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엔터테인먼트워치 (연예/문화)


배너

KPOP 한류 주역은 보이그룹임에도 걸그룹만 주목하는 한국언론

기존 일본시장지배자 제치기 일보직전인 한국 보이그룹


지난 7일 일본 후지TV에서 방송된 2011 FNS가요제가 여전히 화제를 뿌리고 있다. 좋은 쪽으로의 화제는 아니다. 현 시점 적어도 음반판매량 면에선 일본 최고 보이그룹으로 꼽히는 아라시의 무대가 형편없었다는 비난 때문이다. 제이피뉴스 12월10일자 기사‘日‘No.1 아이돌’아라시 가창력 논란’은“ ‘2011 FNS 가요제’는 매년 12월에 방송되는 후지TV의 대형 가요제로, 올해도 아라시뿐만 아니라 AKB48, 아시마 마나 등 2011년을 화려하게 장식한 가수와 탤런트들이 출연했다. 아라시는 이날‘여동생’과 최근 후지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의 주제곡,‘미궁 러브송’을 불렀다. 논란이 됐던 곡은 바로‘미궁 러브송’ ”이라며 다음과 같은 인터넷 반응을 전했다.

“노래 부르는 시종일관 연주에 목소리가 묻혔다” “첫 머리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음정도 중간 중간 맞지 않았으며, 목소리도 떨렸다”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음 이탈이 계속됐다. 불협화음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실망이다” “컨디션 난조인가” “제목대로 노래도 미궁으로 빠지는 구나” “립싱크는 아니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

한국 아이돌과 비교돼 더 비판 받은 일본 아이돌의 무대

기사와 인터넷 반응만 보면 뭔가 어마어마한 재앙 수준의 사건이 일어난 듯도 싶다. 그러나 막상 가요제 당시 영상을 살펴보면 이런 반응이 오히려 의외다. 음향시설 문제 탓인지 멤버들 목소리가 작고, 특히 멤버 니노미야 카즈나리의 첫 소절이 아예 묵음이 돼버리는 사태 등이 발생하긴 했어도, 전반적으로 아라시의 무대는‘일본 아이돌 기준’으로 봤을 때 그리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년 상황을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아라시는 그나마 같은 아이돌기획사 자니스 소속 선배그룹 스마프보단 가창력이나 퍼포먼스가 나은 편이다. 스마프엔 아예 자신은 음치라고 공언하고 다니는 리더 나카이 마사히로와“내가 배우라는 건 알겠는데 가수라는 건 잘 모르겠다”고까지 말한 멤버 기무라 타쿠야가 소속돼있다. 물론 나머지 멤버들 중에도 딱히 노래 잘 하는 멤버, 춤 잘 추는 멤버는 없다. 그런데 그런 스마프도 이전부터 FNS 가요제는 물론 그보다 규모가 큰 NHK 홍백가합전에서도 가장 중요한 엔딩을 장식하곤 했다. 나아가 애초 가수라 볼 수조차 없는 히로스에 료코 등도 홍백가합전 무대에 서곤 했다.

그럴 때조차 아무 불만 없이 쇼를 즐긴 일본대중, 가수들 전문성 부분에‘지극히 관대한’일본대중인데 왜 갑자기 이번에만 그렇게 큰 소동을 일으킨 걸까.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비교가 됐기 때문’이라는 점 외에 달리 나올 게 없다. 바로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등 무려 4팀이나 이번 FNS 가요제에 출연한 한국아이돌들과 비교가 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아라시가 여타 한국아이돌들과 함께 무대를 가진 일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과 비교하긴 힘들다. 한 쇼에 4팀이나 나와 버리면 기본적으로 무대 분위기부터 바뀐다. 당연히 이를 시청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니 몇몇 음향사고를 제외하곤‘하던 대로 해왔을 뿐’인 아라시가‘덤탱이’를 쓰게 된 것이다. 하필이면 고르고 골라 부른 4팀이 가창력 면에서 압도적인 보아와 동방신기,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안무를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소녀시대와 카라였다. 비교가 안 되는 게 어찌 보면 더 이상한 일이다.

