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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善” 아니라는 경향신문, 빙상연맹 대변인?

빙상연맹 대변 오해 부를 기사로 고질적 문제 피해가, 언론다운 역할 ‘미흡’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현수(빅토르 안, 러시아) 선수의 귀화 원인으로 지목된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여론의 융단폭격을 맞는 가운데 경향신문이 “‘안현수=선’ ‘빙상연맹=악’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이 만연됐지만 안현수의 귀화 배경은 복잡하다”며 여론 비판과는 다른 시각의 기사를 16일 인터넷판에 게재했다.

<안현수 파벌 피해 ‘진실 혹은 오해’> 제하의 경향신문 기사 요지는 안 선수가 파벌의 희생양이 됐다는 비판이 있지만 안 선수 역시 파벌의 혜택을 받은 면이 있다는 취지였다.

기사는 “빙상계 관계자들은 ‘안현수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득을 본 게 많다’고 입을 모은다”면서 “안현수는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를 나왔고, 국내 빙상계의 막강한 권력자로 통하는 전명규 부회장도 한체대 출신이다. 2005년 4월에는 남자 국가대표 8명 중 안현수를 제외한 7명이 선수촌 입촌을 거부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당시 ‘대표팀 코치가 특정 스케이트를 신으라고 요구했고 특정 선수(안현수)를 편애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안현수는 2006년 2월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뒤 3월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면서도 “다만 토리노올림픽 전후 한체대 출신 안현수가 당시 비한체대 코치와 비한체대 선수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것은 사실이다. 안현수는 한체대파 코치가 있는 여자대표팀에서 훈련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즉, 안 선수가 빙상연맹 파벌 싸움의 일방적 희생자로 인식됐지만, 역설적으로 파벌 간 대립으로 인해 득도 봤다는 취지인 셈이다.

안 선수가 부상을 당한 후 빙상연맹이 고의로 방치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경향신문은 다른 시각을 보였다.

경향은 “안현수는 2008년 1월 훈련 중 무릎을 크게 다쳤고 2년 동안 3차례 수술을 받았다”면서 안현수 아버지는 최근 인터뷰에서 “그때 현수가 재기할 수 있도록 빙상연맹에서 도와줘야 했다”면서 “다치니까 나몰라라 하는 식으로 신경 쓰지 않은 게 너무 섭섭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 쇼트트랙 메달리스트는 “안현수와 같이 올림픽 3관왕이었던 진선유도 부상을 당했고, 결국 은퇴했다. 이정수·곽윤기 등도 부상 때문에 이번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했다”며 “안현수가 특별한 선수라 지원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특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경향은 보도했다.



경향신문, ‘다른 선수들도 부상당한 뒤 은퇴해’ 상식 밖 논지

그러나 경향의 이런 보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재능이 뛰어남에도 부상을 당한 선수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연맹이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 ‘다른 선수들도 부상당한 뒤 은퇴했다’는 것을 이유로 안 선수에 대한 연맹의 무관심과 방치를 정당화하는 것이 언론의 바른 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파벌 때문에 대표팀에 탈락했다는 여론 비판에 대해서도 경향은 반박했다. 경향에 따르면 수술을 3차례나 받은 안현수는 2009년 4월 밴쿠버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했는데 하위권으로 밀렸다. 2010년 국가대표선발전은 4월 열릴 예정이었고 안현수는 5월에 군사훈련을 받으러 입소할 계획이었으나 선발전이 9월로 연기됐다. 안현수는 “군사훈련 후 9월 선발전에 맞춰 몸을 만들기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현수를 배제하기 위한 고의적인 일정 변경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당시 연맹은 파벌 논란, 짬짜미 파문으로 정부 차원의 조사까지 받으며 선발전 방식을 완전히 바꿨고 일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즉, 빙상연맹의 경기 일정 변경은 안 선수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 조치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안 선수 개인의 불운이라는 셈.

마지막으로 경향은 안 선수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이 2010년 12월 팀을 해체하고 후 이듬해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안 선수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는 등 불운이 겹치자 재기를 원했던 안 선수가 자신을 위해 결국 러시아를 선택했다는 설명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네티즌 “안현수 문제 사정 복잡하다고? 이게 바로 편파기사” 비판

경향신문의 기사를 요약하자면,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는 지극히 개인적 판단으로서 빙상연맹을 딱히 비난할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즉 안 선수는 빙상연맹 파벌 싸움의 일방적 희생양이 아니라 득도 보고 손해도 본 일반적 케이스이며, 그가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것은 그의 개인적 불운과 실력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그의 귀화를 빙상연맹에 전적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칫 빙상연맹 책임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경향신문의 이러한 기사는 빙상연맹에 대해 비판 여론이 쏟아지는 근본적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향이 이 기사에서 보인 논리대로라면 빙상연맹의 고질적 파벌 싸움과 짬짜미 논란에 대한 개혁의 정당성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현수가 특별한 피해자가 아니고 파벌 간 대립이 모든 선수들이 득도 보고 손해도 보는 일반적 경우라면 특별히 빙상연맹을 탓할 이유가 없게 된다. 안현수가 선이고 빙상연맹은 악이라는 단순 구도가 지나치게 극단적이라고 하더라도 안 선수 귀화가 결국 횡행하는 파벌 싸움, 승리만능주의, 선수 보호에 대한 무관심 등 빙상연맹에 내재한 총체적 문제의 결과로 나타난 만큼 이런 식의 기사는 개혁의 당위성을 무마할 가능성이 크다. 언론이 이런 식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 공익적 관점에서 올바른지도 의문이다.

많은 독자와 네티즌들도 경향의 기사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아이디 ‘porco131’는 “사정이 복잡하다고요? 저게 편파적인 기사지. 진실을 파헤치는 기사인가요? 군대 면제 때문에 메달 양보하라고 하고.. 돌려먹기 하자고.. 이런 얘기는 왜 안 올리나요? 거절하니까 왕따시키고..”라며 “그 당시 쇼트트랙은 우리나라가 독보적이었어요. 우리가 메달을 다 잠식해서 짬짜미가 가능한.. 국대로 뽑히면 바로 메달 딴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죠. 그런 상황에서 나온 문제였습니다. 기자는 좀 조사를 제대로 하고 쓰세요.”라고 반박했다.

‘Lee Sandra’는 “금메달 양보하라는 파벌은 대한민국 밖에 없음, 무릎부상은 왜 당했는가? - 훈련 중 넘어지면서 펜스에 무릎이 부딪혔는데 펜스가 돌 같았다고 하죠. 결국엔 열악한 환경이 문제란 걸 알 수 있음. 그 환경은 누가 만들어주나? 연맹과 국가가 만들어주죠”라며 “ 2006년 올림픽 금메달 3관왕 선수가 팀이 해체되어 훈련할 곳이 없어진다는 게 말이 됨? 이게 자신을 위한 선택? 암~ 그럼! 김연아가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훈련한 것도 본인의 선택”이라고 신랄하게 비꼬았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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