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IS파리 테러 이후 국내 테러 위험을 염려하는 비율이 70%에 달하는 가운데, 14년째 국회에서 논의 중인 ‘테러방지법’이 100분토론 주제로 상정됐다.
24일 방송된 100분토론 703회 ‘국경 없는 테러 시대! 우리는 안전한가?’에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당 측 간사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과 야당 소속 문병호 의원이 각각 여야 대표로 나섰다. 이와 함께, 제성호 한국대테러정책학회 회장이 이 의원 측에, 윤민우 테러전문가가 문 의원 측에 각각 자리했다.
테러방지법의 인권침해 논란에 대한 찬반 의견으로 2:2 구성인 듯 보였으나, 이 날 토론은 사실상 3:1 구도로 전개됐다. 테러 전문가들의 테러방지법 제정 요구가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전문가 패널들은 우리나라가 테러 안전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법안이 없다는 사실을 크게 염려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를 추진하려는 여당 의원의 기세에 야당 대표는 크게 위축된 모양새를 보였다.
문 의원은 테러방지법 제정 필요성이 최근 거론되는 것을 두고, “우리나라가 테러위협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며, 설문조사와 전문가 패널들의 위기의식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이어, “현행 체계와 현행 법률로 테러 대비책이 마련돼 있는 것과 다름없는데, 국정원이 법안을 계기로, 좀 더 강화된, 기존에 없었던 권한을 가져보자는 취지”라며 사안을 정치적으로 분석해 현실괴리감을 극대화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외국에서 첩보가 들어와도 우리가 잡지를 못하고 주요 테러범인데도 동향을 보다가 ‘여권 위조’ 등으로 내보내는 실정”이라며, “테러에 대해서는 신뢰를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전문가는 “(IS의 작전은) 무슬림 소속 사회에 반무슬림 정서를 조성하고, 자연스럽게 이들이 IS화 하는 것”이라 꼬집었다. 또, “0.1%가 극단주의자이고, 0.01%가 실천한다 해도 가용인원이 1천명이 넘는다”면서, 무슬림 커뮤니티와 밀접하게 협조해 테러 방지에 힘쓰고 있는 독일을 예로 들며 지속적인 감시와 추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 전문가는 ‘IS파리 테러’에 대해, 수장이 직접 지시하고 시리아에서 기획했으며, 가해자는 벨기에와 프랑스 국적자이며 실행은 파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간인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나 영향력이 전혀 없는 대통령 훈령으로 테러에 대비한다는 것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법 제도가 없는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모두가 테러 막자는 데 문병호 의원 “국정원이 법 없어 불법행위 했나” 딴소리
이 날 100분토론에서 ‘인권침해’ 가능성이 제기된 부분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휴대폰이나 이메일 SNS 이용 등 통신 내용 감청에 대한 것이었다.
제 회장은 테러는 사후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방점을 두며, 현행 제도가 국정원의 손과 발을 묶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911테러 이 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국가들이 모두 휴대폰과 이메일을 감청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UN에서 지정한 국제테러단체나 연계된 사람들의 테러 위험행위 및 관련 행위 소지가 있을 때 그 사람에 대해서 엄격한 제도 하에 감청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법 제정의 의도와 함께 필요성을 역설했다.
테러방지법 제정 요구의 순수성을 의심했던 문 의원은 테러를 예방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일치를 보였지만, “국정원이 언제 법이 없어서 불법행위 했느냐?”며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보인 한편, IS 가입 시도자들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는 “국내 형법에 범죄단체 조직 가입죄가 있다. 테러단체를 범죄단체로 보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잠시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국정원의 불법행위에 대해 “과거 얘기만 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정보기관이 국내 금융거래를 보며 테러자금을 추적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정보기관은 오히려 볼 수 없다”면서 미비한 국내 법제도를 지적했다.
윤 전문가는 테러방지법 이라는 개념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자금추적 권한, 통신감청 권한, (사법당국에 정보 제공한) 증인보호, (전국에서 통용되는) 포괄영장 등의 방안을 패키지로 구성해야 할 것을 제안했다. 테러조직이 인적 네트워크라는 점이 그 이유로, 장기간 감시하고 추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테러방지법을 초국가 범죄 테러에 대한 방안들로 구상해야 한다고 논했다.
토론하면 할수록 테러방지법 제정 필요성만 커진 자리, 궁색한 야당 측 처지만 부각돼
토론이 진행될수록 법안의 필요성이 커지자, 문 의원은 “국정원이 정보만 수집하고 컨트롤타워는 별도 기관으로 해야 정보가 변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진행자는 테러방지법의 집행 권한을 국정원에 맡길 것이냐, 별도기구에 둘 것이냐로 논의의 범위를 제한했다.
문 의원이 외국 사례를 들며, 컨트롤 타워가 정보기관과 분리돼 있다며 국정원 권한 위임 불가의 정당성을 논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조사 결과를 대며, “그렇지 않다. 영국과 러시아 등 많은 나라들이 대테러센터를 정보기관 산하에 뒀다”고 반박했다. 윤 전문가 역시 “실제로 정보기관이 리딩을 하고 있다”면서, 야당의원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이 미안한 듯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진행자는 다시 논의의 주제를 전환해, “인권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원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문 의원은 “그렇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초, 테러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제정한 법안이었음을 밝히며, “테러와 관련, 외국인만 우선 통신감청을 가능케 하자는 법안을 새로 냈다”고 말했다.
테러의 예방을 시간 내내 강조해 온 제 회장은 테러방지법이 ‘인간안보법’ 이라며 그 본질을 규정, “테러야말로 비무장 민간인을 무차별로 사살하는 중대한 인권침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심이 가는 외국인에 대한 작은 침해를 허용해 달라는 것이 테러방지법의 본질”이라고 해석하며, “’국민을 대상으로 인권침해다’, ‘국정원 권한강화다’ 라는 것을 이유로 드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문가는 특정인을 한정해 추적하는 것으로 테러를 예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작업이라며, 국가와 개인 사이에서 인권의 균형점을 찾았던 기조의 패러다임에서 탈피할 것을 주장했다. 국가와 비국가조직 그리고 시민 3자 구도에서 자신의 기본권을 재설정해야 하는 변화된 상황을 주지시킨 것이다.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에는 여야 의원과 전문가들이 일치를 보였지만, 개인의 인권침해에 대해 문 의원은 여전히 “테러 경각심이 없는 것이 아니고, 테러예방이 강조되면 될수록 인권보호도 강조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야당 측의 ‘정쟁의혹’이 풀리지 않는 한 테러방지법은 논의에만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진행자는 2001년 911 현장을 겪었던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의 자서전 내용 중, ‘철저히 준비하라’, ‘우선순위를 정하라’ 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준비하지 않으면 당할 수밖에 없다는 시장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남아있다”고 방송을 마무리하며 ‘정쟁’의 조속한 마무리를 촉구했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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