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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전면 비판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 출간

중국의 과학철학자이자 사회주의 계열 진보지식인인 장궁야오 교수의 역작


한의학은 허위의학에 불과하며 이에 한의학을 제도권에서 퇴출시켜야 함을 주장하는 책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 (I)’(원제 告別中醫中藥, 전남대학교출판부 간)가 13일 공식 출간 됐다.

저자인 중국 중남대학교 과학철학연구소 장궁야오 교수는, ‘의학과 철학(醫學與哲學)’지의 2006년 제4기에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 (I)’의 배경이 된 한의학 비판 논문인 ‘고별한의한약(告別中醫中藥)’을 발표했다.

논문에서 장궁야오 교수는 1) 문화진보라는 명분, 2) 과학의 명분, 3) 생물 다양성 옹호의 명분, 4) 인도주의의 명분이라는 네 가지 명분을 내세우며 한의학이 결국 중국 사회에서 완전히 폐기되어야 하는 문화인습임을 강하게 역설했다.

‘고별한의한약’ 논문이 발표되자 당시 북경 올림픽을 앞두고서 자문화 부흥의 들뜬 분위기 속의 중국 사회는 갑자기 찬물이 끼얹어져진 듯 큰 충격에 빠졌다. 또한 중국 전역에서는 한의학 존폐와 관계된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장궁야오 교수는 ‘고별한의한약’을 발표한 이후 교수직 박탈 위협, 살해 위협 등 숱한 모진 일을 감내해야 했다. 장 교수의 한의학 비판 관련 문헌들은 논란을 부른다는 이유로 이제 중국 내에서는 공식적인 매체에서는 발표도 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장 교수는 이에 굴하지 않고 인터넷 등을 통해서 한의학 폐기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오고 있다.
 




장궁야오 교수는 양진한치(洋診漢治)와 같은 현대의학과 한의학의 협진이라든지, 또는 통합의학, 융합의학 등의 개념도 한의학의 사이비성을 가리려는 허튼 시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진단과 치료 모두가 허위인 한의학은 제도권에서 영구히 퇴출되어야하고 현대의학(서양의학)으로 중국의 의학을 완전히 일원화하는 것만이 관련 모순과 부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서로 뒤얽히면 더 많은 문제가 축적될 것이다. 따라서 단번에 끝낼 수 있는 시스템 개혁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한의학을 국가 시스템에서 퇴출시키고,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병존하는 어떠한 과도기적인 방법도 시도하지 말 것을 나는 주장한다."


중국에서 이같은 한의학 전면 폐기 주장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2006년 장궁야오 교수의 문제제기 이전에도 한의학은 20세기 초부터 이미 세 차례나 그 비과학성 문제로 인해 제도권 퇴출 위기에 놓였었다.


1914년도에 중국 정부가 한의학을 대학의 정식과목으로 채택하는 것을 거절했었던 것을 시작으로, 1929년도에는 중국 중앙 위생위원회가 ‘한의학 폐기안’을 비준하기도 했었다. 공산당 정부가 들어선 1951년에도 ‘한의학 정돈안’이 통과되어 사실상의 폐기가 시도됐을 정도로 중국에서 한의학의 제도권에서의 지위는 안정적이지 못했다.

20세기 동안에 정부뿐만이 아니라 민간에서도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의 한의학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중국 유학의 거두인 유월(俞樾)을 비롯해서, 우리나라에도 ‘아Q정전’으로 유명한 노신(魯迅, 루쉰), 그리고 역시 대문호의 한 사람인 파금(巴金, 바진) 등이 한의학을 허위의학이라고 강하게 성토했었다. 중국 근대화 혁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손중산(孫中山, 쑨원)은 임종 직전에도 한약만큼은 명시적으로 거절했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 (I)’는 서두에 ‘고별한의한약’ 논문 전문(全文)을 소개하고 있다. 그뒤로 ‘고별한의한약’ 논문을 둘러싼 중국 사회 지식인들의 논쟁, 장궁야오 교수에 대한 여러 중국매체들의 인터뷰 기사, 그리고 과학적 근거와 역사문헌적 근거에 의해서 어떻게 한의학의 효과와 권위가 부정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장궁야오 교수의 30여 비평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인 장궁야오 교수는 과학철학자일뿐만이 아니라 사회주의 계열 진보지식인이기도 하다. 이에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에 수록된 각 비평들에는 단순히 과학적 검증 측면에서의 한의학 비판뿐만이 아니라, 과학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한 과학철학자의 고찰과 또 변증법적 유물론으로서의 역사 발전을 확신하는 한 진보지식인의 성찰도 같이 담겨 있어 독자들이 보다 폭넓게 한의학 문제를 고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장궁야오 교수는 이미 2009년도부터 의료일원화국민연대와 대한의사협회의 초청으로 한국에 내한해 한의학 문제와 관련된 강연 기회를 세 차례 가지기도 했었다. 책에는 당시 강연 내용은 물론, 서울과 광주, 그리고 한국인들로부터 받았던 깊은 인상 등을 서술한 한국 기행문도 별도로 수록하고 있다.

