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열린우리당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원인이 "노무현 대통령의 당정분리가 낳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는 주장이 여권 핵심에서 제기됐다.
이러한 주장을 한 것은 다름 아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김 의장은 2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이) 정치에 간섭하지 않을 테니 당은 정책에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정책의 핵심은 정치적 결정인데 그 결정에 당이 배제되니까 당이 유사 이래 제일 힘없는 여당이 됐다"고 진단했다.
김 의장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 마음은 돌아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제 역량도 부족한 것 같고 돌아선 국민의 마음이 잘 돌아오지 않는다"며 "그러나 개혁세력이라는 자부심까지 버리면 무책임한 세력이 되기에 국민의 마음이 떠나간 상황을 십자가로 짊어지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탈당은 원칙적으로 안되며 당선된 정당에 대해 5년 후에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장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노력이 부차화되는 정당은 불임정당이고 미래가 없다"며 '정권 재창출'이 집권세력의 제1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최근 북핵문제로 잠시 주춤하고 있는 '정계개편' 논란에 대해 김 의장은, "정계재정비는 이뤄져야 하지만 국정감사와 북핵실험 이후 안보위기 상황이므로 지금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안된다"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의장은 그러나 "정치구조 자체에 불안정이 있고 국민들이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며 "시대정신을 실현하고 구현하는 결단이 되어야 하며 그 과정은 정치인들 이익 챙기기가 아니라 결단과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이날 밝힌 '시대정신'은 '평화'와 '번영'이다. 그는 햇볕정책과 사회통합적 시장경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즉, "평화와 번영을 위한 확고한 정체성과 철학을 가진 사람을 중심에 세우고, 전쟁불사와 시장만능주의를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수구적 보수대연합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의 대연합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게 김 의장이 구상하고 있는 '정계개편'의 방식이다.
그는 또 '새천년민주당의 분당이 여당 비극의 씨앗이 됐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을 당선시킨 분들이 우리의 정치적 기반이자 주동세력이 돼야 하는데 실망을 드렸다"고 시인하고 "다만 (분당 비극론이) 과거에 대한 책임공방으로 가서는 안되고 미래에 어떻게 갈 것인지 방향과 반성의 근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공식 참여와 관련해, "PSI 참여는 지금 정도로 충분하고 경제 교류 협력은 지속돼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존중하되 대화를 향한 제재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어렵지만 국민과 함께 버텨야 한다"고 말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북핵사태의 책임에 대해서 김 의장은 "1차적으로 북한의 책임"이라면서도 "그러나 버금가는 책임이 미국과 부시 행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 20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춤을 춘 일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에 대해 "일부 언론보도를 보며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30초 간 간이무대에 올라가서 개성공단 2주년을 축하해달라는 권유와 사업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업체와 관계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장은 이어 "혹시 부주의했다고 얘기할지는 모르지만, 춤판을 벌였다고 하는 것은 정말 과도하고 무례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최근 민주당이 '햇볕정책'의 계승자라고 자처하고 금강산 관광을 햇볕정책의 계승자라고 하다가 햇볕정책 수정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변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이) 노무현 정부가 대북송금 특검을 했기 때문에 햇볕정책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는데 이제는 초강경으로 나가는 미국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한다"며 "그러면서 포용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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