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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 또 말바꾸기...‘질서있는 퇴진’ 외치다 입장 뒤집어

조국 교수 ‘복사표절’은 비판하더니 전희경 의원 ‘복사표절’은 감싸던 모습과 오버랩

말바꾸기 전력으로 비판받아온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이 최근 최순실 사태와 관련, 또다시 말바꾸기 행태를 드러내 보수우파 진영내 거친 논란이 일고 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야를 권고하던 최순실 사태 초기 발언과 하야·퇴진·탄핵 어느것도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최근 발언을 비교정리한 동영상이 1일 올라왔다. 동영상은 7분 분량으로 ‘‘정규재(복거일)가 정규재에게’ - 한국경제 정규재 주필의 놀라운 말뒤집기라는 제목이다. (동영상 바로가기) 




박근혜 대통령 퇴진론에 동조했었던 한국경제 정규재 주필


정규재 주필은 최순실 사태 초반이던 지난 113일자 정규재TV’ 방송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야를 권고하는 복거일 작가의 특별기고문 ‘‘도덕적 권위의 회복에 이르는 길을 상세히 소개했다. 일부 내용은 직접 낭독하며 깊은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복 작가의 기고문은 최순실 사태를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비유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사면 조건부 하야를 주문하는 내용이다. 한국경제신문도 이튿날 A34면에 광고도 없는 통면으로 복 작가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정 주필은 이날 방송에서 하야하는 과정에 대해선 (복거일 작가의 주장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대통령은 통치가 불가능하다”, “질서정연한 퇴각이 필요하다”, “(하야를 권하는) 마지막 귀절을 보면서 울었다고 말하는 등 방송 전반에 걸쳐 복 작가의 주장에 강한 공감을 드러냈다. 지금은 관용구처럼 쓰이는 질서정연한 퇴진이라는 표현이 언론지상에 처음 등장한 것이 이 때였다.

 

‘백미’는 정 주필이 다음 복거일 작가의 기고문 구절을 낭독한 뒤 논평한 부분이다.


“네 해 전 새누리당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삼은 파천황을 맞아, 우파는 투표하기도 전에 선거에서 졌다고 탄식하면서도 ‘덜 나쁜 선택’을 위해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투표소로 향했다. 그 일에 담긴 아주 작은 도덕적 자산과 부채에 기대어, 박 대통령께 송구스러울 수밖에 없는 말씀을 드린다.”


이에 정 주필은 하야하시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는 (복거일 작가의) 권유의 말씀입니다라고 해석하며 글쎄요, 하야하는 방법은 있겠는지, 또는 제가 주장하는 질서정연한 퇴각의 방법은 있는 것인지라고 덧붙였다. ‘질서정연한 퇴각에 대해선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도자로서 통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면서 그러나 끝내더라도 질서정연하게 정리되는 것이 저는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 주필의 발언은 매우 중요한 시점에 나왔다. 뉴데일리 박성현 주필은 정 주필과 한국경제신문의 당시 태도를 “결정적인 타이밍에 칼 질 한 다음, 칼 버리고 알리바이 만들려고 하는 경우”라고 규정했다. 박 주필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복거일/정규재 칼질이 11월 3일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4일이 새누리당 의원총회였고, 5일이 광화문 궐기였다”고 지적했다.


해명, 사과없이 말뒤집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반대로 입장 바꿔
 
박 주필은 “사람들은 흔히 이날 의총을 ‘상소리 나온 비공개 총회’로만 알고 있지만, 이 날이 고비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 날이 김무성류의 당권 장악 거사일이었다. 이 날 실패한 다음, 정규재는 칼을 버렸다. 엊그제 (한국경제신문) 사설에서는 ‘박근혜 하야 반대’를 이야기한다.”


드러내 놓고 대통령 하야를 일관되게 선동해온 좌파보다도, 오히려 정통 보수의 지지를 받으면서도 기회를 엿보다 결정적인 시기에 배신하는 기회주의적인 우파가 더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정규재 주필은 이제 완전한 ‘하야 반대파’로 돌아섰다. 잘못이 있다면 처벌하되, 진상을 먼저 규명해야하고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정통 보수가 지지하는 정론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약 한달만에 이뤄진 ‘전향(轉向)’의 과정에서 기존 입장 번복 문제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정 주필은 30일자 정규재TV 방송에서 “제가 이번 사태가 생긴 초기에 ‘질서정연한 퇴진’ 이런 말을 하고 일각에서는 정규재까지 하야를 지지하는거냐 뭐 이런 식의 말이 많았습니다만 사실 저는 하야냐 퇴진이냐 임기단축이냐 별 관심이 없습니다”면서 “하야에 대해서도 질서정연한 퇴진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일말의 설명이나 반성하는 기색조차 없이 손바닥 뒤집 듯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그는 “언론이 떠들고, 대중이 들고 일어나고, 뭔 의혹이 수도 없이 많이 쏟아지는 이런 상황에서 하야를 하거나 질서있는 퇴진을 하면, 지금까지 제기되었던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인 것처럼 확정되어버린 상태에서 그 다음 단계로 얼버무려놓고 넘어가는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이 나라는 문명 국가가 아니고 야만국가가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실을 향한 투쟁, 팩트를 향한 도전을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며 “자칫 하야나 질서정연한 퇴진을 하게 되면 그 모든 것을 땅속으로 묻어버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 공소장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하면서 “진실을 향한 투쟁을 지금부터 해야된다”면서 “그런 과정이 대통령의, 또는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과정이다, 저는 그렇게 본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진실’을 그때그때 선택적으로 추구하는 정규재 주필 


