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의 아이디어’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KBSN ‘2015 대국민 프로그램 기획안’ 공모전이 ‘대국민 사기극’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1차 심사에 이어 2차 심사인 ‘대국민투표’가 시작되기로 한 지난 10일, KBSN은 공지사항을 게시하고 “1차 심사 통과작이 없다”며, 돌연, 행사 취소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KBSN 측은 “이번 공모전에 접수된 기획안을 대상으로 1차 전문가 심사를 진행한 결과, 아쉽게도 공모주제로 안내드렸던 ‘KBS N 채널에 편성 가능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독창성, 경쟁력, 지속성 등의 측면을 충족 시킬만한 기획안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내년 5월 경 공모전을 재실시 한다는 소식을 함께 공지했다.
이와 함께, 익일(11일) 1차 심사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공모전 응모작 수는 총 2,600여 편이며, KBSN 내부의 프로그램 제작관련 부서를 비롯해 성별·연령별로 안배된 총 19명의 직원이 3개 팀으로 나뉘어 모든 기획안을 검토한 후 서로 팀을 바꾸어 기획안을 크로스심사 해 총 89편의 후보작을 가려냈다.
이 후, 89편의 후보작을 대상으로 KBS 본사 예능국 PD 3명, 콘텐츠창의센터 PD 1명, KBSN 임원 3명 및 광고영업국장, 편성국장대행, 편성제작팀장, 제작 PD 등 총 11명이 1차 심사에 참여했다.
하지만, 공모전 취소 소식을 접한 응모자들은 KBSN의 이 같은 태도에 “장난 아닌 갑질”이라는 비판과 함께, 애시 당초 작품 선정 의도가 없었던 ‘대국민 사기극’이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한 응모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임에도 프로그램 기획 양식에 따라 요약본(컨셉, 출연자, 내용 및 구성)과 세부기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공모전이었다”면서, “결국, 2030세대 대학생, 취준생, PD지망생들이 (응모자의) 대부분이었을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또 다른 응모자는 “2차 투표 후보작 선정이 안 된 것임에도 ‘최종선정작’ 운운하면서 대회 자체를 취소하는 것도 의심스럽고, 어떻게 무성의하게 공지 한 마디로 모든 것을 백지화 시킬 수 있단 말인가”라며 “분노를 느낀다”라고 KBS N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한 네티즌은 이 같은 사태를 두고, “진심으로 묻고 싶다”며, “그들의 기준이 과연 2600명의 기획안을 쓰레기통에 버릴 만큼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있는가”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또, ‘자신의 방송과 맞지 않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수준 높은 기획안들도 자신의 방송과 맞지 않으면 버릴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KBSN이 갖고 있는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왜 그렇다면 대국민 기획안이라는 이름으로 보통의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제목을 썼는가. 명확한 기준 없이 자신만이 옳다고 말하는 훈장질이 매우 불편하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KBSN의 대국민 공모전 취소에 대해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또 다른 비판은 바로, ‘아이디어 도용’ 이다. KBSN측은 11일자로 공모작을 모두 폐기할 것이라 밝혔지만, 이미 모두 검토한 후여서 응모작과 비슷한 예능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N 측은 공모전 관련 비판에 대해 “홈페이지 공지사항이 모든 답변”이라는 입장이다. KBSN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2차 심사에 들어갈 후보작을 선정하려 했으나, 선정할만한 작품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2차 심사 과정에는 외부 전문가들이 추가돼 진행할 예정이었다”고 답하며, “아이디어 도용은 절대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방지할 구체적인 방지책은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2030세대 지원을 기대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답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방송을 만든다는 취지의 ‘대국민 공모전’ 이라는 점을 재차 언급했다.
이와 관련, 박한명 시사미디어비평가(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는 “공영방송 KBS가 대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행위”라며 “아무리 조그만 공모전이라고 해도 이런 식의 공모전을 본 적이 없다”면서, 공영방송으로서의 격을 스스로 낮춘 행위에 일침을 놓았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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