 목욕탕 가서 남이 버린 비누 주워오란 말이나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입을 삐쭉거리지만, 속으로 아버지 뜻을 왜 모르겠는가.
가난했고, 못 배웠고, 세상 탓도 많이 했다. 하늘에 대고 원망을 퍼부은 적도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보다 어린 신부를 잡고 펑펑 울며 고해를 한 뒤 다시 태어났다. 누구보다 깊은 어둠을 알기에 어려운 이들을 모른 체하지 못한다. 자기 같은 처지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도 공부 잘하라고 말하지 않는 그다. 대신 열심히 생활하고, 아저씨한테 고마우면 나중에 어려운 사람들 도우라고 당부한다. 그 학생들 보기 부끄럽지 않으려면 나도 졸업은 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검정고시. 대입자격이 생기면 사회복지학과에 가고 싶다는 김현철 사장. 대구에 가서 고지식하게 착한 김 사장을 만났다.
전주에는 착한 약국만 있다
- 전주시 약사회 회원약국 188개소 ‘착한가게’ 나눔 약정
전주시 약사회(회장 길강섭)는 전라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원배)와 8월 20일 도내 소년소녀가정, 장애인, 독거노인 등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착한가게 캠페인’ 기부 약정을 체결했다. 이날 전주시 약사회 길강섭 회장은 회원 약국들을 대표하여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일터’ 현판을 전라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원배 회장으로 부터 전달 받았다.
전주시 약사회는 이번 ‘착한가게 캠페인’ 기부 약정 체결로 전주시 약사회 회원약국 188개소의 참여를 이끌어 내었으며, 매월 130여만원의 성금을 정기적으로 사랑의열매에 기부하여 어려운 환경에 처한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나선다. 개별 약국에서 연합으로 나눔 운동에 직접 참여하기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착한가게 기부 협약식에 참여한 길강섭 회장은 “이번 협약식을 계기로 도내 모든 약국들이 착한가게 캠페인에 참여하여 소외 계층을 위해 앞장서기를 바라며, 더 나아가 도내 다른 업종의 일터에서도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일터’ 현판을 게첨하여 나눔 운동의 물결을 이루어 나가기를 기대 한다”고 밝혔다.
전주시 약사회는 2004년부터 매년 도내 저소득 가구 연탄 지원, 저소득 취약계층 건강보험료 지원사업 전개 등 사랑의열매를 통해 이웃사랑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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