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일성 가면’과 관련, 실제 북한 사람들은 이를 김일성으로 인식하지 않으며 단지 ‘미남 가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면서 그간 ‘김일성 가면’을 문제삼은 사람들이 애먼 색깔론자로 매도되고 있다.

(관련기사 : 한국 ‘평창올림픽’을 결국 북한 ‘평양올림픽’ 만들어버린 ‘김일성 가면’)

하지만 김일성을 유일신으로 떠받드는 북한에서 미남 표준 모델이 바로 전범 김일성인 것은 사실이며, 무엇보다 ‘김일성 가면’을 어떻게 인식할 것이냐에 있어서는 북한의 기준이 아니라 한국의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왜냐하면 전쟁범죄의 상징으로 인식되어서 논란을 부를 수 밖에 없는 상징물의 경우, 더구나 피해국에서 치뤄지는 행사에서는 통상 피해국 측 인식을 존중해주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통일부와 좌경언론들은 ‘김일성 가면’이 북한 현지에서는 일단 ‘미남 가면’으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문제될게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일본 현지에서는 ‘운수대통을 상징하는 전통 문양’에 불과한 ‘욱일기’에 대해서도 최소한 평창올림픽 기간에는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이에 자칫 더 심각한 외교 문제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미 평창올림픽에서 이런 딜레마 문제가 하나둘씩 발생하고 있다. 얼마전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일본 대표인 니시 노부유키(西伸幸·32) 선수가 슬로베니아 선수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등장했다가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모자를 쓰고 있다는 이유로 한국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던 바 있다.

한국 네티즌들의 강한 항의 때문에 니시 노부유키 선수는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스위스에서 산 모자로, 나쁘다는 인식은 없었다. 여러가지 면에서 폐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 입장을 밝혀야 했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니시 노부유키 선수에게 일본 스키연맹을 통해 “오해를 초래하는 복장은 삼가라”며 주의까지 줬다고 한다.

하지만 욱일기에 문제를 못느꼈다는 니시 노부유키 선수의 항변이 전혀 틀리지 않은 것이, 정말로 일본 현지에서는 욱일 디자인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나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욱일 디자인은 현지에서는 단지 떠오르는 태양을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받아들여지며, 각종 가게 간판으로도 흔히 볼 수 있고 새해 인사 카드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에도 시대때부터 민간사회에서도 널리 쓰여왔기에, 일본 어촌에서는 욱일기를 풍어를 기원하는 대어기(大漁旗)로도 써오고 있으며 일본의 대표적 친한좌파 신문 아사히(朝日)도 이를 사기(社旗)로 쓰고 있다.

니시 노부유키 선수는 욱일기 디자인 모자를 일본도 아닌 스위스에서 샀다고 한다. 나치 디자인과는 전혀 달리 서양에서도 욱일 디자인을 두고 전범기로 인식하는 경우가 거의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유투브 등을 뒤져보면 서양인들 다수가 욱일 디자인을 그저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터뷰 동영상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올림픽 참가국의 인식을 존중하자는 기준으로써 니시 노부유키 선수가 애초 할 필요도 없는 사과를 했고 일본 올림픽위원회도 줄 필요가 없는 주의를 줬다고 나올 것이라면, 앞으로 ‘김일성 가면’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볼 것을 고려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올림픽 주최국의 인식을 존중하자는 기준으로써 니시 노부유키 선수의 사과를 받아냈고 일본 올림픽위원회로부터도 조치를 받아냈다. 북한 응원단의 ‘김일성 가면’만은 예외로 두자고 한다면 이중잣대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공정한 잣대로 북한 응원단의 사과와 북한 올림픽위원회의 조치를 반드시 받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김일성 가면’을 그냥 내버려두자고 할 경우 당장 일본인들이 평창올림픽에서 ‘욱일기’로 일본 선수단에 대해 응원전을 펼칠때 이를 무슨 논리로 막을 수 있을 것인가. 통일부와 좌경언론, 그리고 한국올림픽위원회는 여기에 답을 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