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센터에 높이 13.5미터, 지름 4.3m의 씨앗모양 수직 구조물이 들어섰다. 무역규모 1조 달러를 기념해 만든 조형물. 이름하야 ‘트릴리언 타워(Trillon-Tower)-미래의 약속 2012’다.
주요 교역대상 국가명을 비롯해 우리나라 무역의 성장역사가 기록돼 있고 무역대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위상과 성취 및 미래의 발전과 성장을 상징한다.
그렇다. 우리는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살고 있다. 지난해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하더니 올해 역시 2연속 1조달러를 넘어 세계 무역규모 순위 8위로 올라섰다. 이탈리아를 넘어선 것이다. 무역규모 8위 뿐 아니라 수출은 3년 연속 세계 7위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도 10일 라디오 연설에서 무역대국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무역 8대 강국’에 올랐다는 감격을 전했다. 20여년 전 장기국가발전전략을 세울 때만 해도 이탈리아는 우리에겐 꿈의 목표였지만 우리가 마침내 그 고지를 넘어섰다고 기뻐했다.
이 대통령은 “무역입국의 뜻을 세운 지 반세기 만에, 황무지에서 세계 8위 무역 강국을 일군 것은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해도 좋은 위대한 성취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늘의 놀라운 성취를 이뤄낸 기업인과 근로자, 공직자,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우리 모두가 오늘의 영광과 기쁨의 주인공이라고 하겠다”고 전했다.
돌이켜보면 실로 눈부신 쾌거였다. 1964년 가발로 수출을 시작했던 우리가 불과 50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 무역 8위에 오르다니 말이다.
중동 건설과 자동차 산업의 해외진출, 철강과 조선산업의 광폭 성장,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을 정제해 해외로 수출하기 시작했으며, 전자산업과 IT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첨단산업을 주도하는 국가가 됐다.
우리는 반세기 동안 정말 뜨겁게 살았다. 한국경제의 절실함이 삼성이나 현대같은 그룹들의 신화를 만들어 냈고, 국민 모두가 염원한 그 결실은 2012년에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위기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쾌거다. 상대적 기준도 아닌 절대 기준인 2년 연속 1조달러 기록이다.
한국의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50년전 한국이 이렇게 성장할 것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무역 1조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니 한국의 미래는 밝다.
그러기 위해선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미래시장을 찾아 발 빠르게 움직이는 행보가 계속돼야 한다.
중소 및 중견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줘야 할 것이다. 경쟁력을 갖춘 이들 기업은 대기업과의 파트너 형식으로 해외에 동반 진출함으로서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FTA 등 자유무역협정으로 세계 경제영토 2위의 위치에 올랐기 때문에 상품의 우수성만 입증된다면 가격 경쟁력에 있어서는 더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아울러 아세안, 중동 등 신흥시장 공략에 힘써야 한다. 그 원동력은 바로 한류. 중국의 자본력과 기본기가 탄탄한 일본의 저력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다.
K-POP과 드라마, 영화가 세계를 누빈다. 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가 여기에 열광했고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크게 끌어올렸다. 한국제품에 대한 호감도는 역대 최고일 것이다.
한국 브랜드 자산가치도 1조 6,000억달러로 세계 주요 39개국 중 9위라는 산업정책연구원 조사 결과도 나왔다. 6년 만에 한 단계 상승이다. 서비스산업 등에 힘을 더 쏟아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신흥국가를 대상으로 한 원자력발전소 수출은 계속돼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건설, 플랜트 인재양성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첨단산업의 개발도 지속돼야 한다.
물론 기존에 견고한 수출을 보이고 있는 석유화학 및 자동차, IT, 철강 및 조선사업도 계속적으로 우위를 선점해야 할 것이다.
세계 침체 속에서도 우리나라 수출 감소폭은 선진국보다 적었다. 독일과 프랑스의 올 1∼9월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5.1%와 5.3% 줄었지만 한국은 1.3% 감소하는 데 그쳤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기초체력이 과거에 비해 강해졌다는 반증이다.
무역 1조 시대를 기념하는 트릴리언 타워. 이 타워가 갖고 있는 의미는 사실 엄청나다.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며 해외시장을 개척한 한사람 한사람의 노고와 산업현장에서 흘린 근로자들의 그 많은 땀방울들이 한데 모인 결정체다.
삼성과 현대, LG가 해냈다고 나오는 뉴스는 사실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세계 속에서 선전하는 우리를 보라. 우리가 걸어온 길은 잘못되지 않았다. 세계가 부러워하고 배우려 한다.
무역 1조달러 달성은 이명박 정부만의 쾌거가 아니다. 삼성, 현대, LG 등 기업들만의 성과도 더더욱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고 국가에 대한 따뜻한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첫 수출을 시작한지 반세기. 트릴리언 타워는 수출에 있어서 황무지였던 이곳에서 50년간 현명한 판단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콘트롤 타워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던 정부, 과감한 투자와 발빠른 행보로 활약한 기업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총력 했던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트로피다.
머지않은 미래, 무역 2조달러 달성과 무역 5강, 무역 2강을 이루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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