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과 20일 사이, 친노포털 다음, 네이트 등의 뉴스메인은 안철수의 등장 뉴스로 가득찼다. 민주통합당의 난쟁이 후보들의 다툼으로 여권의 정권 연장이 유력해보이는 시점에서 안철수의 등장은 친노종북 정권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포털사에 단비와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계와 지식계에서는 그 3일 전인 7월 16일, 전북대 신방과 강준만 교수의 신간 ‘안철수의 힘’(인물과사상)에 더 주목했다. 강준만 교수가 오랜 정치적 침묵을 깨고 안철수 지지를 선언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강교수의 안철수 지지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그가 97년 대선에서의 김대중, 2002년 대선에서의 노무현의 이데올로그 역할을 하며 야권의 킹메이커로서의 독보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그 누가 나와도 참패할 게 명확했던 2007년 대선에서는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명박 정권 들어서도 문화, 사회 관련 저술에 집중하며 정치와는 한발짝 떨어져 있었다. 그런 그가 안철수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으니, 박근혜 대세론에 주눅이 잔뜩 든 야권과 친노종북 매체들에서 “강준만이라면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고, 정권연장에 사활을 건 보수우파 진영에선 “이번에도 또 강준만”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강준만 교수는 이 책에서 안철수 원장이 ▲이념과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워 '증오의 시대를 끝낼 적임자', ▲시장주의자면서도 정의.공정.공생을 강조해와 '공정국가룰 실현할 적임자, ▲디지털 선구자이므로 'SNS 소통 혁명시대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할 적임자'라는 지지 이유를 밝혔다.
강교수는 이 책의 뒷 표지에 “국민의 절반을 적으로 돌리지 말자!”라는 카피를 붙였다. 강교수는 이 책에서 단지 안철수라는 인물 개인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의 과거 10년 간의 지긋지긋한 증오의 좌우투쟁을 종식해야 한다는 간절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강준만식 좌우소통론의 연장선, 보수우파도 찾아읽어봐야할 책
실제로 이 책의 한 대목 한 대목은 강교수가 지지한 안철수와 손학규를 반대하는 세력이라도 찾아봐야할 대목들이 많다.
“‘중립은 악의 편’이라는 주장에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기존 정치적 양극화와 그에 따른 증오, 대립, 분노의 정치에 염증과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엔 또 이런 문제가 있다. 무당파 40퍼센트는 늘 대변되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라는 점이다. 정치에 열정이 있을 리 없으니 인터넷 댓글 한줄 다는 것도 잘 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핏대 올리며 자기 의견을 강하게 개진하는 사람들은 주로 좌우, 여야를 막론하고 ‘중립은 악의 편’이라고 믿는 이들이다. 소된 말로 중립은 장사가 안 되는 정치 노선인 셈이다”(78쪽)
“나꼼수 모델로 정권교체가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모델은 우리 편엔 너그럽고 상대편에겐 엄격한 ‘응징 모델’인데, 우리 편을 제외한 다수 유권자들은 그런 게임의 방시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255쪽)
“국민에게 아첨하는 행동이 지역주의 해소를 어렵게 만드는 한 이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노무현식 지역주의 청산 방식을 신앙처럼 삼아 ‘호남 차별’을 저지르고 있으니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295쪽)
이는 강교수가 노무현 정권 말기 들어 꾸준히 주장해온 좌우소통론의 연장선이다. 강교수가 이 책에서 여기까지만 주장했다면 논란이 될 소지도 없었다. 그러나 대체 왜 좌우소통론의 실천을 위한 최적임자가 안철수이냐는 공격적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강교수가 이론적 차원에서의 좌우소통론이 아니라 97년과 2002년의 대선판처럼 권력판에 끼어들어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강준만의 안철수 지지는 97년 김대중, 2002년 노무현과 달리 벼락치기 수준
강교수가 안철수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다. 물론 수천명에 달한다는 인물 파일을 관리라는 자료수집광이니 당연히 안철수에 대한 자료도 모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안철수에 대한 글을 쓴 것은 두 달 전 5월 29일에 발간한 ‘멘토의 시대’가 처음인 것 같다. 1년 전인 2011년 7월 22일 펴낸 ‘강남좌파’에서도 문재인, 손학규, 유시민 등의 정치인을 다루었지만 안철수는 빠졌다. 그 이유는 안철수 자체가 정치 선언을 지난해 10월에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대중 죽이기’는 97년 대선 2년 전인 1995년에 발간되었다.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은 2001년도 4월에 발간되었다. 두 책 모두 대선 2년 전에 발간되었을 뿐 아니라, 김대중과 노무현은 정치노선, 기질, 인맥 등의 과거 자료가 넘치는 인물들이었다. 즉 97년과 2002년 대선 때의 강준만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충분히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대선 2년 전에 킹메이킹을 위한 책을 집필했던 것이다.
