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자유통일강대국코리아 (역사/외교)


배너

일본의 WBC 불참 선언을 환영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자

일본의 프로야수 선수 모임인‘일본 프로야구 선수회’가 지난 7월20일 임시총회를 열고 내년 3월로 예정돼있는‘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불참할 것을 전원일치로 결의했다. 이유는 단순하다.‘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수익구조’에서 더 이상 곰 노릇은 안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사실 일본은 그 동안 치러진 두 번의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세계에 일본의 실력을 증명해 보였을 뿐 아니라, 축구에 밀려 점점 인기가 수그러들고 있는 일본 내 야구열기에도 다시 불을 당기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 대회 때도 WBC의 문제점은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결선경기가 펼쳐지는 미국에선 3년에 한 번 펼쳐지는 국가대항전임에도 미국대학농구(NCAA)보다도 인기가 뒤지는데다, 높은 관심과 시청률을 보이는 것은 한국과 일본뿐임에도 그 수익은 대부분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 중심인 주최 측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과 일본선수의 유니폼, 포스터 등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경우 참가국들 권리를 보장받아 각국 수입으로 인정을 받는데 반해, WBC는 대회본부와 메이저리그 사무국 수익이 되고, 이는 다시 메이저리그 선수들 연금을 위해 쓰인다. 대회 흥행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일본과 한국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구조가 아닐 수 없다.

한국 vs. 일본 관계를 이용한 교묘한 상술

많은 한국인들은 한국이 일본을 꺾었을 때의 통쾌함과 짜릿함을 잊지 못한다. 한국언론들은 월드컵과 올림픽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연일 WBC 관련 뉴스를 쏟아냈고, 감정적이며 애국주의를 자극하는 기사들도 적지 않았다. 일본을 꺾었을 때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비신사적 행동을 한 선수들에 비판보다 찬사가 쏟아졌던 당시 분위기를 생각하면 분명 한국사회는 흥분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주최 측 입장에서 보면 한일전만큼‘돈주머니’가 되는 경기도 없었다. 한일 양국에서 시청률, 입장관객 모두 다른 경기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경기에서 승리한 쪽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관심을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일감정에 빠진 한국과 혐한감정에 물든 일본은 서로 상대 콧대를 누르기만 하면 만족했고, 승리의 쾌감을 만끽하고자 TV 앞으로 몰려들었다.

재탕에 또 재탕…돈 되는 사업 ‘한일전’

한일 양국시합이 돈이 되다보니 대회진행도 그야말로 기형적으로 이뤄졌다. 16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9번의 시합을 치르게 됐는데, 그 중 5번이나 상대하게 된 것이 일본이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리 지역예선이 있고 결선이 있다 해도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편성이었다. 돈 되는 아이템을 우려 먹을대로 우려먹은 재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축구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두 팀이 결승까지 가면서 5번이나 시합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보는 이들도 지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한일 양국언론이 부추긴‘숙명’ ‘라이벌’관계에 푹 빠져버린 양국 시청자들은 의문을 가지기보다 국기를 휘두르며 거리로 쏟아져 나와 열띤 응원을 펼치기 바빴고, 기형적으로 진행되는 대회진행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일본의 불참은 기회인가 위기인가?

일본의 WBC 불참 선언으로 내년 대회는 분명 김이 빠질 것이다. 가장 먼저 광고시장 위축이 예상된다. 미국에선 인기가 없는 대회다보니 미국 대형스폰서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나마 참가했던 기업들마저 발을 빼려하는 가운데, 그 자리를 메운 것이 바로 일본 스폰서들이다. 그러나 일본 스폰서 입장에서 일본대표 팀이 출전하지 않는 대회는 딱히 매력 있는 광고시장이 아니기에 참가 스폰서들은 줄 수밖에 없다. 현재 절반 이상이 일본기업으로 채워진 WBC 스폰서 상황을 생각해보면 대회 존립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대회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일본에 패한 한국 팀 입장에서 일본의 불참은 한국이 우승할 수 있는 기회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상위험과 스케줄을 핑계로 정예멤버가 출전하지 않는 미국을 비롯, WBC에 딱히 열광하지 않는 나라들을 상대로 우승하는 것은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일까?

그 이전, 준우승이란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서도 상금과 포상금 배분에 불만을 가진 선수들이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돈’을 놓고 진흙탕 싸움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WBC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일본선수들 역시 상금 및 수익 분배에 불만을 가진 것이 불참선언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일본에선 출전선수들을‘사무라이 재팬’이라 치켜 올리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처럼 국위선양 한 애국자 대접을 했지만, 왕서방(메이저리그 사무국을 중심으로 한 주최 측)만 돈을 벌고 부상의 위험 속에서 재주만 넘어야 하는 곰(선수)들이 드디어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의 불참결정은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국위 선양’과‘애국심’이란 것이‘곰’을 재주넘게 하기 위한 주문에 불과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선수들 차례다.‘한일전’이 사라져 맥이 빠지게 된 WBC를 앞두고, 전 대회 우승팀 일본이 불참하니 우승확률이 높아졌다고 좋아할 것인가, 아니면 냉정하게 손익계산을 따져보고 참가여부를 다시 생각해 볼 것인가? 어느 쪽이 되든‘국위 선양’이나‘애국’에 너무 연연해선 안 된다. 그것은 바로‘왕서방’이 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