‘실력파’한국 보이그룹 탓에 일본 여성층 입맛과 기준 까다로워져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왜 비난받은 건‘아라시뿐’일까 하는 점이다. 당장 함께 출연한 일본 최고 걸그룹 AKB48도 소녀시대, 카라 등과 비교되긴 마찬가지였을 텐데 말이다. 더군다나 AKB48은 이번 FNS 가요제에서 명백히‘아라시보다도 더’끔찍한 무대를 보여줬다. 특히 원로(?)걸그룹 스피드와의 협연에서 특유의 아마추어리즘이 작열했는데, 원숙한 스피드 멤버들에 비해 AKB48 멤버들은 음 이탈은 물론 고음 불가 상황까지 드러내는 졸연을 펼친 것. 그럼에도 AKB48은 사실상‘아무런’비난도 듣지 않았을 뿐더러, FNS 가요제와 같은 날 발매된 새 싱글‘위에서부터 마리코’는 이번에도 또 119만8864장의 음반을 발매 첫 주 팔아치우며 밀리언셀러 신화를 이어나갔다.

아라시와 AKB48의 이처럼 극명한 대중반응 대비는 한 가지 사실을 명확히 방증해준다. 일본대중이‘보이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걸그룹’은 여전히 학예회를 지켜보는 부모심정으로 응원하며 즐길 수 있어도,‘보이그룹’에 대한 시선은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졌다는 것이다.

보이그룹의 주 소비층은 예나 지금이나 여성층, 그중에서도 10~20대 젊은 여성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10~20대 일본 젊은 여성층은 한국 걸그룹 붐을 일으킨 바로 그 계층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한국아이돌에 푹 빠진 계층이다. 그렇게‘실력파’한국아이돌에 익숙해진 만큼 전반적으로 아이돌이란 상품에 대한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기준이 높아졌을 수밖에 없다. 반면 여전히 별 불만 없이 AKB48을 소비하는 주요 계층은 10~40대에 이르는 남성층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한국아이돌 붐에서 비껴나간 계층이기도 하다. 입맛이 갑자기 까다로워졌을 리도 없고, 기준이 높아졌을 리도 만무하다.

시장 중심으로 제대로 치고 들어간 건 보이그룹 아닌 걸그룹

이 같은 상황을 방증해주는 사례는 많다. 엄밀히 말해 일본 최고 아이돌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한 한국아이돌 상품은 사실상 보이그룹 쪽이란 점을 먼저 들 수 있다. 음반판매 수치만으로 놓고 봤을 때 아무리 소녀시대나 카라가 선전한다 해도 현 시점 최고인기를 구가하는 AKB48나 그 브랜치 유닛들을 능가하리란 어려운 실정이다. 싱글판매량 면에선 AKB48의 5분의 1 수준에 미칠까 말까고, 그 브랜치 SKE48이나 새로 등장한 NMB48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이그룹 쪽은 다르다. 이미 동방신기는‘차세대 스마프’로 등장한 자니스 소속 캇툰을 종종 능가하고 있다. 최고 인기의 아라시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더군다나 한국 보이그룹들은 현재까지로 봤을 때 걸그룹들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에서 론칭을 마치고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일본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일본에서 싱글을 5만 장 이상 판매한 한국 걸그룹은 현재까지 소녀시대와 카라, 티아라 등 3팀이 전부인 반면, 같은 기준에서 보이그룹은 동방신기, 샤이니, 2PM, 비스트, 초신성, 슈퍼주니어, CN블루 등 무려 7팀이다. 그중 동방신기, 샤이니는 이미 10만 장대를 돌파했고, 지난주 일본 2번째 싱글 ‘미스터 심플’을 8만8973장 팔아치운 슈퍼주니어도 빠르면 다음주 10만 장 돌파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4만 장대를 기록하며 곧 5만 장을 돌파할 기세를 보여주는 팀들도 FT아일랜드, 빅뱅, 엠블랙 등 다수 포진해있다. 심지어 국내에선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인피니트조차 첫 싱글‘BTD’를 현재까지 3만9261장 팔았다.

성장세도 걸그룹들보단 보이그룹들 쪽이 훨씬 뛰어나다. 올해 우후죽순처럼 일본 데뷔한 애프터스쿨, 레인보우, 티아라 등 걸그룹들은 모두 2번째 싱글이 데뷔싱글에 비해 절반가량 판매량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보이그룹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포모어 징크스가 적거나 2PM이나 슈퍼주니어처럼 점진적으로 판매량이 상승하는 곡선을 그렸다.

이렇게 데뷔하는 족족 치고 들어가 보이그룹의 기존 모델 자체를 업그레이드시키고 있으니 기존패권을 쥐고 있던 자니스 보이그룹들도 아라시 정도만 싱글 60만 장대에서 보합세를 이루고 있을 뿐 대부분 우후죽순처럼 판매량이 추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일본 보이그룹에 대한 10~20대 여성층의 실망과 염증, 비판여론은 늘어만 간 것이고, 그러다 마침내 아라시의 FNS 가요제 사태에까지 이른 셈이다.

