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한 교회에서 한 강연 내용 가운데 일부 내용만 짜깁기 보도했다가 왜곡보도 논란에 휩싸였던 KBS <뉴스9>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가 중징계 예상을 깨고 ‘권고’ 결정을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문 전 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내용 일부를 발췌해 보도한 ‘KBS 뉴스’에 대해 9명 위원 전원 합의로 권고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권고’는 ‘향후 제작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권고문을 전달하는 행정 지도로, 보도 내용이 문제는 있지만 법적인 징계를 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조치다. 행정 지도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인 ‘의견 제시’보다는 한 단계 높다. 왜곡보도로 인한 사회적 파문을 낳은 것에 비해 제재 수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방통심의위는 △신앙적 믿음을 고백하는 교회 강연 내용을 후보자의 역사관 검증의 판단 근거로 제시하고 △해당 강연의 일부 발언만을 편집 보도해 발언 취지를 왜곡했으며 △문 후보자의 반론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한 것은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방통심의위가 당초 중징계 예상을 깨고 “공직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야권 추천 위원들의 거센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 여권 측에선 "문제있다는 의견을 가진 위원들끼리 법정제재 수위를 조절하자"며 법정제재를 주장했지만 야권 추천 위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윤훈열 위원은 "다수결로 밀어붙이자는 게 합의제 정신인가"라고 반발했고, 박신서 위원도 "이런 의사진행이라면 더 이상 동참할 이유가 없다"고 항의했다.
야권 측 위원들이 퇴장 등 맹반발하면서 파행이 우려되자 ‘제재 수위에 대한 합의론’이 제기되면서 결국 여권 측은 중징계 의사를 거둬들였고, 여야 위원들은 격론 끝에 행정지도인 '권고'에 합의했다.
박효종 위원장은 "합의제 정신을 위해 본래의 의견에서 한 두 걸음 양보해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도달했다"면서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러 위원들이 말한 것처럼 방통심의위가 나아가야 할 좋은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KBS는 지난 6월 11일 온누리교회 강연 동영상 가운데 일부 내용을 발췌해 문 전 후보자가 “일본의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 “우리 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해 “의도적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7일 열린 심의위의 방송소위원회에서는 3 대 2로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의견이 많아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중징계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4일 오후 3시에 시작된 전체회의는 여야 추천을 받은 위원들 간에 격론이 벌어져 두 차례 정회를 하고 야당 추천을 받은 장낙인 위원이 퇴장하는 진통을 겪은 끝에 결국 오후 8시경 ‘중징계’와 ‘문제없음’의 중간 지점에서 합의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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