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가 출범 초부터 광폭의 쇄신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위원장이 외부에서 어렵게 모셔왔다는 위원들은 민감한 사안에도 첫날부터 거침없는 어조로 고강도 발언을 이어가는 등 전권을 쥔 비대위의 위상을 짐작케 했다.
그 중 현 정권 실세를 정조준한 이상돈 비대위원(정치.공천개혁 분과위원장)은 예상보다 더 센 발언으로 한나라당 내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비대위원은 오마이뉴스 등 각종 언론을 통해 “그 사람들(이재오 전 장관 등 이명박 정권 실세)이 그대로 있으면 한나라당 쇄신이란 게 되느냐"며 "(퇴진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 사람들이 만든) 정권이 끝나는데…"라고 전면적인 친이계 퇴진을 주장했다.
이 비대위원은 비대위 출범 직후 이루어진 각종 인터뷰를 통해서도 꾸준히 한나라당 쇄신 방향에 대해 이재오 전 장관 등 현 정권 실세와 친이계의 인적 청산을 주장해 왔다.
물론 이후 파장이 커지자 박 위원장이 직접 나서 “(이 비대위원)개인 의견일 뿐 모두가 쇄신 대상”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그 여진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
김종인 비대위원(정강정책·총선공약 분과위원장)도 만만치 않다. 김 비대위원은 “`747 공약'(연평균 7% 성장, 소득 4만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은 허구로, 이미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판명난 것”이라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패로 규정지었다.
또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에 부담을 주는 요인은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나라당이 소생할 수 있다. (용퇴론은) 이 교수 개인 의견이 아니라 당 밖의 일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연소 비대위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준석 위원 역시 다른 인터뷰에서 "이명박(MB) 정권의 정책이 좋은 의도였어도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MB 정부와 같이 갈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자신을 포함한 비대위 인적 구성에 비판 목소리를 낸 전여옥 의원을 향해서도 2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 분은 관심을 먹고 살아야 하지 않냐”며 개의치 않는 모습도 보였다.
이 같은 비대위의 거침없는 행보를 놓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우파진영에서는 비대위 활동이 박 위원장을 향한 선명성 경쟁이 될 경우 한나라당의 쇄신 실패는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우파 분열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29일 ‘‘완장 차자 칼춤 춘다’는 박근혜 非對委의 ‘李明博 숙청론’은 우파분열로 가는 자살골’ 제목의 글을 올리고 “좌파 진영으로부터는 호평을, 우파 진영으로부터는 반감을 받아온 김종인, 이상돈 위원의 과격한 발언은 李 대통령 세력을 감정적으로 자극, 이들을 反박근혜쪽으로 몰 가능성이 있다”면서 “박근혜 세력은 현직 대통령을 敵으로 돌리거나 그를 희생시켜서라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하다”고 경고했다.
조 대표는 또 “우파 대동단결을 해도 불리한 상황에서 우파세력이나 한나라당 정권에 평소 적대적이었던 사람이 칼자루를 쥐자마자 '이명박 대통령 숙청'을 거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도 무모한 게임으로 보인다”며 “좌파는 자충수로, 우파는 분열로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朴槿惠 위원장이 李 대통령 세력에 대한 두 사람의 비열하게 보이는 공격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싸우기도 전에 敵前분열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폴리뷰 박한명 편집장은 “현 정권의 오류와 실패들을 지적하는 비대위원들의 비판 그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그 비판이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와야 한다”고 했다.
박 편집장은 “그간 현 정권을 일방적으로 비방하는 칼을 갈아온 자, 뇌물죄의 도덕적 흠집이 있는 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들어와 정당 정치의 중심인 집권 여당에서 지나가는 일반 대학생 수준의 풋내 나는 쇄신을 말하는 자 등이 바로 현 비대위원들의 면면”이라며 “이런 비대위원들 중 박 위원장에게 과연 누가 쓴소리를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현 비대위는 박근혜 체제 강화의 의미일 뿐 국민이 원하는 쇄신과는 거리가 멀며 이런 쇄신은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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