책을 기획한 유용상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정약용, 최한기, 홍대용, 박지원 등과 같이 음양오행과 한의학을 비판한 실학자들의 전통이 있었다”면서 “우리가 이제부터 복원시키고 계속 살려가야 할 진짜 전통은 한의학이 아니라, 100년 이상 은폐됐었던 실학자들의 한의학에 대한 회의주의적 탐구정신”이라고 책 출간의 의미를 밝혔다.

유 위원장은 하반기 중으로 장궁야오 교수의 다른 한의학 비판 글들을 묶어 속편 격인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 (II)’도 출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내 과학계와 의학계 일부는 이전에 과학의 이름으로 인문학의 병폐를 비판했던 앨런 소칼의 ‘지적사기(Fashionable Nonsense)’(2000년), 또 역시 과학의 이름으로 종교를 비판했던 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God Delusion)’(2007년) 출간 이후로 권력형 사회통념에 도전하는 ‘과학적 회의주의’ 분야의 새로운 고전이 한국에 출간됐다며 자뭇 흥분된 분위기다.

한의학 원조국가인 중국발 한의학 폐기 주장이, ‘황제내경’, ‘상한론’ 등 동일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한국 한의학에도 큰 타격을 주리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한의학 존폐 토론이 본격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서구매정보 :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 1 (네이버)



중국의 한의학 존폐 논쟁 관련 기사 :

[니하오 베이징]“중의학이 엉터리라니”

[세계의 창]중국 한의학 ‘탱자’ 될라

[중국리포트]중의학 존폐논쟁 ‘재발’

중국인, 중의학 믿지만 치료받기는 ‘글쎄~’




중국의 한의학 비판이론가 장궁야오 교수 관련 기사 :

한의학은 왜 퇴출되어야 하는가?

쇠퇴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한의학

허위의학으로서의 한의학(中醫)

대한민국 한의학 폐지론

중국인 의사가 한의대생에게 보내는 편지




<목차>

프롤로그-고별한의한약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는 게 미신을 타파하는 것보다 더 쉽다
고별한의한약
고별한의한약의 문화적 의의
한의학의 온갖 “뛰어난” 판별 분석
대중매체에 “한의학을 없애자”라는 성명을 내다


장궁야오 교수 인터뷰

≪중국 뉴스 주간≫ 기자의 물음에 답하다
≪중국일보≫ 기자의 질문에 답하다
“한의한약의 심층 문제 좌담회”에서의 서면 발언


과학으로서의 한의학 문제

“한의학의 유효성”에 대한 문제를 논하다
과학의 규범과 정의가 없으면 과학과 비과학을 구별할 수 없을까?
대엽성 폐렴으로 본 한의학의 “신기”
이중맹검법 연구 : 20세기 중대한 과학 진보
가짜와 진짜 한의약 중 어느 것이 더 해로울까?
한의학의 “과학연구” 실상을 드러내는 전형적 사례
날조된 ‘베이징 한의사 과실치사사건’ 비판


문화와 역사로서의 한의학 문제

국가 “비물질문화유산”이 된 한의학에 관한 논의
“한의학 내부 개혁”은 왜 실패했나?
한의약 “국제화 붐”의 냉철한 사고
허위의학으로서의 한의학
어떻게 민족 자부심을 확립할 것인가?
≪황제내경≫의 오장육부 개념 혼란에 대한 보충


소통으로서의 한의학 문제

남경대학에서의 학술 강연 경험
한의한약 문제에 관한 논쟁
“대가”들의 한의학 옹호 목적은 무엇인가?
마바이잉 선생은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
한의학 옹호자들에게 던지는 여덟 가지 질문
나는 “강적”을 만난 적이 없다
정말이지, 밥알이 튀어나올 만큼 우습다


제도로서의 한의학 문제

“중서의학을 모두 중시한다”에 대한 생각
잘 우는 아이에게는 젖을 물려라
한의학을 배우지 마라
한의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을 논한다6



에필로그-전라남도 광주에서의 경험

한국에서의 중화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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