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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기자의 인신공격적 글…진실 알리고파”

방문진 유의선 이사, 박성제 기자 미디어오늘 기고문 반박 서신 공개

지난 24일 박성제 전 MBC기자(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7대 위원장)가 언론노조 기관지격 미디어오늘에 공개한 기고문 관련,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유의선 이사가 26일 반박 입장을 표명했다.

 

유의선 이사는 박성제 전 MBC기자가 ““김재철, 나쁜사람”이라며 해직 위로하던 언론학자,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 부임후 방송장악 김장겸 사장 내정거수기’제하 기고에서 언급한 ‘E여대 Y교수.

 

박성제 전 기자는 본인과 유의선 이사와의 몇차례 만남을 거론했다. 하지만, 기고문 말미에 최근 국회와 언론노조가 강력히 견인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통과 움직임에 유의선 이사가 비판적 견해를 낸 것을 지적하며, 유의선 이사가 MBC뉴스를 망친 장본인,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거수기 역할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도 궁금하다. 술잔을 부딪히며 해직언론인을 위로하던 따뜻한 성품의 언론학자. 자신을 공영방송 이사로 앉혀준 권력에게 끝까지 충성하는 어용학자. 어느 것이 Y교수의 진짜 모습일까?”라는 물음으로 마무리했다.

 

유의선 이사는 박성제 전 기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김재철 전 MBC사장을 나쁜사람이라 지칭한 일이 없으며, 박성제 전 기자가 대충 이런 내용의 대화였던 걸로 기억한다 애매 모호한 표현으로 타인의 발언을 왜곡 전달한다고 항변했다.

 

특히, 이른 바 ‘MBC녹취록이라 불리는 녹취파일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원칙대로 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유의선 이사 입장 전문-



Y교수가 P기자에게 드리는 고언

  


저는 해고언론인 P기자가 <미디어오늘>에 실은 글에서 지칭한 Y교수입니다. “아, 인간이란 이런 존재구나...” 하는 복잡한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제가 상대하는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구나 하는 긴장감까지 들면서 소신껏 방문진 이사 역할 수행하기가 정말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P기자는 제가 최근 한 인터넷신문을 통해 기고한 ‘방송법개정안에 대한 단상 – 언론장악금지법인가, 노영방송도입법인가’에서,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로 그 해고언론인입니다. 그간 해직기자인 P기자에 대해 경위가 어찌 되었든간에 “안됐다”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결국 P기자의 저에 대한 갑작스런 인신공격적 글에 답하여 이런 글까지 ‘공개적으로’ 쓰게 되니, 솔직히 빠지고 싶지 않은 진흙탕 속에 빠진 듯한 자괴감마저 듭니다. 그러나 진실을 알려야 하겠다는 마음에 부득이 몇 자 적습니다. 


MBC 언론노조위원장 출신인 P기자와는 제가 방송학회장을 지낼 때 방송기자연합회 회장(해당 기 방송학회장 당연직)으로서 방송기자연합회에서 주최하는 기자상 심사 및 수상 과정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특별한 교류가 없던 P기자가 왜 이 시점에 갑자기 저에 대해 인신공격적인 글을 올렸는지 의아했습니다. 아마 언론노조가 정성을 들이고 있는 방송법개정안 추진에 대해 제가 반론을 제시하고, 방문진에서의 MBC 사장 선출 등이 그 원인이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번에 글을 써 저를 ‘망신주라’는 주위의 전략적 권유가 있었을 것으로도 짐작이 됩니다. 


