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옴부즈맨 프로그램 'TV비평 시청자 데스크'가 자사 뉴스 '뉴스 9'의 국정원 관련 보도를 대놓고 ‘씹은’ 사건을 비판한 공영방송노조에 대해 제작자인 현상윤 PD가 반박하고, 이어 좌파진영 언론단체들이 KBS 비판 성명을 발표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공영노조는 'TV비평 시청자 데스크'가 애당초 객관적 비평을 기대하기 어려운 편향된 인물을 내세워, 이례적으로 평소 다루지 않던 보도본부의 '뉴스 9'을 일방적으로 비판한 것은 제작진의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기계적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객관적 장치조차 확보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이 노골적인 프로그램이 아무런 여과 없이 전파를 타고 방송된 것으로 보아 KBS의 게이트 키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을 했다.
이에 대해 현 PD는 출연자들의 편파성 문제에 대해, 모두 미디어 전문인들로서 과거에도 KBS에 출연했던 인물들로 편향성 논란은 있을 수 없다는 취지로 일축했다. 비평의 균형성에 관해서는 9시 뉴스가 국정원 관련 보도를 잘했는지 못했는지가 우선돼야 한다며 한겨레신문 등 좌파진영 언론들과 똑같은 목소리로 국정원 관련 KBS 보도가 잘못됐다고 일일이 지적했다. 또한, 왜 이례적으로 'TV비평 시청자 데스크'에서 뉴스를 다뤘는지에 대해서는 방송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으로 심의실이나 경영진이 강제할 사안이 아니며 시청자위원회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 PD는 또한 KBS의 시사보도가 출세에 눈이 먼 간부진 몇몇에 의해 망가졌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했다.
촛불 찬양 언론학자, 언론노조 기관지 기자, 좌익언론단체 인물만 출연시켜놓고 공정하다?
국민의 입장에서 현 PD 주장에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현 PD는 방송에 출연한 성공회대 신방과 김서중 교수가 지상파 방송에 자주 출연했으며 차기 언론정보학회장으로 선출된 사람으로 편향성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방송에 자주 출연하고 언론정보학회장이면 객관성을 확보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을까? 현 PD가 의도적으로 숨긴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진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정보학회라는 단체는 대표적인 소위 진보좌파 성향의 언론학회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의하면 지난 2008년 12월 자체 학자들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신문 방송 겸영 등 이명박 정부 언론 정책에 대한 평가 질문에 전체 96% 학자들이 반대 의견을 내놓을 만큼 이 학회의 성향은 뚜렷하다.
김서중 교수의 개인 성향을 거론하는 것은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좌파진영 언론단체 민언련 정책위원 출신으로 알려진 김 교수는 작년 MBC 노조가 각종 불법행위도 불사하며 무법천지의 파업을 이어가도 노조를 일방적으로 편들고 지지한 인물이다. 최근엔 해고된 노조원들 구제하겠다며 해직언론인법 지지에 나섰고 “촛불은 위대하다”는 촛불 찬양자다. 광우병 촛불시위를 보곤 “촛불은 대한민국이 성숙한 민주국가임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국민을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니 더 할 말이 뭐가 있겠나.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란 법치와 합리적 사고·질서가 잡힌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지, 합법적으로 들어선 정권에 불복해 건수나 잡아 불복성 촛불이나 쳐드는 것이 아니다. 촛불이 성숙한 민주국가의 증명이라는 퇴행적이고 유아적 발상에 젖은 이런 사람에 대해 편향성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 PD 본인 스스로 외눈박이임을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미디어오늘 기자를 미디어평론가로 둔갑시켜 KBS 뉴스를 비판하게끔 한 것도 황당한 일이다. 미디어오늘은 정치·이념적으로 자신들이 반대하는 박근혜 정권과 현 KBS 사장 체제에 대한 적대적 반감으로 일방적인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언론노조 기관지다. 모두가 알다시피 언론노조의 상급 단체는 야당 정치세력 및 좌파단체와 때마다 선거연대, 정책연대를 해왔던 민주노총이다. 미디어오늘 기자의 비평이 논리정연하고 미디어 일반에 대한 전문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현 PD 본인의 생각과 판단일 뿐, 그 주장에 공감할 사람이 얼마나 되나. 애초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미디어오늘 소속 기자를 출연시켜 놓고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객관적이고 공정한 비평을 요구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얻겠다는 격 아닌가.