그런 강준만조차도 최소한 2002년 대선에서의 노무현에 대해서 본인이 잘못 판단했다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강준만이 노무현의 장점으로 주목한 개혁성이 너무 빗나가면서 사상 초유의 대통령이 여당을 깨면서 정치를 도박판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강준만은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어 당을 깰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며 항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2007년도 대선에서는 개입하지 않았다.
강준만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은 바로 이 지점이다. 대체 강준만은 안철수에 대해 얼마나 연구를 했는가. 안철수에 비해 연구의 자료도 풍부하고 시간도 넉넉했던 노무현에 대해서도 오판을 했으면서, 어떻게 이런 빈약한 자료와 짦은 기간 동안의 연구 결과로, 전 국민에게 안철수를 믿어보라고 또 다시 권할 수 있냐는 말이다.
안철수가 포털을 비판? 강준만의 연구부족이 낳은 오류들
필자는 책을 읽어나가며 최소한 강준만 교수 보다는 안철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 이유는 인터넷 경제 등 안철수가 전문이라고 내세우는 그 분야에 대해서 강준만보다 이해가 높기 때문이다.
“진보세력이 대형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단지 보수 신문들을 견제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포털과 밀월 관계를 누리고 있을 때에도 “인터넷 포털이 자라나는 후배 기업의 싹을 아예 시작부터 밟아버리는 존재가 되고 있다”라고 일갈한 것도 바로 안철수였다“(119쪽)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 필자는 바로 포털 문제 하나만으로도 안철수는 대통령에 절대적 자격 미달자라는 판단을 내린 반면, 강교수는 이를 반대로 해석한다. 왜 그럴까? 강교수가 필자보다 포털의 개혁 사안, 또한 안철수의 회사가 포털과 어떻게 야합을 했으며, 안철수가 그 뒤 어떻게 말을 바꿔댔는지, 강교수보다는 필자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서울시장 출마한다며 정치판에 발을 대기 전인 2011년 8월 18일 필자는 ‘안철수 검증론 힘받아’라는 분석글을 빅뉴스에 게재하며, 그의 포털과 대기업에 대한 기만성을 비판했다.
“검색권력과 언론권력을 동시에 쥐고 있는 네이버 등 거대 포털사이트로 인해 피해 받는 중소인터넷벤처기업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피해를 받기도 했던 안철수 원장은 벤처 생태계를 말할 때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는 제외하고 일방적인 대기업 때리기로 일관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와 대기업과의 관계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되지는 않으나, 최소한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에서는 안철수연구소의 제품을 사주고는 있다. 그리고 언론에 공개된 내용만으로 검토해보자면, 안철수연구소는 국내 대기업이 아닌 국내 포털사이트와 시장을 놓고 분쟁을 겪은 뒤 패배했다.
포털사이트에 대한 국내 중소인터넷벤처기업의 원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안철수 원장이 포털을 비판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안철수 원장은 ‘네이버나 다음, 싸이월드와 같은 될성부른 기업들이 생겨났지만 지금은 그런 회사들을 찾아볼 수 없다’고 인터넷 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안철수 원장은 바로 네이버, 다음 등 거대 포털사이트들이 인터넷경제는 물론 언론권력까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성장 기업이 창업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모르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안철수 원장이 대기업이 아니라 포털사이트 비판에 나섰더라면, 포털사이트의 언론권력을 이용해 차기정권을 집권하려는 좌파언론으로부터 각광받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이렇게 판단한다. 안철수연구소는 경영적으로 네이버와 충돌한 뒤 야합했다. 그뒤 안철수는 일체의 포털 비판을 하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친노포털들은 안철수의 정계데뷔에 환호하고 있다. 안철수가 강준만의 말대로 포털 비판에 앞장섰다면, 안철수 관련 기사는 친노포털 다음, 네이트에 절대 걸릴 수 없으며, 포털 권력을 이용하여 정권을 창출하려는 친노종북 매체들도 안철수 죽이기에 나섰을 것이다. 즉 지금의 안철수라는 정치인도 존재할 수 없다.
