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를 지키는 인물이라 평가받는 이춘구 심의위원이 오늘 오전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방송에 복귀해야 하는 이유’제하의 글을 사내게시판에 게시하며 선후배들을 향해 현명한 판단을 당부했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공영방송을 되돌려줘야 한다”
이춘구 심의위원은 게시글에서 “많은 논란과 논의 속에서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방송 현장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방송을 지키고 지금도 우리가 달려오기를 목마르게 기다리는 국민, 시청자 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방송인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되돌려주고 목전에 다가온 6. 4. 지방선거와 월드컵 방송에 매진하도록 하자”며 “너무도 당연한 얘기이지만 우리는 어떤 명분이나 이유로도 이러한 사명을 쉽게 저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주권자인 국민의 수임자로서 공영방송을 우리만의 판단으로 파행에 이르게 할 수는 없다”며 “아시아-태평양 방송연맹(ABU)은 영방송사가 존재함으로써 공정한 선거보도와 객관적 뉴스를 통하여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KBS는 국가의 제1기관으로서 헌법적 기관”
이 심의위원은 “방송법 제43조 제1항의 규정과 같이 KBS는 국가기간방송이며, KBS는 그 자체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아 주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인 것”이라며 “이러한 의미에서 KBS는 국가기간방송으로서 방송면에서 주권자인 국민 그 자체이며, 국민을 대변하는 1차적 국가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국가기간방송이라 함은 국가의 형성과 유지·존속의 기대, 제도적 장치 등의 표현”이라며 “특히 공영방송으로서의 KBS의 법적 지위를 규명함으로써 우리의 위치와 처신 방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보편적 서비스를 한 순간도 놓을 수 없다”
이 심의위원은 “공영방송 KBS의 존재이유는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이라며 “독일에서는 ‘기본적 정보제공(Grundversorgung)’으로 규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경우 헌법적 기능, 민주적 여론형성,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평화통일, 생활정보 제공, 문화형성 등 국민 생활 전반에 걸쳐 기본적 정보제공, 기본적 역무 제공에 대한 의무이행과 권리행사를 뜻한다고 본다”며 “이 ‘보편적 시청권’ 규정을 쟁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기억할 것”이라 환기했다.
그러면서 “정말 며칠 앞으로 다가온 6. 4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근거를 시급히 제공해야하며, 또 월드컵 중계를 위해 중계방송단이 지금 출발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제 이사회 결정에 따라야”
이 심의위원은 작금 논의되고 있는 사장의 책임 문제는 이제 이사회 결정에 맡기도록 하자며 “현 상황에서 방송법상 제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관은 이사회”라고 밝혔다.
이어 “이사진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노사는 그 결과에 따르도록 하자”며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방송은 어느 특정 정권이나 거대경제세력, 방송 종사자나 노동조합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이중삼중의 제도적 장치를 하도록 하자”며 “위임받은 국민 주권을 행사하는 최종 주체로서 사장의 최종적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경영진의 부당한 간섭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제도를 쟁취하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헌법적 기관 종사자로서 양심을 실천해나가자”
이 심의위원은 KBS 직원은 헌법적 기관의 종사자라며 “법관과 같은 양심으로 공영방송의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 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를 예로 들며 “우리도 이와 같이 해야 한다. 그러면 쉽게 공영방송을 놓을 수 없을 것”이라 설명했다.
계속해서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후배의 얘기대로 헌법적 기관의 종사자로서 우리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공영방송을 방송 현장에서 굳건하게 지켜나가야 한다”며 “헌법적 기관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명을 저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우리의 헌법적 양심을 되새겨 보자”며 “방송 민주화 투쟁과정의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이성을 오늘에 되살려 방송현장에서 그토록 염원하는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방송을 지켜나가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게시글 전문>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방송에 복귀해야 하는 이유
존경하는 선후배 여러분!
작금의 사태에 대해 얼마나 노심초사하십니까? 많은 논란과 논의 속에서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방송 현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방송을 지키고 지금도 우리가 달려오기를 목마르게 기다리는 국민, 시청자 곁으로 가야 합니다. 국민의 방송인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되돌려주고 목전에 다가온 6. 4. 지방선거와 월드컵 방송에 매진하도록 합시다. 지금 우리는 그것을 너무 쉽게 내놓고 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이지만 우리는 어떤 명분이나 이유로도 이러한 사명을 쉽게 저버릴 수 없습니다. 저는 공법 연구자로서 작금의 사태에 대한 법적 고찰을 간단히 하고 선후배 여러분의 용기 있는 결단을 호소합니다.
1. 주권자인 국민에게 공영방송을 되돌려줘야 합니다.