물론 국정원 댓글 파문과 그 후속 보도가 미흡하다고 불만에 찬 진보좌파 진영의 시청자들은 현 PD와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영방송 KBS는 특정 정치·이념집단의 가치판단과 생각만이 옳다는 시각으로 방송을 만들어선 안 된다. 특히나 비평 프로그램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영방송 KBS라면, 제작진 생각에 자사 뉴스 프로그램의 국정원 보도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더라도 김 교수, 미디어오늘 기자 등 현 PD 입맛에 맞는 인물만 섭외할 게 아니라 다른 시각을 가진 전문가를 함께 출연시켜 그들의 주장과 비평도 공평하게 듣고 시청자에게 최종 판단을 맡겨야 한다. 문제가 된 그날 방송에 나왔던 인물들은 두 사람을 포함해 ‘매체비평 우리 스스로’ 사무국장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등 하나같이 진보좌파 진영 인물 일색으로, 이런 출연진 구성은 애당초 제작진이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이 프로그램의 방향을 끌고 가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TV비평 시청자 데스크'에 대한 비판 못 참고 궤변 늘어놓은 현상윤 PD
특히 미디어오늘 기자를 미디어 평론가로 소개한 것은 시청자를 기만한 것으로 당연히 징계감이다. 미디어오늘의 지나친 정파 색과 이념적 편파성을 물타기 하기 위해 일부러 소속을 밝히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충분히 살 수 있다. 또한, 당당하게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 자체부터가 미디어오늘이란 매체를 밝혔을 경우 프로그램이 시도한 비평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제작진이 미리 계산하고 의도적으로 감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도 충분하다. 현 PD가 그토록 신뢰한다는 미디어오늘 기자를 꼭 출연시키고 싶었다면 미디어비평을 할 수 있는 보수우파 측 기자를 함께 섭외해 출연시켰어야 맞다. 현 PD가 과연 그런 시도와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그게 싫다면 ‘미디어 평론가’로 다수가 인정할 수 있는 좌우의 진짜 전문 패널을 선정해 출연시켰어야 했다. 출연한 미디어오늘 기자에 대해 “그만한 출연자를 찾기 쉽지 않을 정도로 논리 정연한 인물”이라는 주장은 현 PD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할 뿐 정말로 공신력 있는 비평 전문가인지는 전혀 검증된 바가 없다.
현 PD는 또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고 해서 편향적이라고 못 박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네 명의 출연자들이 KBS의 국정원 보도에 대해 모두 비판적 의견을 개진했기에 객관성과 균형감을 상실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주장은 공정하고 균형 있게 출연진이 구성됐다는 전제가 붙었을 때 가능한 얘기다. 'TV비평 시청자 데스크'의 국정원 보도 비평이 대단히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이유는 단지 비판을 해서가 아니라, 언론노조와 좌파진영 나팔수나 다름없는 인물들로만 출연진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공영방송노조가 지적하자 법적 대응이나 운운하고 방송법에 근거한 옴부즈맨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 자신이야말로 한 치의 비판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독선이 아니고 뭔가.
'TV비평 시청자 데스크'의 시청자 기만은 당연히 징계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TV비평 시청자 데스크'가 방송되고 논란이 인 후, 담당 국·부장이 교체됐다고 한다. 그러자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등 좌파진영 기관지들이 들고 일어나 부당인사라고 여론 선동에 나섰다. 이들 나팔수들이 떠드는 것처럼 KBS 측이 정말로 책임을 물은 것인지 그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시청자데스크'가 최소한 기계적 균형도 잡지 않은 일방적인 편파 방송이었다는 점, 더군다나 언론노조 기관지 소속 기자를 미디어 평론가로 둔갑시켜 시청자로 하여금 마치 객관적인 평론처럼 오해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시청자를 기만한 징계감이라는 점이다. 제작자인 현 PD의 반박을 보면, 'TV비평 시청자 데스크'의 '뉴스 9' 비판을 도저히 순수한 의도로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시청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법으로 보장된 옴부즈맨 프로에서 KBS 보도의 문제점을 씹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차라리 담당 PD를 날리고 나를 치십시오. 그 방송 이후 어느 놈도 나에게 와서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비겁하다”며 회사를 비난하는 현 PD에 충고 몇 마디 하고 싶다. 법으로 보장된 옴부즈맨 프로에서 자사 뉴스 씹는 것 전혀 잘못되지 않았다. 씹든 갈아 마시든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영방송에 몸담은 언론인이라면 자신의 소신보다 국민 전체를 생각할 줄 아는 개념부터 장착해주길 바란다. 또 방송법 운운하기 전에 시청자를 기만하는 못된 버릇부터 고쳐줬으면 한다. 국민은 과거 정연주 사장 시절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이 거세된 채 노무현 정권 지키기와 보수진영 사냥 프로그램이나 만들던 KBS의 각종 비평 프로그램의 악몽을 기억한다. 그때 상실한 균형감각을 아직까지 되찾지 못하고 악악거리는 일부 KBS 언론인들의 꼬락서니를 보면서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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