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자식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자 좌파언론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채 총장의 입장을 메인 탑 기사로 올리며 사실상 채 총장 방어에 나섰다.
경향신문은 6일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전혀 모르는 일”> 제목의 기사를 통해 “채동욱 검찰총장은 조선일보에서 제기한 ‘혼외자식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며 “조선일보는 채 총장이 1999년 한 여성과 만나 지난 2002년 이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아 기르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고 보도했다. 채 총장의 사실부인을 강조한 것이다.
한겨레 인터넷판 신문도 이날 <채동욱 검찰총장, ‘조선일보 ‘혼외자녀’ 보도’ 부인> 제목의 기사를 메인 톱 기사로 올리고 “채동욱 검찰총장은 6일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의혹’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며 채 총장의 입장을 적극 전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6일자 1면에서 “채 총장이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장검사로 근무하던 1999년 무렵 현재 부인이 아닌 Y(55)씨와 만나 2002년 이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 채 총장의 아들은 지난 8월31일 미국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또 이 기사에서 “이는 청와대의 채 총장 인선·검증 과정이나 지난 4월 초 국회의 인사청문회 때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며 “채 총장은 검찰총장 후보로서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될 수 있는 혼외자녀 문제를 숨기고 국민을 속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 기사 요건이나 따지는 미디어오늘, 채동욱 사퇴 주장해야 맞아”
한편 언론노조 기관지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의 보도를 전하면서 “보도 배경과 취재 과정을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고 기사화했다. 보수진영의 정치인과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일단 폭로와 의혹 확산부터 주력하던 보도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미디어오늘은 그러면서 “하지만 해당 기사가 기사로서 요건을 갖췄는지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며 “기사를 보면 사정당국 관계자라든지, 정부고위관계자라든지 정보출처를 밝히는 표현이 없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미디어오늘은 또 익명의 통신사 기자의 말을 빌어 “그게 1면 톱에 올라갈 정도로 중요한 기사인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이와 함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자녀 소스를 조선일보에 준 출처가 국정원이 아니냐는 뉘앙스가 묻어나는 보도 태도도 보였다.
미디어오늘은 기사에서 모 통신사 기자가 “채동욱 총장 표현대로 검찰 흔들기가 목적인 것 같다. 국정원에서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심증 뿐”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보수성향의 종합일간지 기자도 해당 기사를 두고 ‘저 정도로는 기사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기자들 사이에선 경찰 쪽이 흘려도 이 정도로 흘리진 않았을 것 같고 다른 권력정보기관 쪽 소스가 아니겠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미디어오늘은 “해당 기사를 쓴 기자의 경우 법조 출신이긴 하지만 현재 서울시청팀장이어서 해당 기사의 주요 소스는 바이라인에 없는 다른 기자가 가져왔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보도에 대해 조선일보 내부에서도 해당 기사가 1면 톱으로 타당했는지를 두고 우려 섞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가 현재 다른 ‘증거’를 확보, 채동욱 검찰총장이 계속 부인할 경우 2탄을 내보낼 것이라는 이야기도 조선일보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자유언론인협회 김승근 미디어위원장은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자녀 보도에 기사 요건을 따지거나 마치 정보를 준 게 국정원이 아니냐는 식의 미디어오늘의 보도 행태는 가소롭기 그지없다. 만일 남재준 국정원장과 같은 이들의 사생활 의혹이었다면 기사 요건을 갖췄느냐를 따졌겠느냐. 누구보다 앞장서 묻지마 폭로전에 앞장섰을 것”이라면서 “공직자에 대한 미디어오늘과 좌파언론들의 평소 도덕성 잣대라면 부적절한 사생활 의혹과 논란이 제기된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해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해야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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