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이념 정쟁으로 몰아가며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이끌어 낸 야당이 대정부질문에서까지 교과서 문제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 여론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대정부 질문은 정치, 외교ㆍ통일, 경제, 교육ㆍ사회ㆍ문화 등 크게 4가지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그러나 분야 구분이 무색할 만큼 교과서로 시작해 교과서로 끝나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의 ‘좌편향’ 이라는 말 한마디에, ‘총선용 국론분열’ ‘친일 독재 미화’ 등 이념적으로 맞서다가 이제는 ‘수능에 유리하다’는 조금은 민생에 가까운 근거를 들고 나선 모양새다.
야당의 이러한 반응은 ‘정상’이라는 반박이 아니라 상대편을 ‘극우’로 몰아세우는 ‘운동권정당’으로서 자연스러운 행보로 해석되는 만큼, 여전히 야당이 ‘이념정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새정치민주연합 윤관석 의원은 미리 배포한 질의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의 공을 인정받고 과는 덮어 박정희 대통령 헌정교과서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것이 국정교과서”라고 주장했다.
우원식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의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는 현수막을 지적하며 “김일성 주체사상을 일방적으로 교육하는 것처럼 국민을 속이는 전형적 흑색선전”이라고 비판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야당과 역사학계의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우려에 대해 “(친일 독재 교과서는) 꿈도 안 꾼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답하기도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여야 교과서 공방이 치열해지자, “대정부질문은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해 국정 진행 상황이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날카롭게 따져 묻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라며, “이번 대정부질문 기간 동안 화합과 통합의 자리가 아닌 여야 비방과 정쟁 수단으로 변질된 것 같아 의장으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정부질문 기간 나흘 동안 이어 온 ‘교과서 공방’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정부질문이 이념 전으로 치달으면서 전월세대란 문제 등 민생현안에 대한 점검이 뒤로 밀렸다는 평가도 제기된 상태다.
따라서 ‘고영주’ 이슈화로 야당의 이념정쟁 시작에는 성공한 듯 보이지만 ‘교과서’로의 전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야당의 이 같은 ‘이념정쟁’ 몸부림에 새누리당은 ‘민생’ 카드를 꺼내들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에서 “예산안 처리와 함께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할 민생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가 한중 FTA를 비롯한 제출된 FTA를 처리하는 것이다”라며, 국회 비준안 동의안 연내처리를 강조했다. 내년 1월에 한 번 더 관세가 절감돼 지속적인 관세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근거다.
그러면서,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야당은 집필 시작도 하지 않은 역사교과서를 두고 친일이니, 독재니 하는 허무맹랑한 정치선동을 즉각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같은 자리에서, 문재인·심상정·천정배 의원의 3자 연석회의를 두고, “역사교과서를 핑계로 ‘야권야합’이라는 얄팍한 꼼수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또 다시 야권연대라는 정치공학에 기대어서 민생을 외면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 않길 바란다”지적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앞서 지난 18일 “이 경제 난국에 난데없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들고 나와 민생을 팽개친 게 도대체 누구인가?”라며, 새누리당 측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새누리당이 오늘 우리당에게 한 말을 그대로 돌려주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박근혜 정권은 친일 미화, 쿠데타 미화, 유신 미화, 독재 미화의 헛된 시도를 중단할 것을 거듭 거듭 경고한다”고 밝혔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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