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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의혹 입증하는 기자의 ‘한 방’은 없었다” 2일 열린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정리한 어떤 매체의 기사 제목이다. 기자들의 무능을 비꼬는 은근한 어조가 느껴진다. 언제부터 장관 후보자 청문회 자리가 의혹에 대한 입증 여부로 기준잣대가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우문에 대한 답을 필자가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다. 많은 국민이 청문회를 피하고 전례 없는 기자 간담회를 연 것을 ‘쇼’로 보는 이유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첫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민주당에 등록된 매체 소속 기자들이다. 관련 보도를 종합해 보면 조국 후보자가 기자 간담회를 갖겠다고 일방적으로 알린 시간이 11시 50분쯤 되어서라고 한다. 국회에서 민주당 비공개 의총이 끝난 시각이 오후 2시이고 간담회가 시작된 시각은 3시 30분이었다. 조국이 여당에 간담회 개최 사실을 알리고 조율해 개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정도였다. 기자들이 한방을 노리고 준비하기에는 갑작스럽고도 짧았던 시간이다. 

둘째 참석한 기자들이 대부분 비전문가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전문가라는 뜻은 조국 일가의 의혹을 그동안 추적해온 법조출입 기자들이 아니라 대부분 그와 무관한 국회출입 기자들이라는 얘기다. 물론 일부 기자들은 조국 의혹에 관한 보도를 해온 기자들도 섞여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국이나 민주당이 의혹을 씻는 청문회급 간담회를 생각했다면 의혹 제기의 당사자들이라 할 수 있는 법조 담당 기자들과 기자 간담회를 열어야 했던 것 아닌가. 아무리 기자라도 자기가 맡고 있는 분야가 아니면 갖고 있는 정보나 판단 수준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고 있는 보통 국민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조국과 민주당은 지금 가장 열심히 의혹을 파헤치는 유튜버들은 취재를 제지하면서 민주당에 등록된 매체로 한정하고, 또 법조출입 기자들이 아닌 상대적으로 조국 의혹의 핵심을 잘 알지 못하는 기자들을 불러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의혹 해소용이 아니라 조국을 보호하려는 면죄부용 간담회라는 방증이다.

언론을 희롱한 조국

셋째 조국은 단 한 가지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무려 8시간 20분 동안 계속됐다는 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몰랐다” 취지의 답변을 50차례나 넘게 했다고 한다. 딸 논문, 웅동학원, 사모펀드 등 곧 드러날 거짓말을 쉴 새 없이 반복했다. 이를 테면 조국이 가족이 10억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펀드 운용사 ‘코링크’에 대해 “이번 인사 검증과정에서 처음 들었다”고 답변하면 언론사들이 곧바로 작년 3월 관보에 게재된 조국 신고 재산등록 명부에 코링크 투자사실을 올라있음을 알리고 거짓을 지적하는 식이다. 조국은 거짓이 아니면 말장난으로 일관했다. 예컨대 기자가 딸 주민번호가 바뀐 경위를 묻자 ‘출생신고를 선친이 해서 모른다’고 답하고 추가 질문을 받자 “그 부분은 돌아가신 선친께 물어보겠다”고 답하는 식이다. 자기 딸 출생신고를 부친이 해서 모른다는 것도 어이없지만 돌아가신 선친께 물어보겠다니. 청문회장에서라면 가능한 답변인가. 아들 딸 뻘 되는 어린 기자들이 얼마나 우스웠으면 이런 말장난을 칠 여유를 부리겠나. 

친문 언론 매체들이 한방이 없었다며 기자들을 비웃는 동안 포털 실검에는 ‘한국 기자 질문 수준’ ‘근조한국언론’ 등 검색어가 상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준비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하고 깊이도 부족했던 기자들이 엇비슷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언론을 밟으려는 작전세력의 의도적인 조롱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가 나열한 이유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기자간담회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조국 기자간담회는 국회를 비웃고 언론도 비웃는 무법천지에서 벌어진 한바탕 난리굿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겠다며 국회 회의장을 빌려놓고 조국 청문회를 위한 자리를 깔아줬다. 국회 내규 위반 및 김영란법 위반 혐의도 짙다. 역설적이지만 조국의 기자간담회는 이 사람이 왜 법무장관이 되어서는 안 되는지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법무장관 후보자가 불법과 편법 온갖 꼼수를 총동원하는 적나라한 ‘범죄현장’을 국민에게 직접 보여준 꼴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는 없다. 조국에게 능멸당한 언론이 이번엔 구경만 하고 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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