우리는 주권자인 국민의 수임자로서 공영방송을 우리만의 판단으로 파행에 이르게 할 수는 없습니다. 2012년 아시아-태평양 방송연맹(ABU)이 규정한 공영방송의 본래적 의미를 다시 한번 살펴봅시다.(註1) 공영방송은 민주주의와 포괄적 정보사회의 초석(cornerstone)입니다. 공영방송은 공중의(of the public) 방송으로서 공중에 의하여(by the public) 그리고 공중을 위하여(for the public) 설립되고 규제를 받습니다.(註2) ‘공중(Public)’은 한 국가의 국민, 공통의 이익 또는 같은 수준의 국민의 집단으로 규정됩니다.(註3) 법적 지위가 인정되는 국민과 사실상 동일한 개념으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즉, ABU는 공영방송사가 존재함으로써 공정한 선거보도와 객관적 뉴스를 통하여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질적 발전을 통하여 통치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요즘 겪고 있는 상황을 민주주의의 3원칙에 비춰 다시 생각하도록 합시다.
2. KBS는 국가의 제1기관으로서 헌법적 기관입니다.
방송법 제43조 제1항의 규정과 같이 KBS는 국가기간방송입니다. 공영방송은 주권자의 의지가 집결되고 함축되는 주권 수행의 주체입니다. 즉 KBS는 그 자체로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아 주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인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KBS는 국가기간방송으로서 방송면에서 주권자인 국민 그 자체이며, 국민을 대변하는 1차적 국가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註4) 즉 기본권으로서 방송의 자유의 주요한 주체이자 주권자 집단의 일반의지(general will)의 집결과 표현·행사의 주체이며, 국가적 정체성(national identity)을 확립할 수 있습니다. 국가기간방송이라 함은 국가의 형성과 유지·존속의 기대, 제도적 장치 등의 표현입니다. 특히 공영방송으로서의 KBS의 법적 지위를 규명함으로써 우리의 위치와 처신 방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보편적 서비스를 한 순간도 놓을 수 없습니다.
공영방송 KBS의 존재이유는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입니다. 독일에서는 ‘기본적 정보제공(Grundversorgung)’으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헌법적 기능, 민주적 여론형성,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평화통일, 생활정보 제공, 문화형성 등 국민 생활 전반에 걸쳐 기본적 정보제공, 기본적 역무 제공에 대한 의무이행과 권리행사를 뜻한다고 봅니다. 방송법은 제2조 25호에서 “‘보편적 시청권’이라 함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그 밖의 주요행사 등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제76조, 제76조의 2, 제76조의 3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보편적 시청권’ 규정을 쟁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기억할 것입니다. 정말 며칠 앞으로 다가온 6. 4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근거를 시급히 제공해야 합니다. 또 월드컵 중계를 위해 중계방송단이 지금 출발해야 할 때입니다.
4. 이제 이사회 결정에 따르도록 합시다.
작금 논의되고 있는 사장의 책임 문제는 이제 이사회 결정에 맡기도록 합시다. 현 상황에서 방송법상 제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관은 이사회입니다. 이사진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노사는 그 결과에 따르도록 합시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방송은 어느 특정 정권이나 거대경제세력, 방송 종사자나 노동조합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이중삼중의 제도적 장치를 하도록 합시다. 위임받은 국민 주권을 행사하는 최종 주체로서 사장의 최종적 자유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경영진의 부당한 간섭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제도를 쟁취하도록 합시다.
5. 헌법적 기관 종사자로서 양심을 실천해나갑시다.
우리는 헌법적 기관의 종사자입니다. 이에 따라 법관과 같은 양심으로 공영방송의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도 이와 같이 해야 합니다. 그러면 쉽게 공영방송을 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후배의 얘기대로 헌법적 기관의 종사자로서 우리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공영방송을 방송 현장에서 굳건하게 지켜나가야 합니다. 헌법적 기관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명을 저버린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는 진정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우리의 헌법적 양심을 되새겨 봅시다.
존경하는 선후배 여러분!
우리는 1990년대 쟁취한 방송 민주화 투쟁의 철학을 기억하며, 방송 민주화를 이룩해 나가도록 합시다. 우리는 방송 민주화 투쟁과정의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이성을 오늘에 되살려 방송현장에서 그토록 염원하는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방송을 지켜나가도록 합시다. 선후배 여러분들의 현명한 판단과 용기를 기대합니다.
註1: Elizabeth Smith, A Road Map to Public Service Broadcasting, ABU, 2012, pp 4-7.
註2: 공영방송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3원칙 즉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 지켜지고 있다. 공영방송에서 public은 주권자(sovereign)로서 people로 대비된다.
註3: Merriam-Webster Dictionary, Public: the people of a country, state, etc.
a group of people who have a shared interest, quality, etc.
註4: Stewart, Or of the Press, 26 Hastings L. J., 631 (1975). 미국 스튜어트 연방대법관(Potter Stewart)은 파수견(watch dog) 이론을 강조하며, 언론을 제4부라고 했으나 필자는 주권자인 국민의 직접 참여라는 헌법적 체계를 근거로 제1부로 본다. 끝.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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