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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며 역시 기억에 남는 것은 올 가을 태풍 볼라벤과 덴빈, 산바로 이어지는 참혹한 풍경들이 뇌리에 스친다. 차라리 안 보았으면 어땠을까?

사실 그땐 그 참혹했던 광경을 볼 때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해남군의 주력 산업인 쌀농사에서는 백수 피해와 흑수 피해가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 식량자급률까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해남에 국한 된 재앙이 아니라 범국가적으로 범국민적으로 재앙을 맞은 듯 했다.

해남에서만 하우스가 1,000동, 가옥이 80여동 등 농수산물과 시설피해를 합하면 1,700억원의 어마어마한 피해, 피해는 둘째치더라도 피해를 입은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무슨 말이 있어 위로를 해야 될 지. 나를 보자마자 “엉엉~ 군수님, 엉엉~ 군수님!”하며, 어린 아이처럼 울음부터 터트리시는 어르신들. 옛 어른들의 말씀 중,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해 볼 수 없는 상황에 '억장이 무너진다, 가슴이 저민다'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정말 가슴으로 다가왔다.

마치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리도록 전해오는 깊은 아픔들, 그래서 군 대책 회의에서도 가장 먼저 주문했던 게 '최대한 봉사'였고, 주민이 아프면 주민을 위한 공무원이 아픈건 당연하다고 독려했던 게 떠오른다.

이 자리를 빌어 피해를 입은 군민께는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하며, 해남군의회와 휴일까지 반납하고 피해현장에 나서 준 공무원들, 전국에서 찾아와 준 자원봉사들, 그리고 온정의 손길을 보태준 각 지역 향우회와 자매결연을 맺은 부산 해운대구와 김포시 관계자들께도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감사를 전합니다.

가을이 오는 소리, 역시나 가을은 사색이다. 그래서 지면을 채운다면, 지역을 고민하는 사색의 시간이 좋겠다. 지난 태풍 피해 현장을 돌아보고 명쾌해진 건, 지금 시대엔 주민들의 경제적 풍요가 높은 곳일수록 지역의 경쟁력이 있음을 더욱 더 확고히 했다.

이렇게 글로벌화 된 사회,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사회에선 어떻게 경제적 소득수준을 높일 수 있는가?란 물음, 사실 이 물음의 답은 경제적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를 먼저 고민해 봐야 할 듯 싶다.

우선 소득 수준이 높으면 정치적 권위주의를 배격하면서 자유로운 시장에 대한 선호감이 자연스레 증가한다. 이는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일수록 지역일수록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적 제도와 절차를 잘 발달시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잘 사는 지역은 보다 민주화가 되어 있고, 민주적 절차를 보편화하며 의사 결정 구조와 갈등해소 방식 역시 폭력과 불승복에 의해 지배되기 보다는 법과 제도, 합리와 상식에 의해 해결한다. 또한 경제적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물질 지향에서 벗어남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면서 물질에 지배를 받는 가치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소득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 말할 것도 없이 경제적 활동이 향상 돼야 한다. 그런데 경제적 활동을 높이기 위해선? 일자리가 충분해야 하고, 그 일자리가 좋아야 한다. 한 지역 내 일자리가 많고 좋아지려면? 결국 다른 조건들을 같다고 가정할 때, 한 지역 내의 일자리 문제는 그 지역의 인심과 같은 인문 환경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그 인문환경이란 한 지역 구성원들간의 신뢰와 믿음, 배려와 협력, 합리적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 등이 잘 이뤄진 사회다. 이러면 파괴나 정체의 욕구보단 창조적 의식으로써 크게 변화되면서 이런 의식이 사회적 자본으로써 구성돼 결국 경제활동을 배가 시킨다.

이번 태풍 피해 복구 현장에 공무원들의 팔을 걷어 부치고 주민들을 돕자, 주민들 또한 마음을 열면서 주민과 공직자 간 신뢰도가 상승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현재 새마을부녀회나 적십자회 등 여성 봉사단체가 다문화 가정에 다가가 마음의 문을 열어 주는 이런 이해와 배려, 협력은 결국 사회적 신뢰를 굳건히하면서 갈등 해소에 있어 그 비용을 절감하게 한다.

이렇게 서로 믿고 협동하면 경제적 거래는 더욱 순조로워진다. 물론 서로 싸우고 분열하면, 갈등이 고조되면서 일자리는 생기기 어렵고 머물기 보단 떠나가기 쉽다.





따라서, 한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은 원래 해남이 가졌던 인심처럼 지역 정서를 반영하는 공감적 공동체를 사회적 자본으로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요컨대, 한 지역의 지방 행정과 리더들이 고민해야할 과제는 결국 친절하고 정직하고 관용적이고 협동적이고 신뢰적인 지역만들기에 집중되어야 하며 이런 토대 속에서 지역 내 잠재 자원의 개발과 공급, 지역 외부 인력과 자본의 도입과 유치 등을 통해 물질과 정신, 그리고 마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실천으로써 희생하는 길, 그 길을 두려움없이 8만 군민과 함께 가야될 길이란 생각이다.

이제 마지막 사색을 전하는 시간, 마지막은 별이 총총한 하늘 아래 약동하는 자유를 이야기한 칸트의 말로 마무리하고 싶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보면볼수록 나를 더욱 강한 감탄과 존경으로 채우는 두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내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여주는 푸른 하늘이요. 또 하나는 내 마음속에서 나를 항상 지켜주는 도덕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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