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총선을 앞둔 마지막 국정감사가 지난 8일 마무리됐다. 시작 전부터 총선을 겨냥한 ‘색깔론’ 혹은 ‘정쟁’으로 진행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감 후반부에 등장한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을 계기로 시대가 1981년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올해 국감은 추석을 계기로 전 후반부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전반부 키워드가 ‘포털’과 ‘롯데그룹’이었다면, 후반부 키워드는 ‘고영주’ 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국감장에서는 지난 2일 야당측 의원들이 고 이사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 후 진행된 한국방송공사(5일) 방송통신위원회(6일) 미래창조과학부(8일) 국정감사에서도 고 이사장의 발언 내용에 대한 비판을 되풀이 했으며, 새정치민주연합 당내 의결사항까지 반복적으로 거론해 피감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뒷전으로 미루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미방위 박민식 여당 측 간사는 “야당 의원들의 뜻을 저로서는 이해하지만, 정치공세적인 측면이 있다”고 비판하며, 국정감사에 집중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제 1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야당 내부의 갈등 및 혁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국정감사에 임하는 야당측 의원들의 태도는 역풍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고 이사장의 이념과 시국관은 국민의 1%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새민련의 주장과 달리, SNS상에는 고 이사장의 소신 있는 태도와 발언 내용에 지지하는 견해도 제법 눈에 띈다.
그러나, 야당의 ‘고영주 해임’ 결의안 발의에 맞춰, 방통위 및 방문진 야당측 인사들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모양새다.
방송통신위원회 야당측 상임위원들은 임명권자가 해임해야 한다며, 야당이 주장하는 ‘결자해지’식 논리를 언급했다. 방문진 이사장직을 사퇴할 마땅한 결격사유가 없는데도, “그분 자체가 갖고 있는 생각과 발언, 입법•사법부에 대한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 “이대로 가면 MBC가 과거 공안검사의 관점과 시각으로 경영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 이사장의 ‘사상이 불순하다’는 식이다.
이사장 호선 결의를 부정하며, 8일 이사회장을 박차고 나와 기자회견을 가진 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들도 비슷한 이유로 이사장 불신임 결의 내용을 밝혔다.
방문진 유기철·이완기·최강욱 이사는 고 이사장의 발언이 “방문진 이사들과 MBC 구성원들을 ‘수구 이념의 추종자’쯤으로 오인받도록 함으로써 방송사로서의 위상에 씻기 어려운 위해를 가했다”고 불신임 결의 사유를 설명했다.
또한, “우리는 앞으로 고영주를 이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그가 주재하는 회의 등을 일체 거부할 것…빈약한 논리로 고 이사장을 두둔하는 일부 이사들은 권력의 꼭두각시 노릇을 멈추고 이사장 퇴진 등 방문진 정상화의 노력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문진에 대한 오인을 이유로 개인철학에 대한 발언 자제를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장 불신임을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입장에서의 정치행위로 해석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야당 측 이사들의 이 같은 집단행동은 방문진 이사로서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 견해도 나오고 있다.
정부 인사에 대한 해임요구, 극우 몰아세우기,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는 집단 보이콧 등 야당의 이데올로기 마케팅이 이번에도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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