흥미롭게도 정 주필의 30일자 방송에서는 3일자 방송엔 단 한 차례도 쓰이지 않았던 ‘진실’이라는 표현이 수십여 차례 강조해 쓰였다. 30일자 방송은 3일자 방송과 달리 다른 이의 글에 기대어 에둘러 주장하지도 않고, 강한 어조와 눈빛으로 주장하는 태도로 미루어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정 주필의 기회주의적인 처신과 그것을 뻔히 알고도 묵인하는 보수우파 세력에 있다는 지적이다.
 
변희재 인미협 대표는 “대통령이 바로 하야하는 대신 사면해서 대충 덮고 가자는 복거일, 그리고 이 궤변에 한국경제신문 지면을 통으로 내주고 영광을 외치며 울면서 읽어나간 정규재를 저는 비판했다”며 “어떤 경우든 박 대통령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를 포기하면 안 되고, 탄핵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진실과 결백을 밝혀야 한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변 대표는 “지금 정규재 주필은 한 달 사이에 제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면서 “그럼 복거일을 비판하던지, 최소한 복거일 찬양하며 찍어댄 영상은 사죄하고 내려야 될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정 주필이 해명, 사과없는 말뒤집기로 비판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 주필은 지난 총선 이후 전희경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논문 표절을 감쌌다가 비판을 받았다. 과거 조국 교수의 논문 표절을 맹비난하던 태도와는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 의원을 감싸며 “논문을 표절을 했느냐 안했느냐, 윤리 도덕이라는 게 그렇게 명징하거나 쉽게 나의 도덕적 우위를 입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며 “동지적 연대감을 가져주시길 부탁을 드린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언행불일치, 이해관계상충, 왜곡번역 옹호 논란도


연이은 말뒤집기로 정규재 주필의 ‘도덕적 권위’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자 그의 언행불일치 문제도 새삼 회자된다. 정 주필은 평소 사외이사 제도를 비판해왔으면서도 그 자신이 2012~2015년 사이에 삼성물산의 사외이사로 재임했었다. 그는 국민은행의 경영권 논란을 다룬 2009년 한국경제신문 칼럼에서 “사외이사 제도 자체가 원래 80%의 허구로 채워진 이론이었지만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으로 눈가리고 아웅해왔던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삼성물산 사외이사 재임 전력에 대해 정 주필은 일체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정 주필은 최근까지 보험개발원에서도 또 역시 사외이사를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현재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박근혜 도덕 정치’라고 부르며 이에 대한 비판적인 논평을 지속해서 내고 있다. 이런 행태는 사외이사 전력들에 비춰 언론인으로서 ‘이해관계상충(conflict of interest)’ 위반 소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의 책 ‘위대한 탈출’ 왜곡번역 옹호 논란도 정 주필의 경력에 오점으로 남아 있다. 한국경제신문 측은 디턴의 원저를 ‘불평등이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방향으로 편집성 번역을 했는데, 이는 저자의 의도와는 다른 ‘왜곡번역’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다. 정 주필은 당시 좌익이 ‘억지 시빗거리’를 만들었다고 맞받았다. 논란은 저자와 프린스턴대 출판부가 직접 한국경제신문 측 번역본을 감수한 후, 전권 환수 및 재번역을 요구하면서 일단락됐다. 
  
사실, 일부 처신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규재 주필이 그간에 한국 경제와 국제 정세에 탁견을 펼쳐온 언론인이라는데에는 보수우파 진영내에서 아무런 이견이 없다. 정 주필은 국내 언론이 대선에 매몰돼 있던 때 IMF 사태를 정확하게 예견하고 경고했던 거의 유일한 언론인으로 알려져 있다. 석유고갈론이 한창이던 시기 국내언론이 거의 주목하지 않았던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을 내다보고 대비를 촉구했던 일도 유명하다. 정 주필은 사실상 국내 모든 언론이 트럼프 비하 경쟁을 벌일 당시에도, 트럼프 돌풍의 원인과 당선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한 국내 몇 안 되는 지식인 중 한명이기도 하다.


현재 정 주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정규재TV’는 편당 조회수가 수만 건에 육박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많은 독자들과 시청자들은 정 주필이 자신의 예지력과 영향력에 걸맞는 ‘도덕적 권위’를 어서빨리 회복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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