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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탓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리온단백은 정상인의 뇌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프리온 질환에서는 프리온단백의 3차원구조가 바뀌는 것이 중요한 변화다. 정상 프리온단백은 아미노산이 나선형으로 배열하는 3차원 구조, 즉 알파-헬릭스를 나타내는데, 프리온 질환에서 보는 변형프리온은 납작한 모습의 베타-시트로 나타난다. 이처럼 프리온단백의 3차원구조가 변하면 단백분해효소에 저항하는 성질이 생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프리온단백이 쌓인 신경세포가 죽게 된다.

3차원구조의 변환을 가져오는 원인으로는 1)유전형 프리온 질환처럼 프리온단백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 2)iCJD나 vCJD, 쿠루(kuru)처럼 프리온 질환에 걸린 사람이나 소로부터 유래한 변형프리온을 섭취하거나 접촉하는 경우, 그리고 3)sCJD처럼 발병과정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

프리온 질환과 관련이 있는 유전형질에 대한 연구 가운데 특히 프리온단백 유전자의 코돈129번 형태가 주목을 받았다. 코돈129번 유전자형에 따라 두 가지 아미노산, 메치오닌(methionine; M)과 발린(valine; V)이 들어갈 수 있어 MM형, MV형, VV형의 세 가지 유형이 만들어 질 수 있다.

백인인구집단의 코돈129번 구성비는 MM형이 37%, MV형이 51%, VV형이 12%이다. 가장 흔한 프리온 질환 sCJD 환자에서 백인집단의 코돈129번 구성비는 MM형이 71%, MV형이 15% 그리고 VV형이 14%로 나와 MM형이 높은 빈도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동아시아인에서는 코돈129번의 MM형이 압도적으로 많아 일본 92%, 대만 97%, 중국 98%, 한국 94%로 조사되고 있다.

프리온단백 유전자 코돈129번의 구성비가 지역별 혹은 인종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 sCJD환자가 발생하는 비율은 동서양 어디에서도 인구 100만 명 가운데 1명꼴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백인인구집단의 MM형 빈도가 37%이며 백인 sCJD 환자의 MM형 빈도가 71%인 것과 비교한다면, 인구집단의 90% 이상이 MM형인 동아시아국가에서는 sCJD환자가 백인보다 더 많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프리온 질환의 보고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일본에서는 인구 100만 명 당 1.28명의 sCJD환자가 발생한다. 코돈129번의 MM형만을 프리온 질환 위험요인으로 보는 것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영국의 프리온전문가인 콜린지 등이 vCJD환자 모두에서 프리온단백을 결정하는 유전자(PRNP)의 코돈129번을 구성하는 메티오닌과 발린의 다형성이 MM형으로 구성돼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코돈129번의 MM형을 vCJD 위험요인으로 꼽게 됐다.[1] 만약 코돈129번의 MM형만이 vCJD에 잘 걸리는 위험요인이라고 한다면, 90% 이상이 MM형으로 나타나고 있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vCJD에 걸릴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1986년 광우병이 처음 발견돼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뒤따라 1996년에 사람에서도 vCJD가 발생, 2008년 12월까지 세계적으로 164명의 환자가 확인될 때까지 영국 내에서 발병한 환자는 모두 MM형 구성비가 37%인 백인이었다. 당시 영국에는 MM형 구성비가 90% 이상인 동아시아인은 별로 살지 않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vCJD에 걸린 동아시아인은 1명의 일본인이 유일한데, 이 환자도 영국에 체류한 것은 불과 수십일 정도에 불과한 형편이다. 그렇다면 영국에서 살고 있던 동아시아인들이 대부분 vCJD의 위험요인인 MM형의 코돈129번 유전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 vCJD에 걸린 사람이 발견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니지만 중요한 힌트가 될 연구결과가 있다. 프리온 질환에 저항하는 형질로 보이는 유전형질이 발견된 것이다. 프리온단백 유전자의 코돈219번 유전자 구성에선 각각 글루탐산(Glutamic acid; E)과 라이신(Lysine; K)이라는 아미노산을 만드는 유전형질이 경쟁하고 있다. 일본의 기타모토 교수팀이 일본인 sCJD 환자 85명을 대상으로 프리온단백의 유전자구성을 조사해 모두 글루탐산을 만드는 유전형질 두 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한편 정상 일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돈219번의 구성 비율은 EE형 85%, EK형 15%였다.[2]

