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은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이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편에 대해 재심의를 청구키로 했다고 PD저널이 보도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편은 간첩 혐의로 구속된 서울시 공무원 유모씨에 대한 1심 무죄 판결 과정을 다룬 것으로, 해당 편은 ‘국정원 저격수’들을 동원해 국정원을 일방 매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PD저널에 따르면, <추적 60분> 제작진은 경고(법정제재, 벌점 2점)에 대한 집행정지요청을 마감시한인 지난 27일 오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요청했다. 제작진은 이후 30일 이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편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제작진은 해당 편에 대한 경고 처분에 반발해 재심청구 절차를 거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심 요청 과정에서 담당 부장까지는 결재가 나왔지만 담당 국장은 결재를 미루며 신중을 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사측이 최소한의 권한도 행사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고 PD저널은 보도했다.
그러자 결국 제작진과 언론노조 KBS본부 등이 반발했고, 사측은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27일 오후 5시경 재심을 결정했다.
하지만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편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여 사실 여부를 공정하게 따지기보다 애초 국정원을 표적 삼아 일방적으로 매도하기 위한 방송이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는 점에서 KBS가 방통심의위의 제재 결정에 반발해 재심의를 청구한 것은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작진이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과를 전면 부인하며 재심을 요청함으로써 해당 편이 심각한 편파방송이었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독선적 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노조는 무서워하고 시청자는 무시하는 결정 내린 KBS 염치없다”
실제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졌고, KBS 시청자위원회의 배상윤 위원은 “공정성과 헌법적 가치의 존중은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의 기본”이라며 “9월 7일자 ‘추적60분’ 방송분은 아직 최종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1심 재판 결과를 가지고, 피고인(탈북자 위장 화교)이 국가기관의 부당한 수사에 의하여 피해를 본 것이 확인된 경우인 것처럼 시청자가 오인할 수 있는 방식과 내용으로 제작 방영하여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되었다”고 제작진의 불공정한 제작태도를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시청자위원의 지적에 대해 기획제작국측 역시 제작 취지의 정당성을 항변하면서도 “‘추적60분’은 앞으로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진실추구와 함께 합리적인 불편부당성의 원칙을 지켜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는 공정한 보도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지적하신 객관성과 공정성의 문제를 제작과정에서 항상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에서 실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렇게까지 답변한 사측이 제작진과 언론노조 KBS본부 등이 반발한다는 이유로 방통심의위에 재심을 청구키로 한 것은 노조의 압박에 못 이겨 시청자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MBC가 사실상 노조가 경영하는 언론사라지만, 도대체 KBS가 MBC보다 나은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시청자위원에 공손히 답변까지 해놓고 언론노조 압박에 못 이겨 재심의를 청구한다니 장난하자는 건가? KBS도 노영방송이란 걸 자랑하는 건가”라고 힐난했다.
박 사무총장은 “이번 KBS 재심의 청구 결정은 심의 결과가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으면 방통심의위의 결정도 절대 승복할 수 없다는 법치 무시의 오만방자함이 깃들어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는 많은 시청자들의 뜻도 무시한 것이다. 노조는 무서워하고 시청자는 무시하는 이런 태도로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말하는 KBS에게 염치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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