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의 최장기 파업과 관련해 노조가 MBC를 상대로 낸 해고·정직 무효 확인 소송에서 노조 승소 판결을 낸 서울남부지법 박인식 부장판사가 이전에도 MBC 관련 수차례 재판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줬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MBC 측의 대응이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재판에 앞서 서울남부지법 박인식 판사는 PD수첩 제작진이 광우병 왜곡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자신들을 징계한 회사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도 노조원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또한 이상호 기자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MBC가 김정일 장남인 김정남을 인터뷰해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해고당하자, MBC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의문의 핵심은 이미 수차례 MBC노조 측에 지속적으로 유리한 판결을 내린 특정 판사가 이번에도 재판을 맡았음에도 MBC 측이 ‘법관기피신청’을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관기피신청이란 민형사 재판에서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검사 또는 피고인 등이 제기할 수 있는 행위로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사유에 해당하는 때 그 법관을 직무집행에서 배제시킬 것을 신청하는 제도이다.
물론 현직 변호사들은 특정 판사의 이전 재판 결과가 사측에 불리하다는 그 이유만으로 특정 재판관을 기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폴리뷰 측과의 통화에서 “기피신청은 많이들 하고 있다”며 “종전의 유사 사건을 담당했었다는 그런 이유로는 기피사유가 되기는 힘들다. 당해 재판 진행에서 불공정한 재판이 있었다든가, 법률 기피사유에 해당될 때만 허용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판사가 어떤 성향이고 어떤 판결을 냈기 때문에 거기에 비춰 재판이 불공정할 사유가 있다고 해서 기피 사유로 보기는 좀 힘들다”면서도 “보통 쉽지는 않지만 그러나 케이스바이케이스”라고 여지를 남겼다.
또 다른 변호사는 “원칙대로 법관기피신청을 하는 게 맞지만, 대리인 입장에서, 또 MBC 입장에서는 남부지법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부분, 전체 법원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한 결과 기피신청을 안한 것이 아닐까 싶다”며 “그런 판단이었는데 결국 안 좋게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쉽지는 않지만 MBC가 법관기피신청이란 적극적 대응을 통해 이번과는 다른 결과를 받아들 가능성도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사측은 '즉각 항소'를 말하며 1심 재판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재판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관기피신청'같은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은 소송대리인의 '직무유기'임에 분명하고 이를 뒷짐 지고 방치한 사측 또한 스스로의 '무능'을 증명한 셈”이라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판결은 정권에 기대 유례없는 초장기 불법정치파업을 주도한 당사자들에게 회사에서 보너스를 지급하라는 것”이라며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파업기간 중 무리한 일정에도 최선을 다했던 구성원들은 그럼 대체 뭐가 되나?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MBC가 이 소송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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