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위기에 몰린 당을 전면 쇄신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한나라당이 또 다시 계파갈등 국면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뒤로 물러난 친박계 대신 박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비대위원들이 나서 친이계와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이다.
박근혜 비대위 체제의 좌장격인 이상돈, 김종인 비대위원의 ‘MB정부 실세 용퇴론’ 등 이어지는 ‘인적쇄신’ 강경발언에 친이계인 장제원 의원은 2일 “김종인·이상돈 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다른 비대위원의 비리를 추가 폭로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반발했다.
장 의원은 “의원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는 날을 잡아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제출하고, 의총이 늦어지면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대규모 회동을 하고 기자회견이나 집단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12월31일 의총에서 사퇴 요구를 공식화했는데도 뭉개고 가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며 “두 비대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의원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김 위원 겨냥해 “우리가 ‘차떼기 정당’에서 벗어나 청렴한 당이 되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느냐”면서 “비리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분이 쇄신의 칼을 휘두르면 누가 그 결과에 승복하겠느냐”고 했고, 천안함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이 위원에 대해선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은 천안함 발언으로 문제 삼으면서 이 위원은 그대로 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힐난했다.
반면, 친이계의 집단반발에도 김 위원은 이달 말까지 인적 쇄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퇴할 수도 있다며 초강수를 뒀다. 김 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빠른 시일 내 인적쇄신을 하지 않으면 '비대위가 무엇 때문에 하느냐'에 대한 의미가 상실될 것"이라며 "1월 말까지 상황을 보면 변화가 되는지 안 되는지 대략 판단할 수 있다. (그 때까지) 안 되면 '안 되는 집단에서 더 이상 시간 끌고 갈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월 말까지 변화가 없으면 사퇴하겠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김 위원은 인적쇄신 대상에 대해선 “친이(친이명박)계라는 게 다 실세였으며 당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책임질 사람들”이라고 지적한 뒤 “유권자들이 3번에 걸친 투표에서 뭘 원하느냐를 다 보여줬는데 당을 운영한 사람 중 책임질 사람이 없다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제 기능을 못했으면 친이계, 친박(친박근혜)계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박 위원장을 향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수용할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무엇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지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 과정을 통해 대통령 선거 가도에서 할 얘기도 다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원 활동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론에도 불구하고 간접적으로 비대위 활동에 힘을 실어줬다.
박 위원장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비대위를 처음 시작하면서 마음속에 품고 계셨던 목표와 초심을 가지고 그대로 노력해 간다면 우리는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국민의 눈높이, 국민의 상식이라는 입장에서 앞으로도 쇄신에 박차를 가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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