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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조희팔 ‘안 잡았다’ 확신에 찬 목소리…KBS ‘시사기획창’

검경비리 메세지 분명하지만 ‘아픔’ 강조하는 피해자단체 일방의견 아쉬워

4조 원대 사기극을 벌이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그 흔적을 따라 꼬리를 잡으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바로, KBS시사기획 창이다.

지난 10일 방송된 시사기획 창 “추적! 조희팔”은 중국 현지에서 조희팔의 2인자 강태용 검거과정을 공개하고 조희팔 사기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했다.

방송은 속칭,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로 불리는 조희팔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도, 사건이 남긴 의혹에 집중했다. 조희팔 도주, 측근들의 검거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이 의도적으로 이들을 놓아주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됐지만, 제작진 역시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듯 오락가락하는 검경 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피해자 발언과 함께 구성했다.



피해자 일방적 입장이지만 상식선은 지킨 ‘시사기획창’

피해자 단체의 발언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영상으로 근거를 제시한 이 같은 형식은 다소 편파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이 같은 구성은 보통,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피해자 단체의 발언을 심도있게 대변하면서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한편, 다른 측면으로는 피해자들의 관점을 시청자들이 강요받는 상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날 방송은 검찰과 경찰의 뇌물수수 등이 사실로 밝혀지기도 해 내용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은 피해자 이순향씨의 사연으로 시작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딸을 잃은 이 씨의 오열은 해당 사건과 조희팔 사건의 개연성을 생각하기 이 전에 ‘아픔’ 이라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씨는 딸의 사망보험금을 포함, 그 동안 축적한 재산을 모두 조희팔의 다단계 회사에 투자금으로 넣었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후 남편마저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

화면은 이 씨가 조희팔 사기사건 보도에 대해 “피해자의 피 같은 돈을 물 쓰듯 펑펑 쓴다. 호화로운 생활하도록 지금까지 검찰은 뭐했나?”라며 격분하는 모습으로 첫 5분을 마무리했다.

이어, 조희팔 사건을 추적 중인 취재진에 강태용에 대한 제보가 접수, 제작진은 우시시에서 강태용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시사기획창 “상부 어느 선까지 갔길래 정부가 손 놓고 있나?”

강태용은 조희팔의 최측근이자 참모다. 방송은 같은 장소에서 시간만 바뀐 화면들과 숨겨 놓은 카메라들에 포착된 거친 화질의 화면을 내보내며 첩보물 같은 시각적 효과를 줬다. 또, 제작진이 검찰 수사 요청 지시를 내리는 등 통화내용을 긴박감 있게 전달했다. 그러나 중국 공안에 검거된 강태용은 아무런 저항 없이 순순히 잡혔다.

화면은 다시, 중국에서의 강태용 행적을 되짚었다. 강태용이 칭다오에서 자주 들렀다는 술집에서 “씀씀이가 컸다”는 종업원의 발언을 통해, 초반에 언급됐던 ‘피해자들의 피 같은 돈’을 상기시켰다.

또, 칭다오 체류 당시 공안에 검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술집 사장의 보증으로 풀려났다면서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확인을 위해 파출소를 찾은 제작진은 중국 공안으로부터 “국가적 인터폴 적색 수배령이 없었다. 국가 간 협의 문제라 어쩔 수 없었다”는 발언을 전했다.

그러면서, 공안의 거짓말이거나 경찰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리지 않았다는 가정을 세우고, 경찰청에 공식 문의했다. 그러나, 경찰청은 개인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령 여부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이로써 방송은 경찰이 정보를 감춘다는 뉘앙스를 전달하며, 강태용을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했다.

내용은 조희팔 사건으로 처벌을 받은 검경 관계자들의 혐의 사실을 편집으로 전환됐다.

특히, 조희팔 사건을 담당했던 정 아무개 경사의 뇌물수수 및 정보유출 건에 대해서는 수사팀 말단이 혼자서 저지를 비리가 아니라 ‘경찰의 시스템’ 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내보냈다.

또한, 강태용의 고등학교 동창을 포함, 총 7명의 경찰과 검찰이 징계를 받았지 발견된 사람만 이 정도라며, “이들만 돈을 받았을까?”라고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 김태문씨의 “상부 어느 선까지 갔길래 정부가 손 놓고 있나?”라는 주장으로 의혹의 범위를 확대했다.



조희팔 사건 8년의 미스터리, 충실히 따라간 제작진

방송 33분 후 후반부에 접어들자, 이번에는 조희팔의 또 다른 측근 배상혁이 등장했다. 배 씨는 조희팔 강태용과 달리 한국에서 검거됐는데, 자유로운 이동은 물론, 친구와 펜션까지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바른가정경제실천을위한시민연대(바실련)’ 김상전 대표는 “수사관계자가 연루돼 1년이면 끝날 텐데 7년이나 끝났다. 의혹이 아니라 팩트로서 감옥에 사람이 갔다”는 주장이 다시 삽입됐다.

조희팔이 챙긴 자금추적도 진행됐다. 조희팔 일당은 김천시 삼애원을 재개발 투자를 가장해 290억 원을 자금을, 조희팔 최측근 현 모씨가 대표로 있는 대구의 한 무역회사는 760억 정도의 자금을 각각 숨겼다는 의혹을 공개했다.

이 같은 자금 은닉수법은 모두 강태용의 아이디어라는 사실도 함께 언급해, 앞서 뇌물 수수 라인을 쥐고 있던 강태용이라는 인물이 조희팔 사기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강조했다.

방송은 마지막으로 조희팔의 생존가능성 의혹을 제기했다. 2012년 장례식 장면까지 공개됐지만, 칭다오 광저우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등 중국 남부 접경지역에서의 목격담이 지속적으로 나오는데다, 중국 웨이하이의 한 식당 종업원은 “지난 해 자주 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방송은 강태용 검거 후, “사망했다고 할 만한 과학적 근거 없다”는 수사팀의 반전 발언과 함께, 이영렬 대구지검장의 “조씨가 살아있는 것을 전제로 수사하고 있다”는 국감발언을 내보냈다.

이번 강태용 검거로 조희팔 핵심 4인방은 검거가 완료됐다. 방송은 조희팔의 비호세력, 숨겨둔 재산, 장례식을 둘러싼 의문 등에 대해, “조희팔 사건의 미스터리 8년 만에 풀릴 수 있을까?”라는 문구를 던지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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