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서비스를 위한 포털사의 기사 선택 편집 배열 행위를 두고 실질적인 언론행위를 하고 있다는 학계의 주장이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편집의 기준 역시 언론사와 거의 유사한데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저널을 통해 “포털 뉴스서비스가 ‘신문법’의 ‘인터넷뉴스서비스’에 포함되기 때문에, 현행 법제도에서는 ‘유통’ 단계에서 뉴스콘텐츠를 제공하는 포털 사업자도 엄연히 언론사”라며, “포털에 ‘언론권력’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야권 역시, 포털의 언론권력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100분토론’이나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야당 의원들이 지적하는 포털의 문제는 여당이 제기한 것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국정감사장에서 나타난 야당 의원들의 모습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포털사의 사회적 영향력 등을 거론하며 정치적 중립과 공적책임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막고 있는 모양새다.
야당은 포털 측 인사들의 증인 출석을 일단 거부하고, 여당 의원들이 포털 뉴스서비스 관련 질의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또, 여당 의원들이 포털 관련 문제제기를 할 때마다 야당 의원들은 포털사의 항변을 그대로 되풀이 하거나,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식의 대응을 보여 왔다.
즉, ‘무엇이 문제인가’는 공감하면서도 ‘지금 그 쪽이 할 말은 아니다’라는 논리로 야당은 사회문제를 정치논쟁으로 이끌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신문 “포털, 방송·신문 못지 않은 영향력 행사, 공적 책임져야”
국감장에서의 논의와는 별개로, 포털로 야기된 문제 해결을 위해 새누리당이 최근 법안 마련에 나섰다. 관련 문제가 수년 전부터 제기된 만큼, 일부 매체들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한 규제의 부재를 재차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규제 마련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포털의 자의적인 뉴스배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던 서울신문은 지난 14일 ‘포털사이트 공공성 강화 방안 시급하다’ 제하의 사설을 통해 포털사이트의 영향력에 대응하는 공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논했다.
사설은 “뉴미디어 시대에 어울리는 저널리즘의 발전을 위해 뉴스 공급자로서 포털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며, “정치권에서도 포털사이트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면 직접 규제가 능사는 아닐 게다. 그렇지만 우리는 포털이 단순한 뉴스 중개자 이상의 막강한 영향력과 수익을 향유하는 만큼 당연히 상응하는 공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포털이 일부 사이비 인터넷 언론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는 오래됐다…물론 포털에 신문법을 적용하자는 이들 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언론학계나 야권에서 논란이 진행 중이다”라며, 기존 규제의 일괄 적용에 대한 논란도 함께 언급했다.
사설은, “그렇다 하더라도 네이버나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가 저널리즘으로서 방송이나 신문 못잖게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기사가 포털 광고영업 이익의 14.2%에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와 함께, 이 이익분의 일부를 언론발전기금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도 함께 실었다.
이와 함께, “이런 마당에 포털이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아무런 공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안 될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포털에 의존하고 있는 기사를 미끼로 광고를 요구하는 유사언론행위와 어뷰징이 문제라는 점은 인정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포털이 광고수익을 겨냥해 선정적 보도를 일삼는 매체들의 숙주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 때문에 건강한 여론조성 기능 등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가 교란된다는 것이 논지다.
그러면서, 사설은 신뢰도 높은 기사가 먼저 노출되도록 하는 알고리즘 개선과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운영,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준하는 기구 설치 등으로 공공성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며 마무리했다.
한국일보 “포털 규제, ICT 발전 속도 못 따라가”
한국일보 역시 지난 21일 ‘방송•인터넷 경계 사라졌는데… 노골적 광고•막말 등 여과없이’ 제하의 기사를 통해, ICT발전 속도에 규제 법안 마련이 맞추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기사는 네이버를 통해 공개된 ‘신서유기’를 예로 들며, “남녀노소 누구나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지만 방송을 제작할 때 지키도록 돼 있는 심의 기준 등은 완전히 무시된다. 담배 브랜드 이름 대기 게임이 나오고,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 이름이 수시로 등장한다. 비속어도 난무한다. 그런데도 자체적으로 분류한 시청등급은 ‘전체 시청가’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포털사이트가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을 재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웹방송을 기획하는 등 실질적인 방송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존 등급분류, 심의 규정은 인터넷 콘텐츠를 전혀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며,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인터넷 콘텐츠는 완전한 심의 무풍지대”라고 비판했다.
콘텐츠의 내용에 법률상 문제가 있어도 전달 주체가 ‘포털’이면 규제법안을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이에, 기사는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에 따라 소비자들의 시청 관행은 이미 크게 바뀌었는데도 제도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이처럼 포털사이트에서 공개되는 콘텐츠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두에게 공개돼 있음에도, 기존 법안으로는 기존 매체들이 직접적인 대상으로 지목돼 있어, ‘포털’ 이라는 새로운 유통 경로를 통한 콘텐츠에 대한 등급이나 심의 규제에는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셈이다.
관행적으로 인터넷 사업자가 자율 규제를 하고 있지만, 기사는 이에 대해 “사실상 심의기능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이대열 방통심의위 홍보팀장은 “방송법상 심의는 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을 잣대로 방송 심의를 적용하고 있어 (네이버 등) 정부의 방송 인허가를 받지 않은 사업자는 심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장은 “인터넷은 속성 상 표현의 자유에 더 무게를 둔다”고도 덧붙였다.
또,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전달 주체가 기준이 아닌)콘텐츠 내용에 대한 좀 더 구체화된 등급제와 심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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