김성욱, 정해윤, 이동호 등 70년대생 전문가들의 안철수 비판은 인용하지 않은 강준만
강준만은 필자의 윗 글을 읽어봤는가. 강준만이 자신의 책에서 빅뉴스의 다른 칼럼을 인용한 것으로 볼 때 분명히 봤을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를 비판한 논객들의 논지를 반박한 카테고리에서도 필자의 글은 인용되지 않았다. 필자 뿐 아니라, 기업경영의 관점에서 안철수를 비판한 정해윤, 외교안보 측면에서 안철수를 비판한 김성욱 등 이상하게 70년대생들의 안철수 비판글은 전혀 인용되지 않았다. 주로 윤창중, 김순덕 등 정치적 비판만 다룬 것이다. 이것은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필자나, 정해윤, 김성욱 등의 안철수가 활동하고 발언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비판을 강준만이 모두 반박할 전문성 갖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이들의 글을 인용하고 이를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다면, 책 자체에서의 대통령 안철수론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이런 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정말 페이스북에서 한국 신산업을 볼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최적임자는 안철수 아닌가? 안철수의 비판자들도 안철수가 ‘미래 경제 질서 구상, IT를 포함한 과학기술 전망과 의미 등에 대해서 신선한 통찰을 보여줬다’는 건 흔쾌히 인정하지 않는가 말이다. 보수 신문엔 거의 매일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설, 칼럼 기사 등이 한 건 이상 실리고 있는데, 사실 이들이야말로 안철수 선거운동을 열심히 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195쪽)
강준만은 IT경제의 전문가가 아니다. 그럼 안철수가 IT를 포함한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의 적임자라는 것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가. 강준만은 안철수의 백신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알고 있는가? 2011년 11월 15일 역시 빅뉴스에 올라온 이동호 객원기자의
‘백신업계 2류 안철수 연구소의 현주소’란 기사를 보면, 안철수연구소의 백신은 세계적 기업 수준인 90%대의 테스트 성공률에 한참 못 미치는 50%대에 불과하고, 이에 수출도 연간 30억대 머물러 있는 국내용 기업이란 점이 잘 드러나 있다. 이런 정도의 기업 대표가 글로벌 경제 10강의 대국인 대한민국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꾼단 말인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이 보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는가. 당연히 이동호 객원기자의 글도 강준만의 책에는 인용이 되어있지 않다.
2류 백신사업자가 세계 10강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경제패러다임을 바꾼다고?
미국에서의 IT경제의 초석을 다진 것은 클린턴 정권 때이고, 핵심 인물은 잭 골드스미스였다. 그는 법학 전문가이고 지금도 하버드대 로스쿨 법학대학원 교수이다. 인터넷 경제는 안철수와 같은 하청업체 대표가 판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인터넷경제 생태계 자체를 제도화할 수 있는 법학 전문가의 일에 가깝다. 실제로 한국에서 잭 골드스미스와 같이 인터넷 경제 개혁을 시도하는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가 추진해온 일은 포털 독점을 규제하는 검색서비스사업자법과 안철수를 밀고 있는 친노포털의 언론권력남용을 방지하는 신문법 개정안 등의 입법 작업이다. 이 작업은 2류 백신 사업자 정도로는 판을 구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MBC노조 파업을 지지한 안철수의 의견에 대해서도 지적해보자. 이번에 안철수 책을 집필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제정임 교수는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안 원장은 MBC노조 파업의 원인이 공정보도를 어렵게 만든 경영진의 잘못이라는 인식라고 보고 있었다. 공정보도를 위해 노조 단위에서 싸우는데 지지하고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 아울러 안 원장은 공영방송에서 사장이 바뀌었다 해서, 정권이 바뀌었다 해서 논조가 오락가락 하는 것 자체가 방송 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결국 안 원장은 누가 정권을 잡건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사장을 선임할 때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도록 합리적인 사장선임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치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사장 선임 제도에 대해 강준만 교수가 수시로 비꼬는 조갑제 대표 등의 애국진영은 TV생중계 사장 선임 공청회를 고안했다. 이 제도를 결사적으로 반대한 쪽이 바로 안철수가 지지하고 있는 MBC 노조이다. 왜 그럴까? 사장 선임 제도가 투명화되면, 사장 후보자의 입으로 노조가 장악한 MBC의 현실이 생생히 국민들에 알려지고, 자기들 마음대로 갖고 놀만한 호구 수준의 사장, 즉 김재철 사장의 임명이 좌절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도 애국진영의 매체에서는 기사가 여러차례 나갔다. 안철수는 이런 최근의 사실조차 모르고 노조의 입장에서 서 있다. 왜 그럴까?
