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이사장 이길영)의 수신료 인상 논의가 최종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 전제 조건으로 제안한 5개 국장 평가제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지만 여야 이사들 간의 합의가 무산돼 최종 결렬됐다.
이에 따라 야당 추천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 논의를 보이콧하면서 오는 13일 이사회에도 불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여당 추천 이사들만의 단독 의결이 예상되고 있다.
야당 추천 이사 4인(이규환·김주언·최영묵·조준상)은 12일 오후 ‘공정성과 자율성 제도화 없이는 수신료 인상 불가능하다’ 제목의 성명을 내고 “보도공정성과 제작자율성 보장 제도화를 위한 소수이사(야당이사)의 노력이 최종 좌절됐다”며 “이 부분에 대한 제도화 없이는 수신료 인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KBS 이사회는 지난 8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보도국장 및 제작국장 등 주요 국장 5인에 대한 임명 6개월 후 사후평가 및 인사조치안에 대해 논의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사후평가제와 관련해 △이사회가 노사 양측과 함께 새로운 국장평가제의 주체가 될 것 △6개월 후 평가결과 재적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한 국장은 사장이 즉각 해임할 것 △평가 주체는 평기자와 평PD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야당 측 요구안은 ‘KBS 장악 음모’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일찌감치 제기된 바 있다. ‘국장 사후평가제’가 비록 애초 야당 측 이사들이 제안한 국장 임명동의제보다 다소 후퇴한 안이기는 했지만 평가의 주체가 평기자와 평PD들이 될 경우 사실상 임명동의제와 같은 기능을 해 KBS 시사보도가 언론노조 측 입맛대로 흘러갈 우려가 제기된다.
국장 사후 평가제를 의식한 국장들이 평기자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공영방송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기조가 공정성을 잃고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KBS 이사를 지낸 황근 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장평가제와 비슷한 부정적 효과가 우려되는 국장임명제에 대해 “도리어 보도의 공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황 교수는 “KBS 인사권자는 사장으로 인사권은 사장의 고유권한”이라며 “노무현 정부 시절 방송사 편성규약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는데, 거기엔 보도국장 등 중요 자리는 사장과 노조가 ‘협의’ 비슷한 것을 할 수 있게 해놓았다. 그러나 보도를 공정하게 하겠다고 이런 식의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만들면 오히려 언론사 보도가 위축된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또 “특히 언론노조 KBS지부(새노조)의 경우, 정치적 성향이 매우 강하다. 파업 때 경험했듯 야당과 재야단체와 연대해서 실질적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정치적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런 가운데 노조와 인사 문제를 협의한다는 것은 공정과 거리가 멀다. 보도의 공정성을 기하기는커녕 보도 기능이 약화되거나 정치적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여당이사들의 수신료 인상안 단독 의결이 임박하면서 야권지지 성향의 시민사회에서는 ‘수신료 일방 처리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오전 11시 KBS 신관 정문 앞에서 ‘불공정방송·편파방송 KBS 수신료 인상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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