사실 P기자의 글은 저를 매우 당혹케 했습니다. 국문학 전공인 P기자는 약간의 사실에 기초해 거의 창작적 소설을 쓰면서 저를 마치 이중인격자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하고는 사적으로라도 아예 말을 섞어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고받은 사담 하나 하나를 임의대로 가공하여 활용할 수도 있다는 무서운 경험을 이번 P기자를 통해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문제의 글에서 기술된 것처럼, 저는 당시 P기자에게 “P기자가 억울하게 해고되었다”라고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그 당시 P기자의 해고 사유를 전혀 몰랐는데, 어떻게 제가 억울하게 해고되었다고 단정해서 말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P기자가 제게 보낸 그의 자전적 에세이를 읽고, 해고 사실이 안타깝고 법원에서 제대로 시시비비가 가려지기를 바란다는 정도의 덕담을 건넸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P기자와의 대화에서 김재철 전 MBC 사장을 ‘나쁜사람’이라고 지칭한 일도, 더욱이 “방송학회에서 해직기자들을 위해 도와줄 방법이 없겠냐?“하고 물은 일도 결코 없습니다. 그러한 일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학술단체인 학회에서 할 일이 분명 아닙니다. 


제가 학회장으로 있는 동안, 방송학회에서는 학회 성격에 맞는 논쟁적 현안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토론자를 양측 ‘동수’로 구성하여 활발한 토론회를 연속적으로 개최한 바 있습니다. 학회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이것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특정 입장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쪽으로 학회를 운영한 바 없으며 그러한 방식의 학회운영에 대해 강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회장이 노조 출신의 언론해고자 편이 되어 학회가 도움을 주겠다는 식의 말을 했다는 것은 학회 공정 운영의 차원에서도 전혀 이치에 닿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P기자는 “대충 이런 내용의 대화였던 걸로 기억한다”는 정말 애매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며 본인의 의도대로 다른 사람의 말을 지어내거나 왜곡하여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문학도로서 글 쓰는 목적에 따라 일부 대화 내용을 의도적으로 창작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상대방 인신공격을 하는데 때로는 이러한 창작도 효과적인 방법일런지는 모르겠으나... 솔직히 좀 심한 것 같습니다. 


P기자 말대로 방문진 앞 커피숍에서 시위를 준비하던 P기자와 마주친 적은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때 P기자가 저와 나누었다고 주장하는 일련의 대화 내용 역시 교묘한 왜곡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백본부장을 조사해 달라는 말에 제가 “당황하면서...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라고 한 부분은 저의 인격을 심각히 훼손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당시 그런 내용의 대화는 애당초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지도 않은 말을 그런 식으로 기억하는지 참 신기합니다. 그래서 그런 얘기를 P기자가 내게 정말 했나하고 제 자신에게 다시금 되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다만 P기자는 지나가는 제 팔목을 잡고 “유교수님, 제발 우리 좀 도와주십시오” 하였고 저는 “모든 것을 원칙대로 하겠습니다” 수차례 답하고 그 자리를 떴다는 것이 가감 없는 팩트(fact)입니다. 


본인한테 유리하도록 상황을 묘사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상대방이 마치 불의를 저지르고 도망가는 이상한 사람처럼 상상하게 유도하지는 말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요? 저는 방문진 이사가 된 후, 한 MBC 경영진에게 “내가 알고 있는 P기자는 과격한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해고되었는가?” 하고 문의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P기자는 얼굴은 무뚝뚝하게 생겼지만, 아주 여리고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실 P기자는 음향 스피커를 손수 만들 정도로 섬세하고 감수성이 강한 분입니다) 드세기로 유명한 MBC 노조위원장직에 왠지 안 맞을 것 같고, 더군다나 강경 시위를 주도할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평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경영진은 내게 “어떤 사람이라도 지금과 같은 대립구조 속에서 노조위원장을 하면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답해 준 기억이 납니다. 이것이 P기자와 저의 인연의 전부입니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진보·보수 진영의 대립 구조 속에서, 저를 나름대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P기자가 저에 대해 이런 인신공격적 비방 기사를 써야만 하는 구조적인 측면을 저는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전임 노조위원장으로서 무언가 역할을 했어야 했을 겁니다. 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히 P기자의 본질을 잘 알기에 이해하고 싶습니다. 이제 P기자 얘기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한 때 나름대로의 인연을 맺은 양반인데 더 이상 P기자에 대해 즐겁지 않은 얘기를 늘어놓은 것도 제 양식상 부끄러운 일입니다. 가만 있으면, P기자의 말이 모두 사실로 오해될까봐 부득이 몇 자 적었지만... 기본적으로 제가 인덕이 부족해서 생긴 일입니다. 그만 하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P기자가 자신의 과거 행위에 대한 정당한 사법적 판단을 받고, 그것이 복직이든 해고 확정이든 순리대로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앞으로 언제까지 방문진 이사직을 수행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기회에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느낀 몇 가지 고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MBC가 고쳐야 할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부정하지 않습니다. 경영은 좀 더 투명해져야 하고, 노사 간에 좀 더 소통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사적 관계가 아닌 회사 규칙과 합리적 판단 하에 공정하고 엄격하게 처리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1년 반에 걸친 방문진 이사로서의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지금 MBC가 이렇게 힘들어진 것은 경쟁매체가 많아진 미디어 환경변화와 그에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 못 한 경영진의 탓도 있겠지만, 또 다른 근본적인 원인은 ‘극단적’ 노사대립에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MBC는 가망이 없습니다. 법과 원칙에 맞춰 이러한 대립구조를 하루 속히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만성적이고 극단적인 노사 갈등 관계는 사내의 우수인력이 100% 충분히 가동되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고 모든 분야에서 MBC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입니다. 