재미있는 것은 같은 동아시아지역에 해당하는 중국인(10%)과 한국인(8%)에서도 일본과 유사한 빈도로 EK형이 나타나는데, 백인에게선 EK형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코돈219번 구성비를 조사한 김용선 교수팀은 코돈219번의 EK이형접합이 sCJD에 저항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 주장했다. sCJD 환자에서 관찰된 결과를 vCJD에도 적용할 수는 없다. 즉 지금까지 알려진 vCJD 환자의 대부분이 백인이기 때문에 코돈219번이 vCJD에도 저항하는 형질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하겠다.

‘PD수첩-광우병’편은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의 코돈129번 유전형이 MM형이라서 vCJD에 위험하다고 했다. 하지만 프리온 질환에 저항하는 코돈219번의 EK유전형이 서양인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지만 동아시아인에서는 10% 내외 수준으로 발견된다는 점을 빠뜨린 것은 문제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광우병 전문가를 자처하는 한 교수는 코돈129번의 MM형만이 vCJD의 감수성과 관련된 요인이라고 교과서에 수록돼있고, 코돈219번의 EK형이 프리온 질환에 저항한다는 사실은 아직 연구단계에 있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교과서란 학생교육을 위해 보편적으로 알려진 과학적 사실을 수록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 분야의 특성상 관련분야 연구 성과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오죽하면 하버드 의과대학 학장을 지낸 시드니 버웰 교수가“의과대학생 때 배운 지식의 절반은 향후 10년 안에 잘못된 지식으로 판명될 것이다. 불행한 것은 의과대학 교수들 중에서 어떤 지식이 잘못된 절반에 해당될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했겠는가?[3]

교수는 대학에서 학생교육만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연히 관련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최신 연구동향과 그 의미를 파악하고 있어야 할 전문가가 교과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전문가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참고로 vCJD에 관한 교과서 내용을 소개한다.

“병인론적 관점에서 보면, vCJD는 원인품종, 노출경로, 중추신경계 밖의 침범조직과 감수성이 있는 개인의 유전형질 등에서 다른 형태의 CJD와 잠재적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하여 vCJD의 특징적인 신경병리학적 양상을 만들어내는지는 현재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쿠루의 경우 MM형에서만 발병하는 변종 CJD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vCJD는 광우병을 일으키는 품종이 사람으로 건너온 것이며, 입으로 먹어서 전달되는 특성이 있으며 코돈129번이 MM형인 사람에서만 발병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은 규명되지 않은 다형성 유전인자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1]

또한 한국인의 인간광우병 위험을 주장했던 김용선 교수 역시“프리온단백의 코돈129번에 대한 발표 자료에서 한국인 및 중국인, 일본인, 대만인의 95% 이상이 MM형이고 백인은 MM형이 50% 미만”이지만“이러한 차이가 한국인 및 다른 아시아인의 변종CJD에 대한 감수성이 높음을 의미하지 않는데(근거 없음), 질병은 다양한 유전적,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인종차이에 따른 다양한 유전적 요인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 :

[1] Ironside JW et al.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In Neurodegeneration: The Molecular pathology of dementia and movement disorders.(Dickson D) p310-317, International Society of Neuropathology, 2003.

[2] Shibuya S et al. Codon 219 Lys allele of PRNP is not found in sporadic Creutzfeldt-Jakob disease. Ann Neuol 43:826-828, 1998.

[3] 안형식, 배희준, 이영미, 박형근. 근거중심의학, 27-33쪽, 아카데미아,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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