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을 ‘소설’이라며 비아냥댔던 소설가 이외수씨가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이하 ‘진짜사나이’) 천안함 편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천안함 관련 소설쓰기에 내가졌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 중단은 이해할 수 없는 일” 등의 글을 쓰면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에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로 인해서 “이씨의 출연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네티즌들 일부는 천안함 편에 이외수씨를 섭외한 MBC의 결정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논란의 발단이 된 것은 이씨가 지난 16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었다. 이씨는 “MBC TV ‘진짜사나이’ 초청으로 천안함 제2함대 사령부에서 강연. 평택은 처음 가보았는데 산이 거의 보이지 않는 고장이었습니다. 인천함에서 수병들과 기념사진. 돌아오는 길에 서평택 휴게소에서 돈까스를 먹었는데 주인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었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씨는 또 강연 후 자신의 아내와 인천함을 방문해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찍은 사진도 게재했다.
이에 앞서 ‘진짜사나이’ 팀은 지난 12일 경기 평택을 본부로 하는 해군 제2함대에 입소해 4박 5일 간 촬영을 진행했다. 해군 제2함대는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부대로, 특히 폭침됐던 천안함이 전시돼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MBC ‘진짜사나이’ 천안함 편은 오는 24일부터 방영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황당하고 당혹스러움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며 “천안함 잔해가 전시되어 있는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천안함 폭침을 ‘소설’로 규정하고 ‘내가 졌다’며 조롱하던 이외수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그것이 MBC ‘진짜사나이’를 통해 방송이 된다니”라고 개탄했다.
하 의원은 “이외수는 지난 2010년 트위터를 통해 ‘천안함 사태를 보면서 한국에는 소설쓰기에 발군의 기량을 가진 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까지 30년 넘게 소설을 써서 밥 먹고 살았지만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는 딱 한 마디밖에 할 수가 없다. 졌다.’ 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면서 “비록 해당 트윗에서 ‘소설 쓰기’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지목하고 있지는 않으나, 이 글이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겨냥한 것임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랬던 이외수가 천안함의 잔해가 전시되어 있는 제2함대 사령부에서 강연을 하고, 돌아오는 길의 돈까스가 맛있었다는 등의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니”라며 “이외수의 눈에는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천안함에서 희생된 장병들에 대해 아무런 미안함도 없나?”라고 반문했다.
하 의원은 또 “게다가 초청강연회 이름도 ‘힐링콘서트’였다고 하는데 도대체 누가 누구를 힐링하겠다는 말인지, 그 ‘모욕적인 자리’에서 해당 부대의 장교와 지휘관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답답해진다”는 심경을 밝혔다.
하 의원은 “이외수의 초청강연 자리에 참석했을 해군 장병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 방송을 지켜봐야 하는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들은 또 얼마나 참담함을 느낄 것인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죄송스럽다”며 “본 의원은 이번 초청강연을 주선한 측과 그것을 승인한 제2함대 사령부측에 모두 깊은 반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MBC측에는 즉각 공개사과와 함께 해당부분에 대한 방송 중지를 요청한다”면서 “제2함대 사령부측 역시 이번 초청강연 건을 안일하게 처리한 관련자들 전원의 사과와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천안함 유가족들에게는 직접 찾아가 백배사죄해도 모자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13년 11월 16일은 평택 제2함대 사령부에서 ‘대한민국’과 ‘해군의 명예’가 잠시 사라졌던 부끄러운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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