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또다시 사유화 논란에 휘말렸다. 제작진에 이어, 이번에는 출연진의 지인 가게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마치 처음 가는 것’처럼 연기해 시청자를 기만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013년 3월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직접 택시기사로 분장해 택시를 탄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멋진 하루’ 특집을 진행하며, 방송 중 청담동의 한 미용실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해당 미용실은 배우 최지우가 홍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연출을 맡고 있는 김태호 PD의 아내가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PD가 MBC프로그램을 사적으로 이용해 아내의 사업장을 홍보했다는 비판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2일 방송 된 '무한도전-불만제로' 편은 시청자들의 불만을 해결해준다는 콘셉트로, ‘박명수가 머리숱이 많아보였으면 좋겠다’는 시청자의 의견 해결을 위해 멤버 박명수가 가발을 맞췄다.
그러나, 방송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해당 업체는 박명수가 운영하는 곳으로, 방송을 개인적으로 홍보에 이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무한도전 시청자게시판에도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무한도전에 대한 비판과 실망, 분노를 담은 의견들이 빗발치고 있다.
사적 관계가 있는 사업장을 광고도, PPL도 아닌 형태로 공영방송 프로그램에 등장시켜 홍보효과를 누리게 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 제작진과 출연진의 도덕성에 금이 가는 행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꾸준히 팬 층을 늘려 온 MBC 간판 프로그램인 만큼, 시청자 게시판에는 사업주와의 단순히 사적관계에 대한 비판 뿐 아니라, ‘무한도전’ 제작진과 출연진에 대한 실망과 분노의 감정에 더해 궁극적으로 ‘신뢰’가 무너진 데 대한 허탈함까지 표출하고 있다.
“공영방송이 개인 이익을 위해 전파를 낭비하고도 아닌 척 했다”
12일 방송에 대해, 시청자 A씨는 “마치 처음 가는 가게인 거 마냥 사진한번 찍었다고 아예 첨보는 사람 취급하면서 행동했던 것도 어이없고 누가 봐도 어색하고 가발이 이상한데도 불구하고 좋다고 방방 뛰어다니는 박명수씨 모습을 보면 시청자 입장에서 기가 찰까요? 안찰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토요일 날 본방사수하면서 봤을 땐 재밌었는데 사실을 알고 나니까 진짜 기가 차네요…장소 섭외가 어려워서 박명수씨가 자기 동생이 가발 파는데 동생한테 한 번 부탁하겠다고 하는 식으로 나왔다면 이렇게 논란까진 없었겠죠”라며, 시청자를 우롱하는 무한도전 제작진의 태도를 맹렬히 꼬집었다.
시청자 B씨는 “그동안 무한도전을 보면서 무도가 예능프로그램이 아니라 방송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형성하는 거대한 갑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무한도전 프로그램 중간 중간에 간접 광고뿐만 아니라 노골적인 사리사욕이 보이기도 했습니다”라며, 무한도전 제작진의 변질된 모습에 대한 실망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시청자 C씨는 “엠비씨는 공영민영 혼합방송…국민의 성원으로 운영되는 엠비씨가 별도의 방송국에 보상도 없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소중한 국민 전파를 낭비하고 아닌척 했는데 분노해야 마땅한 것 아닙니까?”라며, 분노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또, “그날 방송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완전하게 농락당한 느낌”이라며 무한도전 제작진의 ‘대국민 사기극’에 대한 진심어린 해명과 대책을 촉구했다.
이 외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방송횟수가 늘수록 더 엉망이 돼 간다” “배가 부를 대로 부르다” “알면서도 모르쇠 하는 제작진과 출연진…무도빠 들이 있으니 무도갑질한다” 등 콧대 높은 무한도전 제작진들의 ‘갑질’에 대한 지적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시청자들은 해당 방송에 대한 제작진의 해명도 ‘진실되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급하게 촬영장소를 섭외해야하는 상황 가운데 박명수씨 동생이 운영하는 가발 업체에 도움을 요청, 촬영을 진행하게 됐다”고 논란이 된 부분을 인정했다.
이어, “이 가발 매장을 홍보할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방송내용상 홍보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 또한 하지 못했습니다”라며, “방송 내용에만 집중하다보니 촬영 장소를 선정하는데있어 더 신중하게 고민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예능’으로 불릴 만큼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어마어마하다. MBC가 올 3분기에 방영된 16개 프로그램의 각 플랫폼별 시청자 수를 합산한 결과, ‘무한도전’은 전 국민의 1/3에 달하는 1669만 명의 시청자수를 기록했다. 이는 2분기보다도 회당 500만명 이상이 늘어난 것으로 시간이 갈수록 프로그램 경쟁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MBC는 자평하고 있다.
“박명수만 사과하고 다 알고 있을 김태호 PD는 사과 안 하나”
또, 2015년 예능 연간 시청률 1위에 꼽힐 정도인데도, 홍보효과를 예상못했다는 해명에 시청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청자 D씨는 “무도십년세월…무도 나오는 자체가 대단한 파급력인데 그걸 몰랐다는 게 해명이라고 합니까?”라며, 진심어린 해명을 촉구했다.
또, “첨부터 사실을 알리고 시작했으면 몇 번 그런 적 있기에 그런가보다 했을 텐데 처음 와 보는 곳인 냥 연기하면서 솔직히 가증스럽다 생각됐네요”라면서, “이제 무도측은 진정성이란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형식적이고 습관적인 사과 진정성 제로니까요”고 말해, 방송에 이어 해명까지도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을 역설했다.
시청자 E씨는 “무한도전은 10년이 지나면서 갑중의 갑이 되었고 부패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씨는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는 방송전파를 마치 개인의 소유인 양 개인의 사익을 위해서 사용했다는 점…마치 처음 방문한 것처럼 가증스러운 연기를 보고 추잡한 이면을 보게 된다”고 무한도전 팀의 도덕성을 지적하며, “거짓 연기에 거짓해명”이라 비판했다.
시청자 F씨는 수차례 반복됐던 제작진과 출연진의 지인 사업장 노출에 대해 “한 두 번도 아니고, 김태호 피디도 똑같이 알고 했을텐데, 박명수만 사과하고, 김태호 피디는 사과도 안하냐?”라며, 연출을 맡고 있는 김태호 PD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시청자들의 이 같은 실망감에 대한 무한도전 제작진의 의견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무한도전 팀은 전화 수신을 거부했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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