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오는 28일 선임할 새 비대위원장은 대선을 앞두고 친노좌파를 대하는 당의 노선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당 내에선 새 비대위원장의 짧은 임기와 제한적 역할에 부담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욕심을 내는 의원이 보이지 않는 상황. 그러나 총선 6개월여 만에 벌써부터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론과 분리론이 당내에서 엇갈리는 가운데, 새 비대위원장은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가늠하게 할 중요할 인사일 수밖에 없다. 새 비대위원장이 누구냐에 따라 '친노좌파로의 복귀'와 '친노좌파로부터의 완전한 독립' 둘 중 하나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은 24일 의원총회를 열어 내년 1월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제2기 비대위원장 선임안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새 비대위원장은 2개월 임기에 불과한데다, 현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달리 원내대표를 겸직하지 못한 공산이 크다. 당내에서도 독단적이라는 평가나 나올만큼 막강한 권한을 누리고 있는 현 비대위원장과는 달리, 당내 리더십이 상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때문에 당내 중진급 호남 의원들은 새 비대위원장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이다. 애초에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른 박주선 국회 부의장, 조배숙·주승용 비대위원, 김동철 의원 가운데 박 부의장과 주 비대위원은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유성엽·황주홍 의원도 물망에 올랐으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황주홍 의원실 관계자는 "호남 중진 중에서 새 비대위원장을 선임한다고 하면 박주선, 주승용 의원 등이 순번이 더 앞선다"며 "새 비대위원장은 당내외 발언권이 현 위원장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므로, 중진급 보다는 유력한 초선의원이 유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내 사정에 밝은 한 인사도 "현실적으로 호남 중진 중에서도 비대위원장을 맡으려는 분이 별로 없다고 들었다"며 "조배숙 의원 정도가 적극적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생기는 것 없이 괜히 부담만 크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안철수 측이 미는 참신한 초선의원이 유력한 새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외부 인사 영입은 진척이 없기 때문에, 당 내부 인사중에서 선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내에서는 신용현, 이상돈, 오세정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의원들 중에서도 새 비대위원장 직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는 인사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당내 의원들이 새 사령탑 자리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2기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결코 작지만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시직이지만 사령탑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새 비대위원장의 경력과 정치 성향을 바탕으로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당 정체성을 가늠하게 된다는 논리다.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는 "이제 손학규가 본격적으로 제3지대론으로 바람을 불러일으킬 텐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 내부에서 확실한 정당 충성심과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 비대위원장을 맡고 중심을 잡지 않는다면, 당 조직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주 대표는 "비록 2개월 가량의 짧은 기간이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 체제를 정비하는 전당대회를 제대로 준비하는 비대위원장이라는 점에서 역할이 적지않다"며 "야구로 치자면 원포인트 릴리프 투수에 비유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적인 시점에서 공 몇 개가 경기의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철수 의원 측이 호남 중진급이 아닌 '참신한 초선'을 내세우는 이유도 당 정체성에 관한 고민 때문이라는게 주 대표의 분석이다. 주 대표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천정배 의원 등이 더불어민주당 연대론 등을 내세우며 사실상 당의 존재 근거를 위협했던 점을 고려해보면, 또 호남 지역 의원들이 대부분 천정배 의원의 그런 성향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안 의원의 우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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