한국 보이그룹은 계속해서 일본시장 중심에 도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구도는 향후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자니스가 다시 심기일전해 한국에 빼앗긴 보이그룹 시장을 탈환하는 데는 과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까.‘아라시의 굴욕’을 만회하는데 어느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할까.

어쩌면 이 같은 구도가 생각보다 오래, 어쩌면 ‘계속’이어질 수도 있으리란 전망이다. 자니스 보이그룹들은 기존 일본 엔터테인먼트 환경에 최적화된 모델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보이그룹이란 그간 노래를 부르는 게 주요역할이 아니라 주로 배우 역할로 빠져나가기 위해 마련된 하나의 집합소 정도 의미였다. TV드라마나 영화에서 멤버들 각자 쌓은 인기를 바탕으로 CD를 팔고, 공연으로 더 큰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일본대중이 이런 콘셉트에 호응하며 그 구조를 성립시켜줬다.

그런데 기존 엔터테인먼트 환경이 한국 보이그룹들에 의해 점차 바뀌고 있다 하더라도 자니스 측은 선뜻 노선을 변경하기 어렵다. 한국 보이그룹들은 사실상 배우 등 여타 역할은‘잘 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 , 대부분 노래와 퍼포먼스 중심으로 기획돼있다. 이런 콘셉트를 자니스가 받아들여 전문 싱어·퍼포머로 새 그룹들을 기획한다면, 그간 드라마계와 영화계에서 차지했던 위상과 파이는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한국 아이돌기획사들처럼 아예 드라마·영화계 기득권이 거의 전무하다면 모를까, 이미 쥐고 있던 기득권을 CD 몇 장 더 팔고 공연 몇 번 더 하고자 포기한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이 외통수다. 그렇게 쥐고 있던 파이를 놓지 못해, 최근 데뷔한 섹시 존처럼, 예전과 별다를 것도 없는 콘셉트로 얼굴마담이나 교체하는 식이라면, 한국 보이그룹들이 착실히 자니스 파이를 갉아먹는 상황을 막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러다 시장 전체 분위기가 뒤바뀌어버리면 자니스는 그야말로‘흘러간 전설’이 돼버린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금 쥐고 있는‘아마추어적 뮤지션이라 좋은 점’을 버릴 수도 없다. 이도저도 못 가는 신세다. 그러니 FNS 가요제 아라시 사태라는 상징적인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자니스 측에선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니, 별다른 움직임이‘나올 수가 없다.’

기존 일본시장지배자 제치기 일보직전인 한국 보이그룹

사실 한국 연예미디어가 일본 아이돌 한류상황에서 정작 주목해야 하는 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여전히 오피스48이란 거목이 각종 브랜치로 완전 점거하고 있는 걸그룹 시장이 아니라, 어쩌면 근시일 내 한국 상품들이 최고 위치를 탈취할 지도 모를 보이그룹 시장상황이다. 한국 상품이 부가모델로서 틈새시장을 차지하는 게 아니라 아예 신(新)모델로서 게으른 기존 시장지배자를 붕괴시키며 시장 자체를 대체할지 모를 피 튀기는 각축전의 현장이다.

그런데 한국 연예미디어는 이상스러울 정도로 보이그룹들 진출현황을 보도하는데 있어선 별다른 관심과 의욕이 없다. 아마도 국내 관심사가 보이그룹보다는 걸그룹에 치중해있는 상황이기에 그럴 것이다. 생각해보면 한창 국내 연예미디어가 일본 내 보아 열풍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도하던 2004~2005년 당시에도 류(ryu)의 ‘겨울연가’ OST ‘처음부터 끝까지’가 일본 인디즈 음반사상 2위의 판매기록을 달성했다는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그런 식으로 간과당하는 사이에도 한국 보이그룹들은 꾸준히 일본시장의 중심파이를 잠식하며 걸그룹들보다 훨씬 큰 성과를 차례로 거둬낼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아라시와 자니스를 제쳐버리는 날이 오더라도, 어쩌면 한국 연예미디어는 같은 주 한국 걸그룹이 일본에서 2만5000장을 팔아 데뷔와 동시에 4위를 차지했다는 보도를 더 크게 낼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그런 상황에야말로‘88만원세대’저자 우석훈의 책 제목을 달아줘야 할 법하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