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방송된 시사기획 창 ‘노동위 심층 보고서’ 누가 심판하는가?’가 노동위원들의 전문성을 심판대에 올렸다.
‘창’ 제작진은 부당해고 여부를 판정하는 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을 ‘해고자의 삶을 좌우하는 이들’ 이라 표현하면서 그 중요성을 크게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해고사건을 다룰 만큼 노동법에 대한 전문 식견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으로 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 이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공익위원들이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 ‘창’ 제작진의 ‘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전문성’ 비판 취지다.
제작진이 세운 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전문성의 기준은 ‘노동법’에 대한 전문성 이었다.
방송은 지난 가을 한국노총이 ‘노동개혁’ 협상 테이블에 복귀해 극적으로 이뤄진 노사정대타협 장면으로 시작했다.
대통령소속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장을 수개월간 이탈했던 양대 노총의 반대 이유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이다. 그 중 제작진은 일반 해고에 집중했다.
민주노총 측 주장 ‘쉬운 해고’ 관점에서 만든 제작진
제작진은 저성과자 퇴출로 경직된 노동시장 유연화를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사실상 ‘쉬운 해고’가 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일축했다. 이는 양대 노총이 수개월간 노사정 협의회를 떠나있는 동안 일관되게 주장했던 내용이다. 협상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결정한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은 여전히 같은 이유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창’ 제작진의 이러한 전달방식은 민주노총 측의 주장대로 ‘쉬운해고’ 관점에서 근로자를 일방적인 약자로 만든 셈이다.
물론, 임금 근로자들이 경제적으로 사용자에 대한 상대적 약자로 상정돼 많은 부분이 논의되기에, 실질적인 현실을 반영했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공감은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제도라는 것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시사다큐멘터리로서 제도가 가지는 그늘진 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의 관점이 부각됐다면 좋았겠지만, 이 날 방송은 그렇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방송은 ‘구직자’가 아닌, ‘해고자’의 관점에서 고용불안을 논했다. 해고자 사례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3인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로 복직을 신청했으나, 노동위원회가 합당한 해고로 판정하자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승소한 이들이 등장했다. 이들의 해고는 부당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결이 엇갈린 사례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1년에 노동위원회 신청 건 중 5% 정도만 소송으로 제기된다는 점을 지적, 제작진은 “현실에서 노동위원회가 사실상 법원”이라며, 노동위원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고냐 복직이냐 노동자의 삶을 사실상 좌우하는 공익위원들이 해고사건을 다룰 만큼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까에 대한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창’ 제작진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전산파일로 가지고 있는 해고징계 사건 전제, 2008~2014년 기간 동안의 총 6,537건을 분석하고, 70건 이상을 처리한 공익위원 74명을 분석 대상자로 추렸다.
그리고 74명을 우선, 각하/기각 순위로 나열했다. 회사냐 근로자냐를 기준으로 공익위원에 대해 먼저 편 가르기부터 한 셈이다. 노사관계를 상호협력관계로 보는 이상향이 제기된 사회적 트렌드를 무시한 채, 여전히 ‘창’ 제작진은 ‘아군과 적군’으로 구별 짓고 있었다.
이러한 관점은 해고자 뿐 아니라, 전체 근로자를 한없는 약자로 만들고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반화 해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
근로자 편을 들어주는 공익위원일수록 전문적이다?
제작진은 또, 기각/각하 순 나열 결과 1위와 74위의 기각/각하 건수가 2배가량 차이가 난다면서, 근로자의 편을 들어 줄 공익위원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순위가 낮은 공익위원들 중에 ‘전문가’ 가 많았는데, 제작진은 노동법을 전공하거나 노동사건 전문변호사 노사관계 전문 경영학자 등 ‘노동법’을 잘 이해하는 사람일수록 전문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비전문가로 구분한 공익위원들의 기각/각하율이 높다고 해서 합리적이지 못한 판단을 했다는 것은 비약이다. 이는, 전문가로 구분된 공익위원들이 매번 근로자의 편을 들어준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방송 시작 후반 15분 정도는 독일의 상황으로 구성됐다. 독일의 부당해고에 관한 학교 교육 현장과 1인의 사례자가 등장했다. 학교교육 장면에서는 노사분규나 해고가 언제든 우리 삶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해 일반적인 설명이 포함됐다.
또, 1인의 사례자를 통해 노동법원의 짧은 처리기간과 함께, ‘법무보험’ 활용으로 변호사 선임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노사관계에 있어 근로자는 일방적인 ‘약자’의 입장이 아니라는 교육을 통한 이해와 제도의 보완을 충분히 강조할 수 있었던 자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 제작진은 독일의 사례를 통해, 노동조합 혹은 해고 관련 문제를 삶의 문제, 사회의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에 방점을 두었다.
프로그램의 이 같은 해석 때문에 대한민국 대부분의 임금 근로자들은 저성과자가 아님에도 제도의 변화로 인해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만 키우게 돼, 아쉬움을 남겼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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