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KBS 노동조합(이하 조합)은 이날 발행된 노보 366호를 통해, KBS 핵심계열사인 KBS미디어의 이른바 ‘오페라게이트’와 관련 당시 경영진이 회사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끼친 배임의혹에도 승승장구하며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내용에 따르면, KBS미디어 경영진들은 지난 2012년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오페라 ‘투란도트’와 ‘아이다’ 공연을 기획하며, 비정상적인 계약행위로 34억원의 빚을 떠안았음에도 항소하지 않는 등 석연찮은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조대현 사장의 직무유기 의혹도 있다면서, 법률검토를 통해 관련 당사자들을 검찰에 고발할 뜻을 밝혔다.
조합은 “현 조대현 사장이 이끌었던 KBS미디어직원들은 방송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천만 원 이상의 금액이 나오면 인사위원회 회부나 구상권 청구를 각오해야 한다. 카메라 등 각종 방송장비 파손에 대해서도 회사는 여지없이 책임을 엄격하게 묻고 있다”며, “경영진도 마찬가지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경영진이 수십억을 날리고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고 오히려 영전까지 하는 등 불합리의 극치를 보였다면서, KBS의 방만 경영 적폐를 도려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대현 사장, KBS미디어 사장 재직 시 의문의 오페라 공연에 나서며 ‘무모한 도박’
노보에 따르면, KBS미디어는 KBS에서 제작,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국내외 판권 판매, VOD유통, 해외 프로그램 수입 및 더빙 제작 등을 총괄하는 콘텐츠 유통 전문기업이다.
공연사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도, 현 조대현 KBS사장은 KBS 미디어 사장으로 있던 2012년 3월, 오페라 제작 실적이 전무한 S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공연 기획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기업 협찬 없이 티켓 판매 수입만으로 공연 수익을 맞추겠다는 건 사실 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100억 원이나 드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기업 협찬도, 투자자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KBS가 국내도 아닌 일본 경기장에서 공연하겠다는 건 무모한 도박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조합은 “모든 사단은 2012년 3월 27일 KBS미디어가 S기획사와 오페라 ‘투란도트’의 도쿄 돔 투자 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됐다”면서, 당시 사업의 위험성이 높았기에 당연히 함께 손잡고 사업을 벌일 기획사라도 믿을 수 있어야 하는데, S기획사는 ‘투란도트’ 투자 계약서를 작성하기 불과 6개월 전인 2011년 9월 설립, 급조 의혹이 있는 기획사였다고 주장했다.
‘투란도트’도쿄 돔 공연은 2012년 3월 27일 KBS미디어가 10억, J씨의 S기획사가10억, H자산운용에서 20억 등 모두 40억 원으로 문화산업전문회사(이하 문전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문전사는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페이퍼컴퍼니다.
하지만, 4개월 뒤에 투란도트 도쿄돔 공연은 사업성 의문이 제기되면서 추가투자 유치에 실패해 더 이상 추진되지 못한 상황을 맞았다. 이 때 문전사 회계상 남아있던 액수는 15억원이며, H자산운용이 우선 회수 권한을 갖은 상태여서 KBS는 고스란히 10억을 날린 셈이 됐다.
조합은 이때 사라진 25억에 대해, “J씨는 25억원을 도대체 어디에 쓴 것일까”라며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수사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밝혀내야 할 대목”이라 강조했다.
조대현 사장 후임 전용길 사장이 공연 프로젝트 수정, 이어받아 무리하게 재추진
이후 2013년 1월, 조대현 사장의 후임으로 KBS미디어에 부임한 전용길 사장은 또다시 S기획사의 J대표와 손잡고 ‘아이다’ 도쿄돔 공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노보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에서 전용길 사장측은 “투란도트 투자 손실금 (10억 원)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S기획사(투란도트 추진 회사)가 후속으로‘아이다’를 기획해 기존 10억원 지분을 서류상 인정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고 진술했다.
조합은 이를 두고, “말이 좋아‘투자 손실 보전’이지 실제로는 전임 조대현 사장의 ‘경영 실패를 무마(?)하기 위해’ 또다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확실한 협찬처나 투자자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 도쿄돔 대관료 입금 마감일인 2013년 4월 12일, 실무 책임자인 KBS미디어 L부장은 I투자사로부터 30억 원을 유치했다며 품의서와 계악서 원본 등을 첨부해 급하게 결재를 올렸다.
그러나 더 이상의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자, 결국 2013년 8월 말 KBS미디어는 9월 17~19일 도쿄 돔에 올리려던 오페라 ‘아이다’ 공연을 공식적으로 취소했다.
작년 4월 정기 감사 결과 KBS미디어 경영진의 ‘연대보증’ 규정위반 드러나
지난 해 4월 정기 감사 결과, KBS미디어 경영진은 I투자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규정을 어기고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계약 조건에 ‘투자금 30억 원에 대한 연대지급보증(손실 보전)’조항까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당시, L부장의 징계를 요구하는 선에서 감사를 끝냈지만, KBS미디어는 그 해 6월 L부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퇴사 처리했다. 하지만, 퇴사 두 달 뒤인 8월, L부장은 공교롭게도 비리 혐의로 구속까지 됐던 KBS PD출신 인사 K씨가 고문으로 있는 H엔터테인멘트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조합은 이 같은 정황을 설명하면서 “L부장 역시 오페라 공연을 맡은 S기획사 J대표와 함께 오페라 게이트 진상 규명의 열쇠를 쥔 핵심적인 인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KBS노조 “의혹투성이 ‘오페라게이트’ 끝까지 파헤칠 것”
한편, 2014년 10월 오페라 ‘아이다’에 30억 원을 투자했던 I투자사는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KBS미디어를 피고로 하는 소장을 냈다. 투자계약 체결 당시 연대보증 조항을 근거로 KBS미디어에 투자금 30억 원과 이자를 달라는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이었다.
조합은 1심에서 청구액 34억여원 전액을 지불하게 된 KBS미디어가 “항소에 실익이 있다고 사료된다”는 법률자문 결과에도 불구하고, 당시 경영진들의 과실인정을 염려해 항소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은 또, 도쿄돔 오페라가 추진되는 2년 동안 J씨의 기획사는 KBS의 다른 자회사 공연 여러 개도 연달아 따내는 등 의문의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중소규모 공연도 제대로 진행 못해 잡음이 많았고, 2013년 3월에는 맡은 공연 중 하나를 돌연 취소시켜 언론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J씨가 최근에도 KBS가 후원하는 공연에 관계자로 또 모습을 드러냈다”며, “KBS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수십억원의 손해를 끼친 인물이 KBS와 계속 업무 관계를 이어나간다?”라며 “PD출신 등 KBS 간부들과 막역하다고 알려진 J씨가 지난 3년 동안 KBS 자회사들의 공연 업무를 지속적으로 맡게 된 경위에 대해선 그동안 감사원 감사나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게 없다. 의혹을 풀기 위한 정확한 사실관계 조사가 추가로 필요한 이유”라고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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