안철수는 친노포털의 뉴스와 댓글 정도만 보고 판단내리는 수준
간단하다고 본다. 안철수가 자신의 책에서 주장한 정치, 외교, 경제, 언론 등에 대한 입장은 친노포털 미디어다음의 메인뉴스와 그에 달린 나꼼수 패거리들의 댓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안철수가 전 분야를 포털의 뉴스만 보고 판단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관련해서 “소통부재와 개발만능주의가 빚은 참극”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친노포털 다음에서 매일 같이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의 친노매체 기사를 번갈아가며 내놓은 내용이다. 제주해군기지의 필요성 여부, 즉 해군력과 중국과의 관계 등 군사외교적 판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왜? 포털뉴스에선 이런 심층깊은 국정 아젠더를 의도적으로 노출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북한에 대해서도 “정부가 강경책을 고수한 것은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란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없다”고 답한다. 근거는? 없다. 그냥 친노포털에 실리는 친노 뉴스와 댓글을 읽고 있는 수준이다.
강준만은 필자의 “안철수는 포털뉴스와 댓글이나 보고 정치, 외교, 경제 등 국정 사안을 판단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최소한 필자를 비롯하여, 김성욱, 정해윤, 이동호 등 각각의 전문분야에서의 안철수의 사실상의 국민사기극을 비판한 내용에 대해서 강준만은 반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 입장에서 자기 분야에서 안철수가 사기 친 것을 확신하는 인물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철수를 지도자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론을 할 수 없다면 강준만은 이들 전문가들의 안철수 비판을 진실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안철수의 BW 이용한 수백원대 재테크는 삼성SDS의 이재용 주식 증여 수법과 똑같아
이왕이면 강용석 전 의원이 제기한 안철수의 BW(신주 전환사채)를 이용하여 3억원을 회사에 납입한 후 1년 뒤 적게는 300억원대, 많게는 700억원대의 재테크 솜씨에 대해서도 반론을 해주기 바란다. 다양한 창업을 하고 청년창업가포럼, 프리보드기업협회 활동을 하며 코스닥 기업들의 주식 사기질에 대해 기본 지식을 갖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 안철수의 행위는 경제민주화 세력들이 비판하는 삼성 SDS의 전환사채를 이용한 이재용 주식 증여 및 재테크 수법과 완전히 똑같다 판단한다. 더구나 필자는 안철수 측의 반론을 보면서 이를 더 확신했다. 무의미한 반론, 즉 친노포털 뉴스나 보며 나꼼수들 수준의 사고를 가진 독자들이나 속일 수 있는 수준의 해명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답이 나왔다고 확신한 것이다. 이것 하나면 안철수 대통령론은 바로 접어야할 것이다. 물론 강준만의 책에서는 BW 건은 물론 강용석 전 의원이 지적한 내용은 단 한줄도 인용되어 있지 않다. 그래놓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안철수는 청교적 기질이 있다”라는 단정적 표현을 썼다. 그건 BW 건을 안철수 측이 완벽히 해명한 다음에 써야할 표현이다.
