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문재인 대표를 ‘공산주의자’라 확신하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 해임 문제를 두고 야권이 똘똘 뭉쳐 전사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9월 고 이사장의 3년여 전 발언 속에 포함된 ‘공산주의자’ 표현에 대해 이제야 문제 삼으며 명예훼손으로 제소했다.
이 달 2일 방문진 국정감사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고 이사장의 관련 발언을 확인하며, 좌우 이념논리에 대한 고 이사장의 철학을 캐묻는 등 국감장을 청문회장으로 변질시켰다. 이 날, 야당 의원들은 기관장의 답변태도를 문제 삼았지만, 의원들의 질의 태도에 대한 비판 역시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3일 문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고 이사장을 ‘민주주의 내부의 적’으로 몰아세웠고, 이어지는 한국방송공사(5일)와 방송통신위원회(6일) 국정감사장에서 야당 의원들은 고 이사장의 발언을 연이어 문제 삼았다.
피검자의 주요 안건과 관련성이 적은 질의 내용임에도 야당 의원들은 고 이사의 발언과 당 내 입장을 거듭 발화하는 데 국감 시간의 일부를 할애하며 지속적인 언론플레이 공세를 이어갔다.
분열된 세 결집 등 ‘고영주 이슈’는 야권의 정치적 다목적 카드
어제(7일) 오전 긴급 소집된 새민련 의원총회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단독 범인이 아닌 것 같다”며 사건의 판을 키웠다.
이 원내대표는 “이전부터 노무현, 문재인과 같은 야당 지도자들을 공산주의자라고까지 주장했던 인사를 알고도 (박근혜 대통령이) 중용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는 듯하다”며, 청와대 개입설을 주장했다.
이어,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을 박근혜 대통령의 고용주 이사장 선임을 통해서 이룬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야당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행위다”라며, “고영주를 박근혜 대통령 가문과 특수한 관계가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으로 임명한 것이 박근혜 분명한 뜻이었는가”라며 공개 질의를 던지기도 했다.
고 이사장의 개인 철학 문제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우경화’로 연결 짓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하지만, 방문진 이사장은 이사회 구성원들 중 1인을 호선으로 선출하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리고, 방문진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을 임명한다.
또한, 관례상 여당측과 야당측을 6:3의 비율로 선출하는데, 여당이란 집권당을 의미하므로 새누리당에 국한된 처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 즉, 정권이 바뀌면 입장도 바뀌는 것이다.
게다가, 이용득 최고위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발언 문제로 의총이 열렸다. 저는 의총에 참석해서 ‘이제 선거철이 또 다 되어가는구나, 총선과 대선에서 또 케케묵은 색깔논쟁을 벌이려고 시작하는 구나’라는 부분이 느껴졌다”고 말했지만, 고 이사장의 3년여 전 발언을 지금 시점에서 문제 삼은 것은 야당 측이었다.
‘변형된 정신병자’ ‘공안좀비’ 등 야당 의원들의 고 이사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이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표현의 수위에 대해 “맞고소 감” 이라면서, “니가 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라며 비꼬기도 했다.
정치목적 이용하려 ‘고영주 비난’ 발언 자극적으로...더 자극적으로
고 이사장에 대한 야권의 공세는 8일까지 이어졌다.
이 날,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장에서 우상호 의원은 감사 시작 전, “편향된 인식과 막말 등 고 이사장의 역사관을 야당 측이 문제 삼았으며, 이 분의 방송전문성을 고려해도 이사장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며, 야당 내 회의내용을 요약 반복했다.
그러면서, 미방위 차원에서 해임 결의안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새민련 당론으로 고 이사장의 해임결의안을 발의했다면서, 국회를 모욕하고 능멸하는 발언 때문에 문제 삼은 것이라 강조했다.
전병헌 의원은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그것이 바른 것이 아니고 공산주의라고 낙인찍고 단정 짓는 것이 이 자리에서 확인됐다”며, 해임결의안 촉구에 더해 위증죄와 국회모욕죄까지 충분히 적용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송호창 의원은 이 날 보도자료를 배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임명 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등을 추진하고, 국회에서 요구할 경우 방문진 이사를 징계하거나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법안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행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르면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하도록 돼 있으나 이를 의결 선출 방식으로 바꾸는 등 절차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야당 의원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야당이 외부의 위험요소를 통해 내부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당창당을 앞둔 무소속 의원으로부터 “너나 잘하세요”라는 비웃음을 살만큼 당대표의 입지도 심각하게 약화된 데다, 혁신위원회 덕분에 외려 당내에서 친노와 비주류로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딱 좋은’ 이슈를 잡았다는 해석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도 이를 거들고 나섰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방문진 이사회의 심의의결 과정을 무시한 채, 이사장 1인이 MBC경영을 단독으로 결정하는 듯한 비약적 논리로 고 이사장의 해임을 논했다.
방통위와 방문진 야당 측도 합세 ‘총공격’
8일 고삼석 상임위원(야당 추천)은 전체회의 안건 처리 후 의사발언에서 “과거에 그분이 했던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그분 자체가 갖고 있는 생각과 발언, 입법·사법부에 대한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야당 의원들의 발언을 그대로 반복했다.
그러면서, “민주적이고 공정한 방송을 위해 설립된 방문진의 취지를 구현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결격 사유”라며, “그 분의 생각이나 언행을 고려하면 방문진 이사장 직무를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야당 추천)도 “고영주 이사장은 방송 언론사 의결기구의 수장”이라며, “이대로 가면 MBC가 과거 공안검사의 관점과 시각으로 경영될 것...공안방송으로 갈 것이냐 걱정 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부위원장은 “법에 명시적으로 해임권이 없다고 해서 이렇게 문제가 되는 사안을 피할 수 없다”며, “임명권자인 우리가 곧 책임 방조와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국감장에서 “(고영주 이사장이) 이사장직을 맡기 전에 한 발언이 현재의 직무를 담당하면서 편향적 업무를 할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이사장으로 임명된 이후에는 나름대로 올바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 날도 최 위원장은 방통위에서 직접 방문진 이사 등을 해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 토론을 진행하며, “결격 사유가 발견되면 퇴임하는 형태...방통위가 직접 해임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다만, 방통위가 후임 인사를 선임하면 전임자는 자동으로 직위가 상실돼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퇴직하게 된다.
한편, 방문진 이사회 야당 추천 이사 3인도 이 날 ‘이사장 고영주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하며, 야권 인사로서 행보를 함께했다.
유기철·이완기·최강욱 이사 등은 결의안과 함께 제출한 ‘불신임 결의의 사유’에서 고 이사장이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 등의 발언을 통해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제기했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우리 사회를 소모지향적인 파쟁의 격랑 속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제출된 결의안은 10일 후 이사회 안건으로 자동 상정되며, 다음 이사회에서 논의를 거쳐 표결 여부를 결정한다. 표결에 부쳐질 경우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된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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