현재 매우 시끄러운 사장 선임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립니다. MBC는 자산 10조 규모의 거대한 조직입니다. 기자만 하더라도 200여 명이 넘게 있습니다. 법적으로 사장의 임기가 끝났는데 사장을 선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MBC와 같이 거대한 조직의 수장을 거의 6개월 가까이 공석으로 놔둘 수는 없습니다 (만에 하나 국회에서 그 문제 많은 ‘노영방송도입법’이 통과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시행까지는 제반 법절차상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부에서 음해하는 것처럼,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외부의 압력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사들간 후보자들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했고 오랜 격론 끝에 의견을 모았던 것입니다. 공평한 사장 선출을 위해 상당 기간 (가능) 후보자군과의 만남을 삼갔고 사사로운 청탁도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거수기’라는 모욕적 언사를 사용하며 극단적 대립 투쟁을 유도하여 MBC를 와해시키기보다, 적법 절차에 따라 선정된 새로운 사장을 도와 모두 힘을 합쳐 새로운 MBC 도약을 모색하였으면 합니다. 


방문진 이사로서 ‘외람되지만’ MBC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매체들에게도 부탁합니다. 진정 MBC가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정당한 비판은 과감히 해주시고 격려할 것은 격려해 주십시오. 매체가 앞장 서 대립을 선도하기보다, 차가운 지성과 따뜻한 격려로 MBC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어느 조직이 심화된 대립구조 속에서 정상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겠습니까?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초한 합리적 해결책 모색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것은 서로를 존중하며 ‘선의의 논리 싸움’을 하자는 것입니다. 누구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논리적으로 다투어야지, 정서적으로 적개감을 선동하고 무조건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분명 지양되어야 합니다. 


이제 두서없는 제 글을 마쳐야 되겠습니다. 엉뚱한 얘기지만, 저는 요즈음 가끔, 지금 대한민국이 중국식 ‘문화혁명’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든다고 ‘단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목에 칼을 씌우고, 트집을 잡아 감옥에 가둘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이상한 두려움마저 들 때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세대간, 지역간, 이념간 갈등이 너무 심화되어 있습니다. 서로를 포용하기보다 서로 증오하고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가 정상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논리에는 논리로 대항해야지 언어적, 정서적 폭력은 지양해야 합니다. 자신은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서로의 화합에, 합리적 결론 도출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한 사고는 이제 대한민국의 민주적 다양성을 위해 버려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인격적 예우를 갖추며 선의의 논리 싸움을 하십시다. 감정에 치우친 인신공격적 발언을 일삼기에는 우리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 너무 막중하지 않습니까? 이제 서로 좀 자중하고, 민주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저널리즘 원칙과 상식, 그리고 법리에 기초한 논리 싸움을 하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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