필자는 안철수와 강준만 모두 벼락치기 함정에 빠져있다고 판단한다. 필자는 물론 안철수에는 별 관심이 없고 문제는 강준만이다. 강준만은 늘 지역주의 타파든 정치개혁이든 벼락치기를 비판하며 평소실력을 강조해왔다. 그럼 증오의 시대를 종언하고 상생과 화해의 시대를 여는 것은 평소실력이 아니라 벼락치기로 가능하겠는가. 당연히 안 된다.
97년 대선, 조순을 택한 유시민을 비판했던 강준만의 논리, 안철수에도 그대로 적용돼
노무현 정권 이후 10년 간의 갈등과 투쟁의 시대 때, 무슨 일을 해온 인물과 세력이 증오의 시대를 종언하는데 적합할까. 강준만은 이런 갈등과 투쟁의 영역에서 한발 벗어난 인물을 택했다. 안철수와 손학규이다. 필자는 도저히 이를 이해할 수 없다. 특히 과거 강준만의 반복된 주장을 너무나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필자로선 더 그렇다. 97년 대선에서 강준만이 김대중을 택하고 유시민이 조순을 택했을 때, 강준만이 유시민과 조순을 비판한 내용을 기억하는가. 이 논리 그대로 안철수는 절대 상생과 화합의 상징이 될 수 없다
상생과 화합의 상징이 되기 위해서는 양 진영 모두로부터 최소한의 리더십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진영에 속해서 끊임없는 내부비판을 하며, 그 내부비판이 외부로 터져나가며, 상대 진영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뒤, 그 힘으로 다시 내부에서의 새로운 개혁세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이 방법 말고 양 진영 모두로부터 리더십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보라. 안철수? 손학규? 갈등과 투쟁의 현장에서 나름대로 자기 진실을 추구해온 세력들이 어떻게 바깥에서 빙빙 돌다 기회만 엿보고 밀고 들어오는 안철수와 손학규를 인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마 양 진영 모두에 엄청난 갈등만 유발할 것이다. 필자만 해도 2류 백신 사업 이외에 아무런 사회적 성과도 내지 못하고, 포털뉴스나 보고 국정을 판단하는 안철수가 대권욕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덤빈다면, 안철수 및 안철수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세력 전체에 목숨을 걸고 전쟁을 선포할 것이다. 이게 상생과 화합이란 말인가.
강준만의 손학규 지지는 힘의 논리, 김영환, 박준영, 김경재 등 구 민주계에 대한 배신
강준만은 노무현의 열린우리당 분당을 비판했다. 정치권에서 그에 실제로 맞서 싸운 세력이 있다. 바로 구 민주계이다. 그 구민주계를 대표하여 김영환, 박준영 등이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뛰고 있다. 당밖에 김경재 전 최고위원도 있다. 강준만은 이들을 무시하고, 한나라당에서 15년 간 호의호식하다, 당원들을 배신하고, 자신의 주장한 바를 180도 말을 바꾸며 들어온 손학규를 지지한다. 김경재, 김영환, 박준영의 정치인생이 손학규보다 못한 이유를 설명해줄까? 바로 힘의 논리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저녁이 있는 삶 같은 3류 카피 같은 것은 필자라도 김영환, 김경재, 박준영에 얼마든지 만들어줄 수 있다.
필자의 판단은 강준만이 수십 번 주장한 그대로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 허리에 묶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선이 얼마 안 남았다 해서 1%대 김영환이 아닌 3%대 손학규를 택한다는 것은 논객이나 지식인이 할 일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는 좌우 상생을 할 수도 없다. 아직도 손학규에 배신감에 치를 떠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 손학규를 내세워 통합하라면 돌이라도 맞지 않으면 다행이다. 증오를 종식하는 게 아니라 더 무서운 증오의 시대를 불러오는 것이다.
강준만의 이번 책의 전체적인 논조는 매우 탁월하다. 또한 증오와 갈등의 시대를 종식하겠다는 강준만의 선의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어설픈 실천 방안과 부적합한 인물 내세워 함부로 대선판에 또 다시 킹메이커 역할을 자청하지 않았으면 한다. 강준만 본인이 직무유기를 범하며, 갈등과 증오의 주범들로부터 박수나 받으며 편하게 살고 있을 때, 갈등과 투쟁의 험한 바다 속에서 무수한 논전을 벌이며, 바로 상생과 화해를 위한 진실을 찾으려 몸을 던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겸허히 인정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