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정파를 초월한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김학원 한나라당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대통령직을 물러나는 것만이 구국의 길"이라고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부여당은 국정운영의 기조를 제대로 잡지 못했고 민생과 이데올로기를 분리하지 못해 경제문제를 소홀히 했다"며 "당정이 서로 손발을 맞추지 못했고 무능에 독선과 오만의 혐의를 뒤집어썼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거국중립내각으로 무한 정쟁을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바보 노무현'의 진정성을 갖고 모든 것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최규식 의원도 "참여정부가 지리멸렬하고 무기력해진 이유는 대통령의 잘못이 매우 크지만 여야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따라 정쟁만 일삼았던 이유도 크다"며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안정과 서민경제 살리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내년 대선의 공정한 관리 등 국정운영에만 전념해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정기국회가 끝나면 내년 초 각 분야에서 국민적 신망을 얻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거국적 위기관리 내각'을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정종복 한나라당 의원은 "노 대통령은 '탈권위'를 주장하지만 오히려 계몽 군주가 된 것 아닌가"라고 힐난하고, "청와대가 수준 이하의 이유를 들어 특정신문을 절독한 것은 대통령의 걍팍한 성품을 드러낸 것"이라고 최근 청와대가 '연재소설의 선정성'을 이유로 <문화일보>를 절독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대통령은 최근 남북 간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해도 북이 도발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 아닌가"라며 "대통령은 정파를 초월한 '비상안보내각'을 구성하라"고 제안했다.
조순형 민주당 의원은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 대통령은 더 이상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고 잘라 말하고 "노 대통령은 집권당으로서 의지와 능력을 상실한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거국적 비상내각을 구성해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 대통령에 대해 가장 목소리를 높인 것은 김학원 한나라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걸친 총체적 실패로 내우외환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대통령직을 물러나는 것만이 구국의 길"이라며 노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이 주장한 '거국 중립 내각'은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대통령과 내각은 안보 경제 등 민생과 공정한 대선관리에 전념하라"는 발언에 이은 것으로, 정계개편을 둘러싼 열린우리당의 내홍과 한나라당의 대선전략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파와 정당을 초월한 정치권이 광범위하게 청와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서 청와대 측이 이 문제에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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